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간

일기예요 2018.12.11 10:49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못갔는데 

뜬금없는 조합 + 즉흥적으로 파우스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존나 굿이었다. 

나는 춤추러 갈때 선글라스를 꼭 가져가는데 눈에 뵈는게 없어야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파우스트는 선글라스를 안껴도 된다. 너무너무 어두워서..


암튼 흥에 겨워 맨 앞으로 진출해 춤을 줠라 추고있자니 허리를 붙잡는 자가 몇명있었고

저리 가라고 하니까 1초만에 사라졌다. 별로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연말이라 눈들이 뒤집혔나봄

동행이 왜 가라고 했어요 물었을때 오잉 그러게? 싶어졌는데 걍 접근방식이 진부해서 그랬던거 같다. 

세상 미치광이는 다 만나고 다니는것 같으면서도 기준이 까다로운 것이 나의 병신같은 점이다. 


아무튼 클럽에서 맘에 드는 이성을 잘 찾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딱 한번 맘에 드는 디제이가 있었는데 키스 잘하냐고 물어봤더니 

선 자리에서 일 미터를 뛰어오르고(뻥) 보노보노 땀방울을 발사하며 왜이래 나 유부남이야!를 외쳤다. 

아니 제가 키스 잘 하냐고 물어봤지 결혼 하자고 한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다행히 그와는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불륜하면 최대 삼천까지 남자부인에게 줘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

지금은 삼천만원이 아니더라도 유부남과는 엮이지 않는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A(21.남) B(25.남) C(19.여.B가 꼬셔옴)와 함께 핫하다는 힙합클럽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디제이가 웨스트사이드 니거~ 하니까 클럽안의 동양인들이 예~ 하고 뛰어오르는것이 충격적이었다. 

B는 입장하자마자 클럽안의 소녀들을 모두 꼬셔버릴 기세였다. 

완전히 찬밥신세가 된 C를 보며 나는 야 니가 데려온 애 신경 좀 써라 잔소리를 했고 

B는 아~ 괜찮아 그리고 걔 지루해 라고 대답하더니 바닥에 드러누워 춤을 추었다. 

캐미솔을 입은 소녀에게 번호를 따는 B를 보며 어린남자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C의 표정과 웨스트사이드 니거가 맘에 걸려 별로 즐겁지 않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A가 주차된 차 위를 뛰어다니는 것을 구경했다. 

곧 C가 C만큼이나 어려보이고 쇼미더머니 열심히 챙겨볼것같이 생긴 남자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더니 

나 먼저 갈게~ 귀엽게 손인사를 하며 사라져갔기때문에 나는 갑자기 고모가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고모뻘이긴 함)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뛰어가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요즘 애들은 쿨하다고 생각했다.  


훗날 나는 A.B.D(A.B의 친구)와 각각 잔 뒤 잠수를 탔는데 이것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A는 자기 사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기 때문에 가끔 생각이 난다. 

나중에 우연히 마주친 B에게 백허그를 했더니 좋아하는 눈치길래 다시한번 요즘 애들은 쿨하다고 생각했다. 


파우스트에서 밤을 지샌 뒤 하루 꼬박 몸져눕고 다음날 명상을 하러 갔다.

시작시간까지 몇 분 남았길래 명상원 책꽂이에서 미니북을 한 권 꺼내 펼쳐보았다. 

펼치자마자 ' 밤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화가 끊이지 않는다 ' 라는 대목이 등장하길래 혼자 푹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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