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쾌락과 고통

일기예요 2018.12.20 07:12
우체국 차례를 기다리며 3살정도 되어보이는 딸과 갓난아기를 안고온 아기엄마 옆에 대각선 방향으로 앉았다.

아기띠 방향 때문에 아기얼굴이 내쪽으로 향하게 되어 좀 들여다봤는데 눈을 마주치자 이 인간이 갑자기 빵긋 웃는것이 아닌가? 새 인간이 웃는 모습은 초카와이 그 자체였다.
나는 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인간의 말이 좀 통해야 좋아짐) 그 함박웃음에 완전히 무장해제되어 반사적으로 잼잼을 시전하고 말았다. 아기는 검게 칠한 나의 손톱에 특히  흥미를 느끼는듯 했고 웃을때마다 이빨이 하나도 없어서 젤리같은 잇몸만 보이는것이 인상적이었다.
암튼 우리는 소리없이 놀고있었는데 아기엄마가 뒤통수에 눈이 달렸는지 아니면 모자간에 신비한 텔레파시같은게 통하는지 ㅎㅎ 하더니 걔 웃어요? 하길래 네 애기가 잘 웃네요 하고 새 인간이란 놀랍도록 기쁨을 주는 존재로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곧 아기엄마는 차례가 되어 창구로 갔고, 그녀가 볼일을 보기 시작하자 3살정도 되어보이는 딸이 칭얼거리기 시작하더니 우체국 바닥의 끝부터 끝까지를 굴러다니며 하프물범 털가죽 마냥 희디 흰 퍼코트를 회색으로 만들어갔다.
새된 소리를 지르며 격렬하게 관심을 갈구하던 작은 인간은 마침내 일어나는가 싶더니 '일부러' 픽 넘어진 후 힝힝하고 우는'척'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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