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일

나다 2020. 4. 27. 22:04

스팸으로 가득찬 다음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옛날 메일들을 열어봤다가 박장대소를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곤 했는데 다들 멀리 떨어져 있을때 쓴거라 그런지 웃기면서도 애틋한 감상이 있다.

당시 상황들도 막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그땐 그랬지.. 하는 노친네 같은 기분도 들고.

블로그에 세이브해둔다.

 

 

From 나

To J (1)

어머니에게 말을 아직 안했다구? 뭐 내년에 가는 것이니 내년에 말해도 되지 않겠니.. 

호주에서 동남아 가는 비행기는 꽤나 싸단다.
문제는 내가 돈이 없다는 점이지 후후 일을 안했으니까 당연히 없지
정말이지 이때만큼 그간 일을 안한게 안타까울 때가 없구나.
너와함께 하는 태국이라면 정말 재미있을텐데 아쉽구나 아쉬워!

그리고 방콕에서 시티로 들어갈땐 꼭 버스를 타도록 해 카호산 로드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택시는 대게 바가지를 옴팡 씌운다.
그리고 이상한 남자 조심하고.. 카호산 로드엔 오래 여행한 배낭족들이 많아서 여자 등쳐먹고 사는 애들도 많더라.
그리고 사원갈때는 긴치마 입고..
길거리 음식들 꼭 사먹고


엊그저께는 00언니와 남편이 아들레이드에 왔길래 잠시 만나고
곧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베리라는 하비스트 타운으로 갈 예정이야.
과일이 이것저것 많이 난다는데 과연 무엇을 따게 될까 궁금하다.

아 그리고 드디어 내가 전화기를 샀단다.
전에도 있긴 했는데 통신사가 비싸서 한국에 전화걸 엄두도 못냈지
나의 번호는 +61 47 811 4664 란다. 걸면 받으셔 비상사태에도 연락하고..
혹시 내목소리가 너무 듣고싶다거나 할때도 연락하구.. ☞☜ (←지금 내 손모양)

그럼 이만

너의 여행길에 안전과 즐거움과 숙취없는 광란의 밤이 가득하길.

아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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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나

To J (2)

 

J에게
잘살구 있니?
마지막 메일에는 00오지로 들어간다고 했으니 지금쯤
오지체험은 추억이 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바쁘게 살고 있겠구나.

난 어느새 차타고 배타고 타즈메니아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쯤 되는 곳에 와있단다.
(하지만 사이즈는 남한보다 크지)

전에 있던 베리 백팩커에서 친하던 친구들이 다 떠나고 나랑 이탈리아 친구 하나 남아서
같이 왔어. 야 근데 쓰팔 스무살 짜리랑 같이 다니기 힘들다 ㅋㅋ 하나부터 열까지 답답해 죽겠어!
디저트를 만든다더니(열라간단한) 계량 저울을 들고 와서는 우유 200미리를 어떻게 쟤냐고 물어보더라..!!

아 이건 나이 문제를 떠나서 얘가 그냥 어리버리 한것같기도 해.
그러고 보니 백팩사람들이 얘랑 같이 간다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했었지..(먼 산)


그래도 고마운건 6일 짜리 오버랜드 트랙킹 ( 6일동안 6일치 보따리 메고 하는 등산) 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는거 

난 이런게 호주에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어.
너는 00의 산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타즈메니아의 산속으로 들어갔었구나

무튼 가기전에 슬램덩크를 완독하며 근성을 충전하고 며칠전 무사히 마쳤다.
밤에는 춥고 낮에는 등짐땜에 죽겠고 했지만 정말 굉장한 경험이였어.

그리고 나서 다시 구직활동 시작. 사과 농장에 왔는데 뜨악
내가 지금까지 해본 모든 농장일 중에서 가장 힘들어
내 손은 지금 만신창이야. 누가 보면 집에서 야수를 기르는 줄 알겠어. 매일매일 피를 보며 살고있지
천국같던(하지만 일이 없던) 베리를 떠나니 만사가 고달프다.
고달프니까 또 가족들 친구들 스쳐 지나간 많은 남자들.. 밤마다 눈을 감으면 얼굴들이 떠오른다.

빈대떡 먹으면서 막걸리를 들이키는 치킨을 뜯으면서 맥주를 들이키는
도넛츠를 먹으면서 소주를 들이키는 네가 보고 싶다!

얼굴은 좀 변했니? 아직도 18살처럼 보이니?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니?
00오지는 어땠니
직장은 어떻니
영화나 읽은 책 중 감명을 받은 것이 있니?
정신나간 사람들이 너를 괴롭히지는 않니?
요새도 맛집탐방을 다니곤 하니?
변비는 좀 어떻니

너의 근황을 최대한 자세히 묘사하여 답장을 보내다오....!!
마치 내가 너를 보고 있지 않아도 눈을 감으면 그 모습과 하루하루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야 ㅋㅋ
써놓고 나니까 무섭다.
무튼 알려죠.

그럼 항상 건강하고,

안녕


추신

길가다가 코알라를 봤는데 너를 닮았더라. 나중에 사진을 보여주지. 부정할 수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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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J

To 나

 

 

유지니.

너의 글을 읽으니
마치 너가 내 눈앞에 있는거 같이 묘사를 해놨구나 


그 마르고 작은 몸으로 (하지만 가슴은 재수없게 글래머하겠지) 등산을 오른 생각을 하니....게다가 6일동안!!!!!!
정말 개고생이면서도 나이스한 일을 했구나!!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그나자나 그렇게 일을 못구하고 백팩커에 죽치고 있다 여행을 떠나고 등산을 해도 살만하니? (재정적으로 힘들진 않우?) 사과농장에 취업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원...그거조차 고생이라니~~
넌 지금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거라 생각이 든다.


자 그럼 내 근황은..

빈대떡 먹으면서 막걸리를 들이키는 치킨을 뜯으면서 맥주를 들이키는 도넛츠를 먹으면서 소주를 들이키는 네가 보고 싶다

-> 날 아주 잘 알고있구나 넌...

 
얼굴은 좀 변했니? 아직도 18살처럼 보이니?

-> 동남아에서 몇살이냐고 물어볼때 26살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동남아인들의 얼굴표정을 보는게
어찌나 유쾌하던지 푸하하하하하 심지어 꼬맹이들도 지보다 나이가 많은걸 보고 믿지를 않더라니..
00가서는 (내가 여기일하러 간건데 고급패키지였잖니?) 5성호텔 식당 뷔페에서
무제한 맥주 와인이 있길래 맥주 좀 줘봐 했더니 니 몇살이야 라고 묻더군. 맞춰봐 했더니 15살 이지랄하고 있단다.
음......26살이라 했더니 .. 맥주대령하겠습니다 miss!!!!!!!!!! 라고 하더군... 음 그럼..미스맞지..! 맞고 말고 음하하

 

결론은....별로 변한게 없다능.....이 또한 자랑이 아님을...넌 알겄지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니?

-> 아 이건 할말이 많구나.. 유진양.. 그대는 아슈?
화이트데이날 남친이 지네 집에 풍선 다 깔아놓고 왕따시만한 바구니에 사탕을 담아놓고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거슬..
하지만 난 그 이벤트를 눈치 못채고 걍 안갔지......4일동안 풍선은 다 쫄아서 남친이 눈물속에 혼자 다 터뜨리고
바구니만 들고 나왔더구나....(4일동안 피곤하다고 만남을 거부했거든)
지 버릇 남 못준다고 난 벌써 질려서 (너한테 좋다고 한게 엊그제 같지?) 헤어지진 못하고...노력하고 있따..



00오지는 어땠니

->나도 너처럼 돌아오는 차가 없어서 히치하이킹 했단다! 운이 좋게 갑부놈들 차가 걸려서 돈 굳고 쾌적하게 올 수 있었지!


직장은 어떻니

-> 이전 직장은 날 너무 사랑하는 실장님 때문에 그만두고 00로 옮겼는데 나는 00파트를 맡았단다
재밌어보이지만........전혀~~~ 교우관계가 날 지치게 한다.
100명의 남자틈에 혼자 있으라면 있겠지만 100명의 여자틈에 날 놔둔다면 난... 차라리 왕따로 살겠어 뭐 이런 느낌이랄까

 
영화나 읽은 책중 감명을 받은 것이 있니?

-> 시간이 없다...읽을 시간도 볼 시간도!!!!!!!!!!! 소셜 네트웍 그 영화를 최근에 봤단다..넌 영화나 책은 잘 보고 있니? 이제 영자로 된 책도 문제 없겠구나

 

정신나간 사람들이 너를 괴롭히지는 않니?

-> 음.. 남친이 나한테 먼저 헤어지자고 했음 좋겠다....악 나 넘 못됐어


요새도 맛집탐방을 다니곤 하니?

-> 걍 울 동네 와서 마셔주겠다면 땡큐지 내가 어디 나갈 기력이 안돼..

 


변비는 좀 어떻니

-> 이건 내 평생 과제다

 
너의 근황을 최대한 자세히 묘사하여 답장을 보내다오

마치 내가 너를 보고 있지 않아도 눈을 감으면 그 모습과 하루하루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 만족했니?

 

아무튼 난 그렇게 살고있단다.

일 때려치고 떠난 여행은, 한국 돌아와서 텅 빈 백조신세가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았고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부디 적응되기만을 바랄뿐이고
넌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거 같아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부러울 뿐이다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맴이 생기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들어오면 좆나부랭이도 없다는거 너도 알지?
오래오래 거기서 지내고 있는 네가 참 기특해

나도 보고싶구나
무엇보다 건강건강 건강 밤에 너무 돌아댕기지말고 낯선이를 보면 피하고
뭐 다 아는거겠지만 무엇보다 너가 더 잘하리라 믿는다
담배는 정말 끊은거니?

우린 언제쯤 여행을 같이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가끔 너와 함께 여행을 하려면 나도 영어를 잘 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한단다
쩝 빨리 학원이라도 등록해야지

 

예전에 일하던데 실장이 J한테는 J신이 따라붙어서 쟤는 네팔 걍 아무데나 버스에서
내려도 살고 아프리카 가도 살고 동남아 남자애 따라 쫄래쫄래 현지 클럽가서도 살아돌아오는 애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었는데..(사실 내가 조심한 것도 있다고 믿고싶군..)
너에게도 유진신이 있으리라 난 믿는다!
 
긴 편지 읽느라 수고했다!
서럽고 힘들고 지친날이 올때면 언제든 편지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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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나

To B

 

 

어떻게 지내냐면서 답장 안보내도 돼 는 뭐야 이녀석아 ㅎㅎㅎㅎㅎㅎㅎ
나야 뭐 몰래 인터넷 할 일도 없고 메일이야 얼마든지 보낼수 있지
그나저나 양복입고 일한다니 갑갑하겠군

회사원의 넥타이는 목졸리라고 만들어 진것 같음.. 도대체 어디 쓰라고 있는거지? (질문)

무튼 어떤 일이든지간에 화이팅이고
난 호주 세컨비자 받아놓은걸로 다시 호주 가
가기전에 말레이지아 스탑오버 해서 5박6일 뽀지게 놀다 가려구

말레이지아 여행정보 찾다보니까 어찌나 태국이 눈앞에 아른거리던지!!
사실 말레이에서 태국 에어아시아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데
내가 체류기간이 짧아서 가려다 말았어.
호주에서 돌아올때는 꼭 가야지.

그럼 이만 잘 지내렴 건강하고 또 인터넷 쓸 기회 생기면 연락혀

추신

메일제목 RE: 이 도대체 몇개까지 붙을 수있나 한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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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

To 나

 

 

아 호주가니? 좋겠다!!
나는 내년 4월에 여기에서 바로 00갈려고...
다담주쯤에 신체검사 받을려고 해

어디로 가니? 말레이시아도 가고 좋겄다!

 

니 말대로 넥타이는 사람목을 조르려고 만든거 같아.
더워 죽겠는데 나는 반팔도 못입고...
아참 나 팔에 아이러브 타일랜드새겼는데 말했었나? 허허
왠지 모르겠는데 유난히 아파서 기절할 뻔했어. 

나는 부인이랑 문화차이로 마찰은 많지만 잘 지내고 있어.
타국이고 별로 내 취향이 아닌 나라라서 의지가 많이 되네ㅋ
내년에 00 1년 다녀와서 바로 00가서 1년 살려고해.
거기 국립대학교는 한 학기 학비가 20만원인가? 밖에 안한데
졸라 싸다 ㅋㅋ 사립은 한학기 300만원 덜덜덜...

호주가면 뭐하면서 지낼꺼니? 뭐 너야 강한 여인이니 잘 지내겠건만,
불구덩이 있으면 잘 피하고, 뱀소굴에만 안들어가면 무사히
즐겁게 지내겠지? ㅎㅎ

 

난 회사에서 번역일 하는데 꽤 큰 프로젝트야.

한 도시의 관광 표지판과 초대신에 관한
국가 팜플렛 번역하는데 맨날 땡땡이치고 있다.

더워서 일하다 말고 맥도날드가서 커피마시면서
짧은 치마의 여고생을 보곤 해. 뭐 위로는 안되지만 잠시 속세를
잊을 수 있어서 좋드라고... 맨날 이렇게 사는건 아니지만 ㅋㅋ

벌써 우리가 00 다녀온지 반년이 훌쩍 넘었구나.. 신기하다
꿈같고 바로 몇일전 일같기도해. 우린 다들 잘 지내고 있는건가?
00는 이미 00에 있고 00는 내년에 간다그러고 너도 가고,
나도 이미 00가는거 결정 끝나서 차차 수속 준비 중이고, 다들 가는구나!!ㅋㅋㅋ

또 만나서 어딘가 놀러가면 정말 좋겠다! 

나의 25살 시즌 4편중 마지막 4편이 가장 임펙트 있었던 거 같아.
계속 머릿속에서 재방영해서 보는데 신기하다. 아마 친구들이랑
계곡여행 말고 본격적으로 여행한게 처음이라서 그런거 같아.
그래서 그립고 기억에도 많이 남네 ㅎ 근데 희한한게 무엇보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같이 신천에서 소주 먹은게 굉장히 기억에 남아. 

왜지?ㅋㅋㅋ 난 항상 과거를 너무 그리워해서 탈이야.

말레아시아 가면 담배 말레? 김밥 말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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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나

To D

 

하하하하

으악 언니가 호주에 살게 될거라니.. 호주가 인물을 하나 얻는구나..

안그래도 내가 그때 좀 우울했었더랬지
일단 퍼스에서 하도 지겨웠던지라 위축 돼 있던 상태였고
그리고 내가 할머니 앞에서 뭘 잘못했나? 가족들이랑 보내야 되는 연말에 눈치없이 끼어들었나
뭐 이런 생각들과 연말을 아는 이 하나 없는 호스텔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때문에
근데 뭐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했어. 

잠시 우울해 있다가 옆 침대 독인일한테 같이 놀자고 하고 차 놓쳐서 집에 못 간 멜번에서 왔다는 여자애도 꼬셔서 같이 놀았지. 그리고 불꽃놀이 보러 갔어.
그리고 그때부터 자잘한 일도 술술 풀려서 역시 앞 일을 모른다는게 여행의 매력이야! 하고 혼자 일기쓰면서 좋아했었더랬지

그리고 촛불 이야기는 감동인걸?
그때 밖에서 뭔 동물이 계속 벽을 긁어 대며 들어오려고 해서 좀 시끄럽긴했는데
워낙 지쳐서 바로 잠에 들었어. 이제 돌아다닌지 좀 되어서 그런지 누울 곳에 덮을 것만 있으면 어디서든 왕 잘 잘수있어
 
그러다 베리에 도착해서는 정말 괜찮은 시간을 보냈지. 일은 비 땜에 또 망했지만
눈 깜짝한 것 같은데 두 달이 지났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들이였음. 근데 방탕하게 살았더니
어휘력이 상당히 줄어들었어.. 이 메일을 봐봐 뭔 소리를 하는 건지 횡설수설 
그래도 제 정신일때는 내일을 위해 살게 되는데 막 놀땐 오늘을 살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았음 

거기서 만난 친구랑 지금은 타즈매니아에 와 있어.
언니 메일이 온 날 베리를 떠나서 2주동안 로드트립 하느라
여태 메일 확인을 못했네.. 아 맞다
나 베리에 있을때 00사촌 이름이 뭐더라 00인가 한테 메시지가 온거야
처음엔 그냥 안부 물어보더니(사실 안부인사를 왜 하는건지조차 이해가 안되긴 했음)
역시나 며칠후에 자기 지금 잭다니엘 한병을 다 마셔서 고백해야 만 할 것 같다고
i think you're HOT. 이라는 거야
잠깐 고민하다가 cheers mate maybe i am 이라고 답장 보냈어. 잘 둘러댔지?ㅋ

타즈매니아 도착해서는 등산 실컷하고 코알라 웜뱃 이상한 애들 다 만나보고
( 웜뱃의 똥이 네모낳다. 너무 놀라서 가이드북을 펼쳐 봤는데 어떻게 사각형이 동그란 구멍에서 나오는 지는 우리도 설명할수 없으니 묻지마시오. 라고 적혀있더라! )

호주에서 제일 깊다는 호수에 팬티도 빠트리고
타즈에서 제일 높다는 산 봉우리에서 눈도 퍼먹고
이제는 사과농장에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고있어 3일 일했는데 더럽게 힘들더라.
여기 있다가 4주후에 시즌 끝나면 베리로 돌아가서 오렌지 따야지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거

오랜만에 소식들으니 무지하게 반갑구랴 ㅎㅎㅎㅎㅎ
눈이 ⊙⊙ 이렇게 커졌었다니까
싸이코 히스테릭 아줌마가 되어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뭘 그래.
혹시 그런 아줌마가 된다하더라도 친구는 계속하자

나도 최근 고민이 있음. 언제까지 이런식으로 살수 있을까
날잡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어딘가에 / 누군가와 정착해서 사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오한이 들더라고
허파에 바람이 단단히 들었나봐


사실 그렇게 되지 못할까봐도 걱정되는데
그렇게 될까봐도 걱정이 되니 참 간사한 마음이야.

그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허리도 늘 신경써서 앉기를

연락은 잘 안해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서 안부를 기원하고 있는 동생이

 

 

 

-

 

 

From D

To 나

 

나도 하하하하하다
특히 00 사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거기 있었는지도 생각안나네
뭐 잠시 너네가 잘되면 우리는 어떤사이가 되는지 상상도 해보고
은근히 그런일이 있길바라고 뭐...


너가 있을때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 오해는 하지마슈
할머니도 너 많이 걱정하시고 00엄마나 이모들도 만날때마다 잘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
할머니가 우리 오기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셨는데
사람들 갑자기 막 왔다가 조용하고 그런거 때문에 잠시 또 우울하셨나봐
뭐 이해해 드려야지


니 메일 덕분에 내가 맘의 짐을 좀 덜은거 같다. 그외에는 뭐 짐같은거 없지만
잘 있는거 들으니 다리 쭉 뻗고 자겠네  외로운듯하면서 엄청 잘지내는 느낌
내가 그랬잖아 너는 듣는 기술이 있어서 사람들이 잘 온다고
힘들면 좀 쉬엄쉬엄해 요령좀 부리고
핫한사람이 그러면 다 이해해 ㅎㅎㅎㅎ
너의 그 색기 명성은 지구인들을 하나로 뭉치는구나ㅎㅎㅎㅎ
사주본거 쫌 명심해야겠는데 .. 나는 뭐라더라 침대를 식게하지 말라고 했지 으하하하하


나는 한 삼일 전에 일을 그만두고 백수하고 있지
목이랑 어깨에 문제가 생겨서.. 뭐 엑스레이 보면 뭐 척추가 머리끝까지 아주 꼿꼿하게 일자야
성격이 좀 곧아야하는데 뭔가를 잘못했나벼
하여간 내 인생에 왕따라는것도 당해보고 뭐 별로 쿨하지 않게 막 욕지거리 날리고 때려쳤지
회사에서는 제발 산재신청하지 말라고 한달 월급 더주고  뭔가 으쓱하지 않어?


어쨌든 인생의 동반자 이런거 만나도 나 안정됐소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너도 너같은 사람 만나서 여행하면서 살아도 그냥 좋다고 생각하면 그런게 안정된게 아니겠어?
뭐 혼자라도 말여 예를 들면 00도 어찌어찌  베네수엘라에가서 선상식당에서 일하면서 공짜로 다른나라들도 돌아보고 여권잃어버린 브라질 사람인가를 만났는데 결혼하고싶다고도하고 남의 집 봐주는 일 하면서  여행다니고 뭔가 꽉찬거 같지 않어?
나는 못할거 같은데 너나 00보면 좀 잘할거 같은데 (한번 친구별로 성격상 교집합같은걸 그려봤는데 뭐 그런게 있더라고 같이 돈써도 왠지 돈있는사람들 그딴거 ㅎ)


머릿수로 안정됐다고 하면 불공평해 나는 안정적이고 싶지 않으니까 ㅎㅎ
니가 재밌게 놀고 고생하고 그러면서 언니들 대리만족시켜줘
나는 하고싶어도 일단 몸이 말을 안들어 ㅎ


이메일 받으니까 하도 신나서 운동화도 안벗고 답장써버렸다.
다음엔 정식으로 손도 씻고 새옷입고 써줄게
나는 지금 회사에 카드키 내팽개치러 간다
어디서든지 잘지내고 있어
무소식 희소식

Trackbacks 0 : Comments 4
  1. 너무 2020.04.28 00:37 Modify/Delete Reply

    재밌어요. 이메일이 유행이던 그때 감성에 나도 잠시 접어봄. 작가님만 글을 재미지게 잘 쓰는게 아니라 주변분들도 다 재밌는 분들이네요!

  2. dkd 2020.04.29 02:00 Modify/Delete Reply

    정말 재밌게 잘읽었어요! 이메일감성이 느껴집니다

  3. 꾸앙 2020.05.01 20:30 Modify/Delete Reply

    따뜻하고 정겨워영

    언니 틴더 얘기 좀 더 써주세요
    요새 패스포트로 존니 돌리는 중인데
    언니 글 생각나서 애들 사진 올리는사람, 차자랑하는사람 등 다 NOPE 해요
    다 외국놈들이라 거르는 의미는 그닥 읍지만,,^^
    이걸로 플러팅 연습 하네요

  4. 2020.05.23 11:09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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