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유 진 정 2014. 9. 12. 02:30

서울이 망했다. 왜망했는지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고 그냥 거리가 무법천지. 좀비도 많고 인간들은 식량을 구하기위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고 그 눈먼자들의 도시영화에 나오는 뭐 그런분위기

그런 서울에서 나는 쥐새끼처럼 비상식량팩을 싸들고 백화점의 최고층과 지붕사이의 틈 같은 곳에서 살고있었음

연비가 적게 드는 신체라 정말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침입자가 쳐들어 오는 바람에 백화점 아래층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아래층에는 엄청 큰 귀걸이, 표범무늬 원피스등을 입은 덩치큰 흑인 여성들이 자기들만의 부락을 구축하여 살고 있었는데 나는 어찌어찌하여 무리에 받아들여지게 되었음. 

뚱뚱한 흑인언니의 무릎을 베고 정말 오랜만에 한숨놓고 잠을 잘수있겠구나.. 하고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가 잠들면 이여자들이 나를 잡아먹지는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벌떡 깸. 

별다른 식량을 확보하고 있는것 같지도 않은데 다들 어떻게 저 몸매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거지! 그러고 보니 분위기도 왠지 흉흉한것 같았음. 

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나는 다르기 때문에 위기상황이 닥쳐오면 고립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를 탈출하여 가족들에게 가야 되겠다하고 백화점 밖으로 나감

기차를 타야 했기에 기차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했지만 당연히 지하철 시스템은 파괴된지 오래였음 

하지만 그동안 사회와 고립되어 있었음으로 길도 모르겠고 해서 지하철 노선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려고 마음먹고 지하로 내려갔다. 

영화에서 뭔가 튀어나오기 직전의 그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한발한발을 내딛는데 몇미터 전방에 갈색곰과 흰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는 광경을 목격함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곰은 저돌적으로 달려오고 호랑이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건축자재등을 방벽으로 삼아 몸을 은폐해가며 다가옴 여기서 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