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판사의 섹시함

유 진 정 2015. 9. 3. 11:00

재판 진짜 귀찮고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일이기는 했는데 그래도 한가지 좋았던것이 있다면 그것은 판사가 멋있었다는 것이다.

얼굴도 내가 좋아하는 북방계에 법복도 마법사 같아서 신비하고 무엇보다 멋졌던 것은 말을 너무 잘함. 달변이란 소리가 아니라 모랄까 해서 마땅한 말만 한달까

 

예를 들어 피고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왜 돈을 안갚으십니까? 물어보면 피고가 막 횡설수설 이빨을 텀

그러면 다 듣고 나서  그렇다면 변제능력이 없으신 건가요? 되물음. 그러면 또 피고가 막 아니 그게 아니구 이게 이렇고 저게 저래서 한참 변명을하면

돈을 그 날짜에 갚겠다고 하셨으면 갚으셔야 하는것 아닙니까? 제가 보기엔 채무자가 변제능력이 없다고 판단됩니다만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이러이러하게 진행 하도록 합시다. 하고 딱딱딱 판결을 내리는데

상식과 권위의 조합이 이렇게 섹시한것이였다니 나는 뻑가고 말았다. 집에와서 얼굴 한번 더보려고 사진찾아봤는데 안나오는군 제길

 

예전에 엄마의 고향오빠가 중앙지법 법원장인가 모 그랬음. 그분의 가족이 외할아버지집 건넛방에 세를 내고 살았었다는데 아들들은 총명하나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갈때 등록금도 외할아버지가 꿔주고 모 나름 훈훈했던 인연이라고 함.  그래서 엄마가 누구 고소할일 생겼을때 전화를 걸어 오빠 헬프미를 외친적이 있었음

 

근데 그분이 이야기를 듣더니 ㅇㅇ야 이 자리가 네가 생각하는 그런자리가 아니다 고향동생이라고 도움을 주고 그러는것은 잘못된 일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만약 그런식으로 사법체계가 돌아간다면 문제가 있는것 아니겠니 하면서 타일렀다고 하는데 그때 엄마가 크 역시 하며 부탁도 안들어줬는데 이상하게 흡족해 하던 기억이 이번에 판사보면서 떠올랐음. 멋있엉  

 

근데 저게 직업이라면 너무 싫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말안통하는 인간이랑 말섞고나면 배터리가 방전된 듯한 느낌을 받는데 허구헌날 진상상대하다 보면 인간혐오같은거 생기지 않을까? 엥간한 인격자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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