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레진라이브 2018

유 진 정 2018. 12. 21. 02:55

연재한지 3년된 작가까지 초대해주는 레진 클라스.. 혜자롭군..

15년 브이홀 파티 이후 처음 가본 레진라이브였는데 재밌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뉴스를 잘 안봐서 속사정에 대해서는 이날 다 들었다
브이홀 파티땐 디제이 부스가 있었는데 부스 앞 80%가 공동으로 비어있고 백여명의 만화가들이 모두 뒷벽에 딱 달라붙어 앞으로 안나가려고 용을 쓰고 있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회사가 만화인들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는지 이번엔 스탠딩이 아닌 착석파티를 주최해주었다. 그것도 무려 메리어트 서울에서 
설마 아는사람이 있으려나? 하고 슥 들어갔는데 다행히 동기인 대현이가 있었다 (대표작: 나도 만질거야) 대현이도 나처럼 밥을 먹으려고 왔다고 했다.

사회자 권혁수가 등장하여 좌중의 환호를 받은 뒤 마술사 최현우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밥이나 빨리주지.. 하고 보고있었는데 엄청 재밌었다. 마술도 마술이지만 청중을 사로잡는 실력이 대단해서 프로란 이런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밥이 나왔다. 에피타이저는 내가 무서워하는 생선이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삼켜버렸다.

 곧이어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우리 테이블이 끝쪽이라 자꾸 소외되어서 제발 저희에게도 밥을 주세요를 외쳐야 했다.  
디저트로 나온 딸기 무스는 아주 예쁘고 맛있었다. 대현이가 다이어트한다고 자기것도 먹겠냐기에 사양없이 해치웠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첫번째는 소유라는 사람이었고 대현이에게 누구냐? 하니까 시스타.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두번째는 케이윌이라는 사람이었는데 대현이에게 누구냐? 하니까 유명인.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번째는 AOA라는 그룹이었는데 설마 옹성우..? 라고 혼잣말을 하니 대현이가 옆에서 설현. 이라고 대답해서 약간 실망했다. IOI랑 헷갈린듯.. 

그리고 집에와서 찾아보니 옹성우가 소속된 그룹은 IOI도 아니고 워너원이었다. 아니 이름들이 뭐이리 다 비슷해? 글고 그렇게 사랑했는데 그룹명을 까먹다니..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아무튼 세 가수 모두 내 취향은 아니었으나 애티튜드들은 놀라웠다. 
특히 걸그룹들의 절대 미움받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인상적이었는데 모두 너무나 겸손하고 저자세에다 성실한 느낌이라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1세기의 대중은 냉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만한 락스타 대신 소년소녀가장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걍 똑똑해 진거같음. 니들이 이만큼 서어비쓰를 해야 우리가 관심을 줄것이 아니니 뭐 그런느낌

무대 중간에 빠져나와 돌아다니다가 타로점을 봤다. 타로점 코너과 인형뽑기 기계가 연회장 밖에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운과 연애운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하니 하나밖에 안된다고 하길래 직업운을 골랐다. 점술사(?) 분이 시키는대로 카드를 6장 뽑고 기다렸다.

- 결과 -

현재 나의 상태: 만신창이
슬럼프 극복시기: 2월 이후 
좋은것 : 해외진출. 순수한 사람 또는 아이들과 가까이 하기 

여태 좋은건 다 하고 살았었군.. 전에 친구가 봐준 타로점 결과는 당신은 히틀러와 동일한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였는데

그리고 본격적으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시금치 필링이 들어있는 페스츄리는 이날 등장한 모든 음식중에 가장 맛있었다. 진짜 개맛있었는데 어디서 파는거지?

만화가들도 술에 취하자 쏘셜해졌다. 동석한 작가들과 인친을 맺고 마지막에 합류한 테이블에서는 연속으로 앉은 네명이(나포함)피씨방 알바를 한적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술을 좀 더먹고 다시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인형뽑기에 도전했다. 일인당 3회씩 시켜주는거였는데 고라파덕 세 번 실패하고 졸라서 한판 더 했다. 

두번 더 실패하고 타겟을 바꿔 마지막에 뮤를 건져냈는데 인생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고라파덕이 안나올때는 뮤에도 도전해보아야 하는것이다.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피디님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옆구리에 뮤를 끼고 역으로 향했다. 

장대현은 너 그거 이사할때 버리는 짐 될거라며 악담을 퍼부었지만 보들보들한 뮤는 추운 겨울 귀가길 큰 위로가 되었다.

밑에는 기념으로 받은 머그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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