리뷰에요/움억

유 진 정 2018. 11. 6. 23:26
스무살때 검도선수 출신 도라이 사장이 하던 이자까야에서 잠시 일한적이 있다. 
사실 타이틀만 이자까야였지 참치부터 가라아게까지 죄다 알바(나)가 냉동 뎁혀서 나가는 병신같은 곳이였는데 좀 좋았던건 사장의 주소득원이 아랫층 불닭집이었기 때문에 가게를 나 혼자 보는 경우가 잦았고 그래서 임의대로 할 수 있는것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선곡

가게에 비치된 씨디들은 대게 이영애 애수 따위의 청승맞은 한국가요 모음집이었고 나는 그때 한참 섭컬쳐에 빠진 애새끼 특유의 우월의식에 젖어있었기때문에 큭.. 우민들아.. 내가 진짜 음악을 들려주지... 류의 심정으로 가게에 딱 하나 있던 수입음반, EMI에서 나온 퀸의 Greatest Hit를 자주 틀었었다.  

그리고 이걸 틀때마다 손님들이 내가 짱박혀있던 간이 주방으로 들소처럼 쳐들어왔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한결같았는데 노래 좀 제발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털면 먼지 한바가지가 쏟아질것 같은 가짜 벚꽃가지 걸려있는 얼치기 이자까야에서 맥주를 홀짝이던 그들이였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취향이 확고했다.
같은 일이 네번정도 반복되었을때부턴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체 퀸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세월이 한참 지나 당대의 평론가들이 퀸을 혹평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왠지 그때의 손님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it's a hard life의 뮤직비디오에서 눈알레오타드를 입고나온 프레디머큐리를 보았을때 무언가 깨달음이 있었다. 그것은 퀸이 미학적으로 짜증난다는 것이었다. 비틀즈처럼 아다리가 딱딱 맞는 느낌이 아니라 어수선한 느낌? 게다가 too dramatic 하기까지 

특히 프레디 머큐리를 가만 보다보면 야라나이카의 그 양반이나 아시안 프린스가 떠오르는데 뭐랄까 같이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것들이 한 인간 안에 공존함으로서 생겨나는 조악함이랄까 그런것들이 좀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그 기묘함이 그들의 매력포인트라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퀸은 자주 노래를 찾아 듣게 되는 밴드는 결코 아니지만 꽂혔을때 들으면 피가 들끓는 뭐 그런 밴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한참 쓰다보니 글에 결론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어제 올린 영상이나 한번 더 올리도록 하겠다. 개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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