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이사 열달째

유 진 정 2018. 5. 10. 20:09

중간 기록

 

1. 동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시끄럽다는 것이다.

재개발로 인한 공사 + 싸움이 자주 일어나서인데 소음 원인 중 신박한것으로는 새벽1시-4시사이 주차장에 차대놓고 청국장 발라드를 풀볼륨으로 주구장창 틀어놓는 자가 있었다.

세번째 반복되던 날 신고했는데 경찰차가 골목에 진입하자마자 차주가 노래끄고 달아나버림. 한동안 조용하다가 며칠 뒤 집에 손님이 온날 다시 시작되어 재신고하려는 찰나 밖에 좀 보라고 해서 내다보니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엔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코 라이트를 차 천장에 매달아놓고 노래를 감상하고 있길래 빵터짐. 다행히 그 후론 조용    

 

3. 노인이 점점 싫어진다. 그놈의 젊은 사람이 좀 봐줘...!!! 추해지기 전에 죽을 권리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게 됨   

 

4. 플래카드를 망토처럼 두르고 해병대 더블백을 짊어진 젊은 남자가 하나 돌아다니는데 평소엔 흐느끼거나 욕만 하더니 그저께 갑자기 죽어!죽어! 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마구 찢고 유리병을 깨기 시작했다.

5분 정도 그러고 있는데 제지하는 사람이 없길래 신고하고 영상을 찍고 있는데 이번엔 다쓴 스프레이 캔들을 주워 코로 가스를 흡입하고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꽤 충격적인 광경이여서 도대체 무엇이 끽해야 내 또래인 사람을 저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 궁금해졌다.

경찰차가 도착하자 소라게처럼 숨어있던 노인들이 모두 기어나왔고 그동안의 그의 행각에 대한 성토의 장이 벌어졌다.

여경에게 시설같은데 들어가게 할 수는 없냐고 물어보니까 기물파손이나 실제로 사람을 해한게 아닌 이상 어렵고 절차가 복잡하다고.. 암튼 그는 경찰차를 타고 사라졌고 다시 돌아오게 될지 행동반경을 바꾸게 되었을지는 아직 미지수

 

5. 이사 이후로 공권력의 덕을 보게 된게 벌써 네번째인데 특이한건 아무리 병신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사람들이 신고를 안함.

꼭 경찰 뿐만 아니라 뭔가 일이 터졌을때 전문가가 아니라 자기들 선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현상이 자주 눈에 띄이는데 좋게 말하면 자주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걍 꾹꾹 쳐참고 사는 느낌

 

6. 주인집 할머니랑 윗집할머니 화낼때 톤이 이명희랑 똑같음

 

7. 암튼 고통이 난무하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사는 동네 특유의 귀여움은 존재함.

야채가게에서 만나는 아줌마들의 격식없음이 특히 재밌음. 계산하는 아줌마의 말버릇은 환장하겄네~이고 기본이 다 반말인데 자기들끼리 소소한 부탁도 잘하고(짐이 넘 많을때 들어달라고 하는 등) 또 잘 들어줌

 

8. 계층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됨. 예전에 갤러리에서 알바할때 부유층의 허위의식과 권태 등을 목격하며 왜저러고 사나 생각한적이 있는데 그쪽이 감춰서 지루하다면 이쪽은 너무 다 드러내서 끔찍함.

 

암튼 결론은 계약기간 끝나면 이사를 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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