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단상들

리뷰예요/현상 2020. 3. 28. 01:00

동네에 시장이 있다. 크지도 않음 딱 골목 하나를 두고 상점들이 마주보고 있는 구조

이곳에선 반찬과 청과를 좋은 가격에 팔고있다. 상인들도 활기찬데 우악스럽지 않고 길이 굉장히 깨끗함. 전 동네 시장은 바닥이 항상 끈적끈적했고 술파는 구역이 있어서 가래침을 뱉거나 노상방뇨를 하는 할저씨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급할 때 아니고는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사 후 공산품은 쓱배송/ 신선식품 반찬류는 이 시장에서 사들고 오는게 루틴이 됨

며칠 전 시장에서 고둥을 한 사발 샀는데 뭐 해 드실거냐는 주인언니의 질문에 아 그 술집에서 기본안주로 주는거 그게 먹고싶어서요 하니 언니가 피식 웃었는데 그 모습이 몬가 보기 좋았고 덤으로 소라를 한 줌 더 주신것도 좋았음

꼬막무침 구입 후 청과 가게에 들러 딸기도 샀는데 여기서도 좋은 일이 있었음. 주인 할아버지에게 비닐 봉투 주지 마시고 여기 담아달라고 꼬막 들어있는 봉투를 보여드렸더니 야채 한 뭉치를 딸기와 함께 푹 쑤셔 넣으시며 꼬막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 라고 하고 개쿨하게 돌아서심. 암튼 이래저래 맘에 드는 시장임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다행히 손님이 크게 줄진 않았는데 불경기가 지속된다면 상인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귀가



요새 경제 뉴스를 가끔 찾아읽는데 그때마다 IMF때 생각이 나서 가슴이 두근거림 집이 IMF때 망했기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망한건지는 말을 안해줘서 못 들었는데 자영업 + 대출금 + 가정불화가 원인이였으리라 추정

가계경제 폭망 후 겪은 세상의 쓴맛들은 나에게 캐릭터를 부여해줬지만 그래도 역시 집이 망하는건 별로다. 만약 내게 딸이 있다면 그런 경험은 별로 겪게하고 싶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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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획이 이러이러하게 있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불안하다! 라는 푸념을 술자리에서 했다가

아니 그런식으로 생각을 하시면 안되고 위기일수록 오히려 기회가 분명히 있다. 라는 짤막한 조언을 들었는데 상대방이 신념에 차 있는게 느껴져서 상당히 감화되었



공황과 인플레 디플레를 대비해 가정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정리해봤는데

1. 야채 길러먹기 2. 생리대 생리컵으로 바꾸기 3. 입는 침낭을 활용한 난방비 절약 정도 넘나 소소한 것들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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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돈이 정말정말로 없어진 상황에서도 존버탈 직업은 무엇일까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했는데

1순위 의사 농부

기타: 메카닉 엔지니어 교사 경찰 법조인 청소부 등의 의견이 나옴

젤 쓸데없는건 역시 창작자인듯.. 아 그리고 매춘과 주류업도 존버할듯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다 전쟁때 기준으로 떠올린 직종인거 같고 인터넷이 있는 지금 통신망 유지가능하다고 가정하면 할 수 있는게 쫌 더 있을듯

Trackbacks 0 : Comments 9
  1. ㅁㅁ 2020.03.28 01:17 Modify/Delete Reply

    매춘업,주류업 타격이크지않을까요 집주변이 유흥가라 네온사인이 눈부셨는데 최근에 네인사인 불빛이 다 사라졌어요

  2. ㅇㅇ 2020.03.28 14:07 Modify/Delete Reply

    지금같이 사람이 못 돌아다녀서 실물경제 타격오는 상황이면 일단 나갈 일 없으니 옷집 온오프로 다 망하고 여행사 다 망하고 밥집 술집같이 가게내서 장사하는거 다 망할 것 같음. 상가 수익률도 같이 아작날듯.
    전쟁 때처럼 혈기왕성한 남자들 모아놓고 스트레스 풀어줘야 되는게 아니니 매춘 주류업도 그닥일 것 같음, 방구석에서 혼술하면서 야동이나 보지 않을까 싶음.
    창작계열은 영화는 ♩♫♫예약인데 드라마는 방구석에서 보니까 좀 낫겠지만 만드는데 돈 많이 들어서 불경기에 투자가 들어올까 싶고, 글이나 만화나 유투브크리에이터처럼 혼자서 호작호작 할수있는건 의외로 선방할 것 같음. 심심하니까 수요가 없진 않을듯.

  3. 김뉸정 2020.03.28 15:36 Modify/Delete Reply

    저는 영화 시나리오 쪽 일하는데 다 굶어죽겠다고 아우성이고 웹소설이나 웹툰스토리 이쪽은 윗분 말씀대로 수요 꾸준해요 저도 이직해야겠음

  4. 유 진 정 2020.03.28 17:09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 근데 저희가 가정한 상황은 좀 더 미래라.. 약간 아포칼립스 직전같은

  5. 동네슛돌이 2020.03.28 17:16 Modify/Delete Reply

    우리동네 기준으로보면 맛잇고 장사잘하는곳은 코로나 영향 안받고 여전히 사람많음 길거리엔 사람없는데 그런집은 안에 들어가보면 바글바글

  6. 2020.04.01 14:07 Modify/Delete Reply

    정치 얘기 싫어해서 블로그 끊을까하다가도 이런 글 때문에 못잃음.

  7. 웁스 2020.04.02 23:49 Modify/Delete Reply

    근데 얼마전 인터넷에서 30년대 세계대공황으로 전세계 경제가 침체일때,
    정작 대중문화는 크게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보고선 굉장히 신기하고 놀랐었네요.
    의식주처럼 생명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건 아니니 가장 먼저 쇠퇴할거라 생각했는데..
    대중문화가 빈곤한 도시노동자가 싸게 즐길수 있는 여가수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더군요.
    당시 크게 성공한 문화컨텐츠가 영화, 만화, 펄프픽션등..
    생각해보니 1930년대는 슈퍼맨이 탄생한 아메리칸 코믹스의 골든에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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