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행정

유 진 정 2017. 11. 23. 01:00
우리동네에 노점이 많다
일전에 과일사러 갔다가 과일가게 앞에 자전거를 대는데 그앞 노점 주인이 여기다 대놓으면 사람(자신)못지나다녀서 안된다고 손사레를 치길래 대던 자전거를 다시 뺐다. 근데 그러는 와중 그 옆 시계노점 아저씨가 여기다 자전거를 대는 사람이 어딨어어어 소리를 지르길래 아 지금 빼는거 안보이냐고 나도 소리를 질렀음. 둘다 소리를 지를수밖에 없는게 노점이 반쯤 점거한 좁은 도로위에 인간들은 북적거리고 시끄럽고 완전 혼돈의 카오스였기때문에..
암튼 나는 거기서 싸움으로 소모할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뺐지만 맘속으론 불법좌판벌인건 자기들인데 합법소비를 하러온 내가 왜 불편을 감수하고 욕까지 먹어야 하는건가로 시작하는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버스정거장 근처엔 분식노점이 즐비하다.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는 기름때에 절어 있지만 떡볶이가 맛있고 튀김도 빠삭빠삭하기 때문에 종종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도 가끔 받고 아줌마의 생활에 대해서도 좀 알게 되었다. 한여름에 기름통 앞에 서서 땀을 뻘뻘 흘리는 아줌마에게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야겠다고 하니 남편이 지금 장기휴가 중이라고 하시길래 왜 남편 분만 휴가를 가냐, 아줌마는 맨날 일하는데 불공평하다라고 흥분했더니 아줌마는 아이고 내가 자리를 비울수는 없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며칠 뒤 아줌마의 남편을 보고 나는 왜 아줌마가 자리를 비울 수 없는지 알게 되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이빨이 남들 반정도 밖에 없는 중년의 남자. 무엇보다 눈이 완전히 죽어버린 그는 폐인에 가까웠다. 아줌마를 돕는답시고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실수를 연발하다 외려 신경질을 내는 그를 보며 나는 아줌마에 대한 리스펙트와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저 사람과 아이를 만들고 대학까지 보냈다니. 그리고 떡볶이는 왜이리 맛있어 

아무튼 노점은 거리의 미관을 해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너무나 불편하게 만든다. 
아줌마네 떡볶이는 맛있고 값도 싼데 아줌마 남편은 폐인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행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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