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낳을것인가 말것인가

리뷰예요/현상 2021. 2.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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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인구 위기의 다른 측면

삶의 근본적인 부조리함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택일 수도 있고,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는 선언일 수도 있고, 열악한 삶의 조건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배려일 수도 있고,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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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은 대개 성욕을 매개로 한다. 그런데 성행위는 얼마나 인간의 주체적 선택일까. 성욕이란 채우기 전에는 사람을 갈급하게 만들었다가, 정작 채우고 나서는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요물이 아니던가. 지난 세기 일본의 한 소설은 성행위를 이렇게 묘사한다. “욕망을 채운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육체를 빌린 전혀 별개의 존재 같다. 본래 성이란 개별 육체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 종(種)의 소관 사항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속임수에다가 야성의 사랑이니 뭐니 하는 미사여구를 뻔뻔하게 잘도 갖다 붙였다.”
 
반면, 피임하는 사람은 숙고하는 사람이다. 충동적으로 성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충동적으로 피임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성행위에 비해 피임은 종종 보다 주체적인 선택이다. 피임이 하나의 선택지가 되면서, 재생산도 선택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태어나는 일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태어나 이 세상의 무대에 올라가는 것은 출생자의 의지와 무관하다. 마치 고깃집 불판 위에 올라가는 일이 삼겹살의 동의 여부와 무관한 것처럼. 인간은 “낳음을 당해서” 살아나간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 것은 다소 실례이다. 시시포스에게 왜 돌을 굴리느냐고 묻는 것이 실례이듯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시시포스의 기분이 나빠서라기보다, 돌을 굴리는 일은 운명이고, 운명을 반복하다 보면 별생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시포스에게 2세를 낳아 기르겠냐고 묻는 건 사정이 다르다. 그건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출처: 중앙일보]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인구 위기의 다른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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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bigail 2021.02.24 18:27 Modify/Delete Reply

    출산은 남의 인생을 가지고 하는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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