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양곤 이모저모 + 쉐다곤 파고다. 종교란 스테로이드와도 같은 것일까? Yangoon, Burma 2012/09

유 진 정 2013. 2. 2. 01:11

11개월간의 뉴질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방콕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안입고 안쓰며 모은 돈으로!!! 동남아를 돌며 최대한 오랜기간 동안 빈둥거리기 위해서였지요.

그 첫번째 나라는 버마. 버마의 공식 국호는 미얀마이지만 그것은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독단적으로 바꾼 것이라고 하네요. 원래이름은 버마였대요. 저 역시 뭐야임마의 줄임말 같은 미얀마 보다는 버마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듭니다.

 

먼저 론리플래닛을 읽으며 대강의 루트를 짜고 방콕에 있는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러 갔습니다.    

E-Vias 신청이 가능하다는 글을 읽고 웹사이트에 방문했으나 아직 정리가 안된 모양이더라구요. 비자신청을 하려면 회원가입을 하시오 라는 팝업이 뜨는데 문제는 그 회원가입을 할수없게 막아 놨다는.

뭐랄까 변화가 시작되고있지만 아직 많은 것들이 불안정한 상태인  버마의 현재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것 같았어요

 

보안요원에서부터 타나카를 바른 접수창구까지 버마 대사관 직원들은 무지 친절했습니다. 

비자신청서에 직업과 Work History 적는 란이 있어서 저 지금 백수인데 그냥 이렇게 적어요? 하니 ㅎㅎ 웃으며 걍 전직장 적으면 되요 하고 알려주더군요. 비자는 신청후 3일후에 나온다고 합니다. 하루만에 받는옵션도 있는데 비쌌어요

 

현재 버마를 육로로 들어갈수있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치앙마이에서 누가 갔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은 많았는데요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겠죠. 에어아시아를 통해 양곤 IN 만들레이 OUT 왕복표를 끊었습니다. 가격은 편도 60-90불 정도. 

 

비행기에선 옆자리에 앉은 영국 청년과 수다를 떨며 이런저런 정보를 얻었습니다. 

맷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1년 전부터 양곤에서 NGO 활동을 하다가 처음 으로 휴가를 얻어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네요. 4월 보궐선거 이후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승리했지요. 오랜기간 군부독제하에 있던 이 나라에 민주화의 입김이 ) 버마에는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일단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몰려 들고 있고 그러다보니 게스트하우스같은 시설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이 딸린다고 하네요. 실제로 여행하다보니 거의 모든곳들이 론리플래닛에서 명시한것 보다 딱 두배정도 비쌌어요

버마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예산은 조금 넉넉하게 준비하시길. 

 

그리고 ATM 기계가 처음으로 도입됬다고 해요. 국민들은 기계에서 돈이 나오는 것을 보며 경이로와 하고있다고.

하지만 아직 외국인이 사용할수있는 ATM은 없어요. 100% 캐쉬를 여행내내 짊어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여자혼자 여행하면서 현금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 참 부담스러웠는데요, 다행히 버마의 치안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정말로 좋았습니다.

뭐 적어도 외국인에게는 그렇다고 합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처벌이 어마어마하다네요. 

그리고 사람들도 아직 관광객들에게 본격적인 시달림을 당하지 않아서 그런지 순수하고 친절하고 뭐 그래요.

 

비행기에서 내린다음엔 양곤 시내로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했는데요, 흥정을 해야합니다. 5불이 적정가라고 들었는데 맷은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거냐며 10불주면 잘간거라고 합니다. 뭐 합승을 했으니 각자 5불, 예산대로 들어갔네요.

가는 동안 맷이 숙소를 추천해주었습니다Chan Myae Guesthouse 라고 하구요  자세한 정보는 요기에. 

http://www.tripadvisor.com/Hotel_Review-g294191-d2492544-Reviews-Chan_Myae_Guesthouse-Yangon_Rangoon_Yangon_Region.html

 

여기 정말 괜찮았어요. 아침밥이 맛있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꽤 어려보이는데 무지 똘똘하고 친절하더라구요. 

방마다 에어컨 티비 선풍기도 있었구요. 전체적으로 깔끔했어요. 가격은 10불이였습니다.

 

이 당시 버마의 게스트 하우스들은 6불에서 15불 사이였는데요 지금은 좀 더 올랐을지도 모르겠어요. 

버마는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지에 비하면 숙소가 비싼편이예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게스트 하우스는 허가받기가 까다롭고 돈도 많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물론 자국민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소는 저렴합니다. 

 

창메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딱한가지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증축증인 옆건물에서 들려오던 소음..!

깡깡깡깡 망치질 소리에 귀가 멍멍. 9시부터 5시까지 공사를 매일같이 하더군요.

그시간에 돌아다니면 되니 큰 문제는 안되었지만  왜 가끔 더운날씨에 지치면 숙소에서 조용히 쉬고싶을때도 있잖아요. 그것만은 불가능한 곳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야 가변적이니 지금은 고요할지도

 

 

 

 

8살 딸에게 영어공부를 열심히 시키고 있다는 택시기사 뛜롭씨

제 사진을 한장 찍고싶다기에 서로 한장씩 찍었습니다

 

 

 

 

양곤의 거리를 걷다보면 그야말로 뚫어져라~쳐다보는 버마인들의 시선을 느끼게 됩니다.

뛜롭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우리가 그동안 외국인 볼일이 없었잖아. 최근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수 밖에 없지' 하네요.

음 역시 그렇겠지요. 그런데 진짜 뚜욿어져라~쳐다 봅니다. 이런상황을 종종 즐기는 자뻑인 저조차도 가끔은 식은땀이...

 

그런데 이럴때 덜 불편해지는 방법이 있어요.

밍글라바! 하고 손을 들어 인사를 먼저 하면 돼요. 

표정하나 없이 쏘아보던 사람들 얼굴이 0.1초만에 헤헤헤 풀어지면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창메이 게스트하우스는 4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파른 계단에 헉헉 대는 게스트들을 위한 격려의 문구

 

 

 

본격 효심 공략. 재미있는 프로모션이네요. 

 

 

 

 

객실 내부 

 

 

 

 

 

 

 

 

 

1.무슬림이 없는 병원

2.무슬림에게는 공짜인 병원

3.무슬림이 운영하는 공짜병원

무슨소리야.. 너무 모호해요!  3번의 의미가 그나마 유력한 듯 

 

 

국가기관 건물 둘레에는 삐죽삐죽 철조망을 두른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습니다.

아 그리고 버마 남자들은 사진처럼 롱지라는 치마를 입고 다녀요. 양복셔츠에도, 메탈리카 티셔츠에도 하의는 롱지.

 

 

 

 

 

 

 

 

 

 

 

 

 

 

 

 

 

 

 

 

 

 

 

 

 

양곤 시외를 둘러 볼수있는 열차 안에서. 한번 주욱 도는데 가격은 2불인가 했어요. 

푸짐한 엉덩이를 과시하며 낮잠을 즐기는 언니를 보면 알수있듯이 안은 무척 더워요. 3시간 후엔 완전히 지쳐버렸어요. 

사진이 작아 잘 안보이는데 잘 들여다 보면 Warmly Welcome & Take a Care Tourist라는 표어가 붙어있어요. 이런 문구는 버마여행 내내 여기저기서 볼수있었는데요  뭔가 자국민들에게 '늬들 어 관광객들 보면 알아서 잘해야 돼!! 알았지!!' 하고 강요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볼때마다 쫌 찝찝했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함께 돌아다닌 아나 양과  역무원 꾸꾸씨. 영어를 잘하던 꾸꾸씨는 관광객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이일을 하고 있다고 해요. 

 

 

 

 

 

 

 

 

 

 

 

 

 

 

 

정말 더웠어요. 온몸이 끈적끈적. 이럴땐 낮잠을.

 

 

 

열차에서 내린 다음 아나가 전에 맡겨놓은 새 롱지를 찾으러 갔어요. 가방이랑 치마랑 색깔이 예뻐요.

 

 

 

 

사탕수수에 라임짜서 넣어주는 이 음료수 저는 너무 사랑해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으로 즙을 짜내는 기계에 넣고 드르륵 돌려 버리던데 버마에서는 아직 수동기계를 사용해요.

 

 

 

어린시절 아웅산 수치여사가 살던 집이래요. 

 

 

 

 

 

 

 

 

노라와 존. 존은  한국에 있을때 제 친구의 친구여서 낯이 익은 사이였어요. 버마에 간다고 하니 친구가 존이 양곤에 살고있다며 연락해 보라길래 만났습니다. 존은 몇년전 승려가 되고싶어서 이나라에 왔다고 해요. 2년간 머리를 깎고 탁발을 다니며 살다가 지금은 맛있는 고기와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영어선생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존은 이 나라가 마음에 들지만 요가팬츠와 드레드락 머리를 하고 원러브를 외치는 백인 히피들이 곧 들이닥칠 거라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쩌겠어요. 싫든 좋든 개방이라는게 그런거죠

 

 

 

 

 

 

 

 

 

 

마지막 날엔  버마 최대의 불교 성지라고 하는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했습니다. 

사원 안에 양곤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랜드마크, 거대한 황금탑이 있어요. 입장료는 5불, 버마인은 무료입니다.

여권을 확인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여서 버마말을 좀 할줄 아시면 롱지입고 타나카 바르고 슥들어가면 입장료 공짜

 

버마에서는 이렇게 외국인에게만 돈을 받는 곳이 많았는데요. 이 돈들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사실 독재정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라고 해요. 큰 호텔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고급버스등에 지출하는 돈역시.. 그래서 론리 플래닛이 추천하는 여정중에 이 Government Fee Free 코스가 있더라구요. 유명한 관광지를 패스할 지언정 내가 지출하는 돈이 민주화 억압하는데 쓰이는 꼴은 절대로 못 보겠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정입니다. 

 

아 그리고 쉐다곤은 해가 질때쯤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운 날씨도 날씨지마는 금박을 입힌 동남아 사원들은 해가 쨍쨍할때 보면 뭐랄까 쫌 싸보인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저녁에 조명을 받았을때가 훨씬 멋져보이더라구요. 

늦은 오후 쉐다곤의 분위기는 참 편안했어요.

밥먹는 사람, 잠자는 사람, 스님이랑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젊은이들, 사원이라고 해서 막 엄숙 진지 하다기 보단 공원같은 느낌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젊은 스님들이 영어도 연습할 겸 관광객들의 가이드를 해주기도 한다는데요, 역시 주위를 둘러보니 서양인 관광객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스님들은 많이 볼수있었어요. 전날 기차여행을 함께한 아나양 역시 스님 가이드와 함께 쉐다곤을 구경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투어도중 그 스님이 갑자기 

' 아나씨, 지금까지 당신이 한번도 본 적 없는것을 보여줄까요? ' 하더래요.

저는 순간 스님 바바리맨 -_- 같은것을 상상했답니다. 아나도 그랬데요.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것은 아니였구요,

쉐다곤 파고다의 꼭대기에 76캐럿짜리 다이아 몬드가 붙어있거든요. 

반짝반짝 빛을 반사하는게 마치 꼬마전구같이도 보이는데 그 다이아 몬드가 어떤 특정한 스팟에 서면 여러가지 색으로 바뀐다고 하네요. 한발자국 앞으로 가면 빨간색, 뒤로가면 녹색. 이렇게요. 

 

그거 저도 봤어요. 두리번 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중국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그 스팟을 가르쳐 주더라구요

신기하대요. 고맙습니다 하고 가려는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붙잡는 할아버지..  싫다는데도 붙잡고 그러지 말고 이리서봐~하시길래 음 공짜는 아니였구나 싶었는데 역시 5불에 자기를 가이드로 고용하라고 하시더군요. 쉐다곤의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함께 다니는 것도 괜찮을듯, 저는 혼자 멍때리고 싶어서 깨끗이 거절했습니다. 

 

파고다 앞에 자리를 잡고 철퍼덕 주저앉으니 낮동안 태양열로 뎁혀진 돌바닥이 뜨끈뜨끈하니 좋았어요. 

순금을 입히고 다이아몬드를 치장한 탑에대고 아무리 간절히 기도를 올려봤자 이루어 지는 것은 없을테지만 눈을 호강시키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을 듯. 탑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종의 공명을 듣고 있자니 대략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이런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앞에두고 신의 위대함에 감복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창조해낸 인간의 상상력과 감각, 노력에 감탄해야 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종교적 신념이 없이 과연 이런 무시무시한 디테일의 건축물이 탄생할수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그래서 말인데 종교라는 것은 스테로이드와도 비슷한것 같아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듯.  

 

 

심지어 치명적인 부작용과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지 않나요

 

 

저는 무신론자이고, 광적인 믿음은 핵폭탄급으로 위험해 질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종교라는 양날의 검은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저를 감동시키기도 하는군요. 

 

 

 

 

 

 

 

 

 

 

 

 

 

곧 일어나 디스코를 출것만 같은 부처님들

 

 

 

으음 이 부처님은 무언가 비호감이예요 초코파이를 뭉쳐놓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초코파이보다 더한 비유도 생각나는데

 

 

뭔가 비굴

 

 

 

 

 

 

 

 

 

 

 

한번 들어와 보시라니깐요?

 

 

 

 

 

 

 

 

 

 

 

 

 

 

 

 

 

 

 

 

 

 

 

 

 

 

 

 

 

 

 

 

 

 

 

 

 

정신이 아득해지는 티셔츠 

 

 

 

 

 

 

 

 

 

 

 

 

 

 

 

버스에서 내려 길을 잃고 당황해 하던 저를 도와준 언니. 가는방향이 같다며 양산까지 씌워 주셨어요

 

 

 

이런것도 한류의 영향일까요?

 

 

 

 

 

 

 

 

여기까지 3박 4일간 일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 인리호수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양곤에서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던 나라답게 뭐랄까 시간이 고여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환전은 미국 달러밖에는 안되고 (그것도 티하나 없이 빳빳한 새 지폐만 가능), 한국,일본의 중고택시와 버스들이 시내를 활보하는 양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폰을 쓰는 사람도 있구요.

 

버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단어는 '월드''인터네셔널''골드' 라고 하는데요 국제화에 대한 버마인들의 열망을 엿볼수있던 부분이였어요. 

그런 그들의 의지가 개방의 물결을 만났으니 곧 대 격변이 시작되겠지요? 

몇년 후에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은 곳, 양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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