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코코 코코코

일기예요 2015.09.22 02:32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줄어드는게 몇 가지 있는데 체중이랑 아이큐 그리고 주량이다.

이십대초반에는 허구헌날 새벽까지 술마시고 일하러 가곤 했는데 최근 몇 년간 술집에서 쓰는 돈 + 시간 + 에너지가 너무 아깝게 느껴짐.

집에서 영화 틀어놓고 카프리 한병 딱 마시는게 제일 좋은거 같음


근데 몬가 소셜활동을 하다보면 사람이 모인다 = 술집에 간다 이게 암묵적인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거 같아서 지긋지긋할때가 있음.

하긴 모 호주처럼 수영할수 있는 호수가 있는것도 아니고 공원마다 바베큐 시설이 있는것도 아닌데 술집은 널렸으니까 어쩔 수 없는건가 싶기도 함 


암튼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음주와 관련된 뼈아픈 추억을 떠올림

나가살던 친구가 남편감을 데리고 한국에 방문한적이 있음. 쪼금만 마시고 집에 가야지 했는데 도착하니 일행들은 이미 데킬라를 깐 상태였고 한잔만 마시렴 하길래 구랭 하고 들이켰다가 한잔이 두잔이 되고 두잔이 세병이 되는 사태가 발생함 


난 평소에 술에 잘 안취함. 조절을 하기도 하고 많이 마셔도 만취하기전에 토하기때문에 못 취함. 그러나 독주를 재빨리 마시면 토하기 전에 맛탱이가 가버린다는 사실을 이날 깨달음  


그리고 그날은 몬가 이상한 날이였음. 마치 보름달의 기운을 받은 웨어울프들처럼 모임의 구성원 모두가 미쳐버림 

그 쫍은 술집안에서 다들 춤을 격렬하게 추고 남자들끼리 입을 맞추고 유리잔을 마구 부수고.. 춤을 추기 시작한 시점에서 부터 기억이 잘 안남.

잠깐 기억나는건 컨버스 운동화 앞코에 피가 주루룩 흘렀던거랑 사람들이 휴지를 건내주던것?


나중에 들으니 바텐딩하던 친구가 흥에겨워 날 들어올렸는데 떨어트리면서 탁자모서리에 코를 처박았다고 함 

그리고 코 틀어막고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시커먼 옷을 입은 남자가 하나 등장하더니 전화기를 꺼내들고 파괴되어가던 술집의 내부를 촬영하던것이 기억이 남. 그것이 동거인1과의 첫만남이였음 

그 후 친구는 술집의 의자를 들고나가 가로수에 대고 때려 부수기 시작하고 나는 춤을 추며 주차해둔 자동차 지붕위로 뛰어 올라갔다고


그러다가 정신이 좀 돌아오고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 웃다보니 코가 아려오고 막 슬퍼짐. 

그래서 통곡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고양이 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나서 앞에 탁 앉더니만 완전 무표정한 얼굴로 팬이예요. 하길래 미친사람이라고 생각했음 

안그래도 울어서 쪽팔린데 팬이라는 단어가 자기혐오의 뇌관을 건드리길래 전 그런말을 들을만한 사람이 아니란말입니다엉엉 하고 다시 엎어져서 울었고 그것이 동거인2와의 첫만남이였음..   


다음날 쓸개즙이 나올때까지 토했고 코가 매우 아팠고 내 자신이 저주스러웠음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신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 싶었고 증명사진 속 비뚤어진 코를 볼때마다 이날의 과오가 떠오름

태어날때 간호사가 어머 애가 코밖에 안보여요 라고 했다고도 하고 코는 나의 시그니처 아이템과도 같은 소중한 부위였는데 술때문에 망했음


술은 인간의 광기를 이끌어내는 무시무시한 음료라고 생각험..  금주령이 괜히 내려진것이 아님.. 술권하는 사회가 시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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