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에요

[스크랩] 인간이 싫다, 사물이 더 아름답다

유 진 정 2021. 10. 17. 17:04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419/106471457/1

 

인간이 싫다, 사물이 더 아름답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이 글에는 ‘자산어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玆山魚譜)’는 19세기 조선을 다룬다. 19세기에는 주류 학문 경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

www.donga.com

영화 속 정약전이 끝내 멀리하고자 한 사상은 성리학(性理學)이다. 

성리학은 인간과 정치에 대한 지극한 관심으로 가득하다. 성리학자는 인간의 본성과 세계의 개선 가능성을 믿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한 본성을 실현하면 좋은 정치가 가능하고, 그 좋은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도덕적인 영웅인 것처럼 인간과 정치에 대해 한마디씩 거든다.


영화 속 정약전은 그 성리학자들이 실제 정치판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질리도록 체험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실망했다. 단순히 정책에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권에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정치 그 자체에 대해 실망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세간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아예 끊어버리려고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끝내 그럴 수 없는 게 인간이라면, 그는 인간이 아닌 사물에 매료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는커녕, 짱뚱어가 사람보다 아름답다. 정치와 출세에 무관한 사물을 기어이 찾아내어 거기에 애틋하고 집요한 관심을 쏟는다. 

정약전과 마찬가지로 신유사옥에 연루되어 진해에 유배된 김려(金(려,여))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를 저술했다. 19세기 전반 한국의 대표적 ‘어보’ 저술자들이 모두 유배자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10/02/HUYOE3VVANB27LBRLHJJW3DYCI/

 

[아무튼, 주말] 내 안의 귀찮음과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나요?

아무튼, 주말 내 안의 귀찮음과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나요 김영민의 문장 속을 거닐다 욕심이 있어야 인생이 있다 연암 박지원의 명론

www.chosun.com

그래서 조선 후기의 문장가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명론(名論)>이라는 에세이에서 말했다. 

“무릇 천하의 재앙 중에서 담백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보다 참담한 것은 없다.” 

박지원이 보기에, 전쟁, 지진, 홍수, 팬데믹, 호환, 마마보다 참담한 재앙이란 바로 담담하게 욕심이 없는 상태이다. 

다 귀찮아하는 상태이다. 그래서는 이 세계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귀찮아하는 사람들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하는 이의 관점이다. 뼛속 깊이 귀찮아하는 사람은 삶 자체도 귀찮아하므로 인류의 멸망 따위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을 감히 책임지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다르다. 이 세상이 사라지면 큰일이다. 

책임질 대상이 없어지잖아! 나는 뭔가 책임지고 싶은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