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모친 심부름으로 내년 항공권 예약하다가 흠 그럼 다음 주에 가는건 얼말까 별 생각없이 검색 해 봤는데 왕복 항공권이 무려 78000원...?!; (유류세 포함)
그래서 충동적으로 결제. 숙소도 걍 아고다 비즈니스 호텔 리스트 중 대충 사진 맘에 드는 걸로 골라서 후다닥 예약
이번 여행의 컨셉은 대충대충으로 정했음 (언젠 애썼나?) 그래도 맛집은 검색해보고 출발했다.
가방 안엔 속옷, 목도리, 여권, 선글라스, 어댑터, 카메라. 출발 당일 아침에 짐 쌈
근데 너무 대충 준비했는지 출항시간을 착각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호ㅗㅗㅗㅗㅗ
인천 공항 도착 전전전역에서 실수를 깨달음. 모친 표 산거랑 헷갈렸던듯
이대로라면 출항 50분 전 공항 도착인데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으나 항공권 가격 생각해보니 다시 식은땀이 기어들어감
그래도 놓치기는 싫었기 때문에 전철 내리자마자 쳌인 게이트까지 뛰었다. 도중에 배고파져서 철인삼종경기 스타일로 귤까먹으면서 졸라 뜀
생각해보니 항상 일본갈때만 이런식의 소소한(?)실수를 저지르는데
다른나라는 전날부터 긴장을 빡 하고 준비하지만 왠지 일본은 해외가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변명)
암튼 레이트 쳌인이요!! 외치며 카운터로 야수처럼 뛰어들었는데 직원이 연착되었다고 알려줌 wow
그래서 ATM가서 돈뽑고 환전도 함. 그러고 보니 이것도 미리 해뒀어야됐는데 하여튼 빠져가지고
그렇게 수속밟고 뭐하고 출항 딱 5분전에 게이트 도착. 연착 안되었으면 못탈뻔했네
이때 잠시 시국생각을 했는데 유니클로 입고 일본여행가는게 친일이라면 나는 친일파가 맞는 것 같다.
거울을 보니 몸에 걸친 츄리닝 맨투맨 후리스 죄다 유닉클로임. 손목시계는 카시오 운동화는 아식스 아니 생각해보니까 빤스랑 내의도 유니클로잖아 변명의 여지가 없구만
전에 광주 하정웅 미술관에서 읽은 자서전 중 하정웅이 한일 교류전을 주최한 지인한테
' 선생은 언제부터 친일파이셨습니까? ' 까놓고 묻자 지인이
' 나라즈케가 먹고 싶구만.. ' 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실려있었는데 그 생각이 잠깐 났음
호텔이 있는 텐진으로 먼저 갈까 하다가 어차피 풀어놓을 짐도 없는거 걍 바로 여행이나 하자 싶어서 오호리 쿄엔(공원)역 표 끊음 여기에 시미술관이 있고 거기로 갈것임
시립미술관은 내외부가 죄다 갈색톤으로 되어있어서 매우 보기가 좋았다.
나는 일본에 올때마다 건물에 갈색들을 조화롭게 잘 쓰는것에 대하여 감동을 받곤하는데 재패니즈 브라운이라는 주제로 책 같은거 나와있으면 사고싶음
미술관에 진입하면 바로 오른쪽에 양식당이 있다. 걍 캐주얼한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고 할머니들이 엄청 많음
배가 고팠기 때문에 들어가서 미술관 런치(1800엔) 라는 것을 주문함. 혹시 생선 들어있을까봐 손짓발짓 영어로 물어봤는데 포크라 그래서 안심하고 시킴
아닝 근데 구운 고기를 기대했는데 이건 걍 유자소스 뿌린 족발 세조각이잖아.. 농담이 아니고 진짜 걍 식은 족발임
빵이랑 버터는 맛있었고 양이 적어서 간에 기별 정도만 감
전시는 컬렉션전/기획전/구스타보 모로 (그 졸라 유명한 살로메 그린사람)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특별전은 따로 표를 사야함. 나는 컬렉션전이랑 기획전만 봄
뭐 무슨 보이스 어쩌구 컬렉션은 그냥 그랬고 도코인에서 가져온 12간지 불상들은 헉 소리나게 멋있었음
제일 재미있었던건 센가이 기본 Sengai Gibon이라는 스님 그림들이었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귀엽잖아!!!!!!!!!!!!! 나오면서 굿즈샵 들러 저 호랑이 그림 엽서 한장 삼
1750년에 태어난 사람이라는데 만화강국의 근간을 엿본 느낌이었음
공원을 나서면서 오랜만에 혼자하는 해외여행이 아주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뭐 별거 안해도 걍 모르는 동네에 혼자 있으면 좋은듯..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먹고
이제 단풍을 보러 모미지 하치만구 라는 신사에 갈것이다.
아 구글 오프라인 지도 받아갔는데 길찾는데 엄청 유용했다. 그걸로 버스노선 보면서 돌아다님
이쯤에서 전철역 찾다가 넘 멀길래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한자로 텐진써있는 노선 찾아보고 잡아탐
이번에도 요금내는 방법 몰라서 어리버리하고 있는데 이번 기사는 와까리마셍 어쩌구 하면서 꾸사리 줌
대충 아 니가 어디서 탔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이런 뉘앙스였음. 승차한 정거장을 알아야 계산이 가능하다고.
앗 어쩌지 하다가 올라탔을때 근처 역 이름이 니시진이였던게 기억나서 니시진! 외친 뒤 겨우 계산하고 내림
여러분 후쿠오카 버스를 탈때는 (현금 이용시)
1. 뒷 문으로 탄 뒤
2. 타자마자 문쪽에 있는 주황색 기계에서 숫자가 적혀있는 정리권을 뽑고
3. 앞 문으로 내릴때 그 표에 적혀있는 숫자를 모니터 화면에 표시된 숫자와 맞춰보고 그만큼의 현금을 운전석 옆 요금 투입구에 넣고 내리면 됩니다. 휴 복잡해 서울버스 최고
섬광덮밥을 먹는 방법
1. 일단 덮밥을 4등분으로 나눔
2. 4분의 1은 그냥 먹음
3. 4분의 1은 양념 중 좋아하는 걸 뿌려먹음
4. 4분의 1은 쯔유와 계란을 부어 비벼먹음
5. 마지막 4분의 1은 닭육수에 말아먹음
아주 맛있었다. 맥주한잔하고 부른배를 두드리며 나오니 세상에 부러울게 없길래
이쑤시개 물고 개저씨처럼 팔자걸음으로 걸어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