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알프스.스키.패닉어택 그리고 브리앙송 Hautes-Alpes, Briançon 2013/01

유 진 정 2013. 1. 17. 01:42

스트라스부르에서 새해를 맞이 한후 알프스 산맥으로 향했다.

그곳 스키 리조트에서는 매튜의 친구 쟝과 멜라니가 시즌마다 일을 하고 있었다.  

 

스키를 탄다, 마지막으로 타본게 십몇년쯤 된것 같은데 

 초등학교 이학년때 아버지가 외상값을 받으러 가서는 돈대신 스키장비를 받아왔다. 

덕분에 온가족이 팔자에 없는 스키장을 겨울마다 방문하게 되었음. 그때만해도 승부욕이 강했던 나는 왜 나는 다른사람들처럼 못타냐고 울부짖으며 눈밭을 굴러댔던게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중상급자 코스에 올라갔다가 리프트에서 못내리고 그대로 돌아왔던 아픈 추억이있고 ( 다음번에는 성공적으로 착지했으나 스키를 벗어서 들고 내려왔다는 ) 

무튼 한 몇년 열심히 가다가 형편이 기울어진 다음부터는 발길 끊고 지낸게 스키장인데, 스키는 돈이 드는 스포츠니까. 

이번에 우리는 매튜 친구들 덕에 장비 렌트나 숙식에는 따로 비용이 들지 않아서 가는데 까지의 기름값과 입장권 정도만 부담하면 됬던지라 이 여행이 가능했다

 

가는길은 프랑스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갈 수도, 독일-스위스를 거쳐서 갈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프랑스 도로를 이용하려면 50유로를 내야하지만 스위는 30유로. 게다가 한번 내고 스티커를 받으면 일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고. 매튜 아버지가 전에 방문 한적이 있으셔서 요금을 다시 낼 필요도 없었음. 

 유럽에서 EU에 속한 다른 나라를 육로로 통과할때는 따로 거쳐야 할 절차나 국경를 지키고 있는 공무원이 아예 없었다. 있을때도 있다는데 설렁설렁 한듯. EU는 진짜 거대한 한 나라와도 같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국경근처 사는 사람들은 이웃 나라 담배가 싸면  담배왕창사서  트렁크에 몰래 싣고 오고 그런다고 함. 

 

 

 

 

 

가는 길에 버든 공항에서 집어온 매튜 친구 데이브. 스키타러 영국에서 날아왔다. 수염과 헤어스타일이 대칭적임.

 

운전면허가 곧 살인면허인 나와 역시 초보인 데이브와 동행했던지라  매튜는 밤새도록 혼자 운전을 해야했다.

 

 

 

 

멜라니와 쟝의 집에 도착하자 뚱땡한 고양이 한마리가 우릴 반겼다. 열라 반가워 보임

 

 

 

 

 

기상이변으로 미지근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알프스는 하얬다. 

밤샘운전후 시체가된 매튜를 뒤로하고 우리는 동네 구경도 할겸 수퍼마켓으로 향했음. 

멜라니는 건물 지붕 밑에는 왠만하면 서있지 말라고 했다. 얼마전에 누가 떨어진 눈을 맞고 죽었다고함.

아아 알프스여 무정한 대자연이여.. 가만 지붕 에서 떨어진거니 대자연 탓은 아닌가

 

아무튼 최근 삼년동안 오세아니아를 오가며 겨울을 건너 뛰었던 나에게 숨쉴때마다 콧구멍이 얼어붙는듯한 이런 느낌은 신선하게 와 닿았다. 

 

 

 

알프스 할배 

 

 

 

수퍼 가는 길. 쟝과 멜라니

 

 

 

뚱땡이와 우리의 배낭

 

 

 

 

 

첫날 저녁밥. 빵에 치즈 햄 파 등을 넣고 구운것이였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오래된 레시피인데 먹을게 없던 시절 딱딱한 빵을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길래 아 그럼 프렌치 토스트 같은 거구나 했더니 프렌치 토스트가 뭐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프렌치에게 프렌치 토스트는 생판 외국어였어.

     이날 저녁엔 멜롤로롸 졸롤로(매튜는 둘을 이렇게 불렀음), 보헤미안 커플의 여행사진을 구경했다. 

 

 

 

 

둘쨋날. 온천을 갈까 했으나 비싸서 패스. 게다가 남자들은 스피도를 사서 입어야 했다. 유럽 실내 수영장이나 온천등지에서는 헐렁한 트렁크 수영복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위생상의 문제라는데 사실 별 쓸데 없어 보였음. 

 

 

 

 

멜라니와 쟝의 거주지. 축사를 개조해서 만든곳이라고 한다. 따듯하고 아담하고..한마디로 cozy 한 곳이였음. 

늙으면 곰이되어 이런곳에서 겨울잠이나 실컷자고 싶다. 그러고 보니 머무는 동안 셋다 잠을 엄청 잤군...

 

 

 

 

 

 

 

 

 

매튜는 멜라니와 쟝에게 줄 선물이라며 술을 엄청 샀다.

 

 

 

세탁기도 옮겨줌

 

 

 

삼일째. 스키를 타러 가기로 했다. 스크라스부르를 떠날때 매튜 아버지와 형에게 스키복을 빌려왔는데 

우리가 입으니 그 모습이 좀 웃겼다. 

 

 

 

쟝의 직장 스키빌려주세용

 

 

 

 

 리조트의 이름은 Serre Chevalier.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키 스테이션이라고 한다. 가장 높은 코스가 무려 2830m에 위치해 있음 

늦게 도착해서 조금 떨어진곳에 주차를 해야 했던 우리. 그곳에서 매튜는 그야말로 낑낑 거리며 부츠를 동여매고 있었다.굳이 완착하지 않아도 스키부츠는 걷는데 지장이 없는데 너 왜 그걸 지금부터 신고 있냐 하니 잠시 먼산을 바라보다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산맥 전체가 스키 슬로프였는데 난이도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녹색- 초보 파랑-초중급 빨강-상급 흑색-최상급 우리는 파랑색 슬로프를 주로 이용했음.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구만. 사방이 온통 새하야니 원근감을 종종 상실하곤 했다.

 

 

 

한참을 타다가 다른 코스도 가보자 하고 산 중턱에서 리프트를 갈아 탔는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bad sign 1. 이용객 중에 유아가 보이지 않는다.

bad sign 2. 이용객 자체가 매우 적다.

bad sign 3. 보통 4인이 탑승하게 되어있던 다른곳과 달리 리프트가 3인용. 속도도 빠름. 

 

이거 혹시 우리를 상급자용에 내려 놓는거 아니냐 하며 공포스러워하는 내게 매튜는 어느 리프트를 타도 쉬운길은 항상 있다며 나를 진정시켰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얘가 어떻게 알어 너도 여기 처음 왔자나.

게다가 리프트가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던지 내릴 포인트 잘못 계산해서 등과 뒤통수로 착했다. 

아 내 등, 아 내 선수생명..  

바로 그 후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공포의 빨간 깃발.

 

젠장!

 

 

경치 만큼이나 경사도 엄청났다. 엉엉엉...

 

 

 

여기가 우리가 내려온 곳은 아니지만 체감상 저 정도 경사였던 것 같다.

 

 

 

리프트를 타고 다시 내려가겠냐는 매튜의 제안에 이십년전 울엄마를 떠올리며 그것만은 안된다고 내 자신을 설득했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무서웠다. 수영 못하는 사람이 튜브없이 열길 물 속에 있는 느낌이 이런거겠지.  

일단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턴하기가 힘들고 무릎도 쑤시고 속도조절 안되고.

한 십미터 기다시피 내려오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헉헉헉헉 이것이 바로 패닉어택인가?

매튜가 뒤에서 따라오며 넌 할수있어 힘을 내 하고 응원해줬는데 그때 심정으로는 스키 벗어서 얼굴에 집어 던지고 싶었음.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이 악몽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방법은 최대한 빨리 이곳을 내려가는 길 밖에 없었기에 매튜에서 뒤에서 오지말고 먼저 가라고 했다. 혼자 내버려 두면 덜 징징대고 어떻게든 쫓아 가겠지. 

역시 그랬다. 정신없이 내려오고 나니 아드레날린 탓인가 만취한 느낌.

문득 왜 십년이 넘도록 스키리조트를 방문하지 못했음에도 이 스포츠가 그립지 않았는지 생각이났다.

 

난 스키가 싫어. 

하도 오래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한번도 좋아한적이 없었던 것 같아. 

 

 

 

 

다른 곳으로 내려오겠다던 데이브를 기다리며 

 

 

 

 

다른 곳으로 내려오겠다던 데이브를 기다리며 ..

근데 이 사람 옆마을로 내려왔음........... 찾는데 오래 걸렸다. 스키장 크긴 크구나.

 

 

 

돌아와서 해먹은 퐁듀 

 

 

 

아 단란해 보이는 풍경

 

 

 

 

고양이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는 사람 머리에 대고 붕가붕가를 해대는 것이였다. 

이날 아침 매튜가 당했음. 더 무서운건 그러다 사람이 깨면 꾹꾹이를 해주며 다시 잠들기를 기다린다는 것임.. 

덕분에 최근 '도미닉' 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는데 그것은 강간 스캔들에 휘말린 프랑스 정치인의 이름이라고 한다. 

 

 

 

 

 

 

 

 

사일째에는 브리앙송 Briançon 이라는 근처의 오래된 마을을 구경하러 갔다.

마을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쌓여 있는 점이 특이했음. 이동네의 몇몇 건물들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라고 함.

 

 

 

이렇게 성문을 통과하면 보기좋은 마을이 보이지요

 

 

 

빵 가게 그러고 보니 빵이라는 말은 불어 였잖아? 왜 여태 생각을 안해봤지?

 

 

 

이 마을은 길 한가운데로 물이 졸졸 흐른다. 중국의 충격적이였던 공중화장실이 떠올랐음.

 

 

 

 

 

 

 

 

 

 

 

 

 

 

 

 

 

 

 

 

 

 

 

 

 

 

 

 

 

 

 

 

 

 

 

멜라니와 쟝의 집에 있던 Sine Mensuel 라는 좌익성향의 신문

 특이한점은 거의 모든 기사가 삽화와 만화로 구성되어 있었음. 

 

 

 

 

 

 

 

즐거웠던 시간과 스키장의서의 공포를 뒤로 하고 출국하는 데이브를 공항으로 바래다 주러 다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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