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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스

유 진 정 2016. 11. 21. 02:45

극을 너무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만들어놔서 보다보면 괴롭다

이드문학관 세일즈맨의 죽음 요약본 읽을때도 고통스러웠는데 소프라노스 볼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음


멧돼지를 연상시키는 체구의 마피아 보스 토니 소프라노가 시리즈의 주인공인데 그는 외모와는 달리 매우 컴플리케이트한 캐릭터이다. 

사람잡는게 일인데 섬세한 면까지 있다보니 내면은 상당히 퍽덥이다. 결국 공황장애를 일으켜 닥터멜피라는 심리치료사에게 테라피를 받는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걸 또 주변에 숨기느라 전전긍긍..


근데 토니만 그런게 아니라 여기 나오는 남자들이 죄다 그렇다. 약한 면을 드러내는 순간 끝장이라는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에 다들 스스로를 감추는데 필사적임. 암튼 다들 비밀이 존나 많고 그 비밀때문에 죽고 죽이고 갈등이 심화되고 이 루틴의 반복


보다보면 아 진짜 왜 저러고 사냐????가 절로 튀어 나오는데 사실 또 그렇게 밖에 살수가 없는 군상들이다. 그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자극과 소소한 행복들은 모두 그 마초적 희생과 거짓말을 비료로 하여 일궈진 것들이기 때문에


암튼 본인들도 그것을 넘 잘알고있고 그래서 가끔 폭발을 한다. 예를들어 토니의 조카 크리스라는 캐릭터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충동적인 젊은이인데 그의 아버지는 마약중독자로 일찌감치 죽었다. 

크리스는 영화계에 진출하고 싶어해서 그쪽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배워먹은게 도둑질이라고 돌발행동을 자꾸 하니까 양지의 사람들은 크리스가 무서워서 거리를 둘수밖에 없고 어느날 크리스는 만땅 취해서 찾아간 극작가에게 야 넌 마피아자나 라는 말을 듣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작가를 쏴죽여버린다.


또한 여기엔 마초월드에 편승하여 사는 여성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행복한 인물은 없다. 

토니가 바람을 피우거나 총에맞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마누라 카멜라의 자글자글한 입가주름과 치장에 사용하는 금붙이들은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것 같아보인다.

그나마 제일 속편해 보이는건 엘리트대학생인 토니의 딸래미인데 적당히 위선적이고 현실적이라 남자만 가려만나면 잘살것 같음


그리고 남자들만 죽어나가는게 아니라 여자들도 졸라 죽는다. 토니의 애인들은 모두 매력적이지만 자기파괴적 성향이 강한 검은머리 여자들인데 하나같이 결말들이 참 좋지 못하다. 

나중에 토니가 닥터멜피 찾아가서 난 왜 자꾸 이런 미친년들만 만나는거냐고 하소연을 하는데 멜피가 그들의 죽음에 대한 욕망을 당신이 채워주는것으로 보인다라는 견해를 제시하니까 토니가 아니 그럼 씨발 이 여자들이 날 인간망치로 보고있다는거욧 하며 화를 버럭 내는 장면이 있는데 아주 인상적이였다. 


아무튼 직업의 특수성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걍 우리사는 모습을 보고있는거 같기도 하다.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주변인의 모습이 겹쳐보이고 소시민적 삶의 무시무시함이라는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됨. 마지막 두편 남겨두고 있는데 끝내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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