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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후선생 - 이안.1992

유 진 정 2022. 3. 17. 00:20


이제 이안 감독 영화는 거의 다 본거 같길래 필모그라피를 한 번 읽어봤다. 데뷔작을 안 봤네


유튜브에서 1000원에 빌려 볼 수 있다. 포스터만 봤을때는 액션영환가 했다.

저 할아버지가 엘레이 다운타운 사는 스포일된 백인 꼬맹이 의젓한 전사로 길러내는 뭐 그런 내용인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저 '뜨겁게 가슴을 울리는 감동스토리' 코멘트도 낚시다. 엔딩이 꽤 씁쓸하다고

이런 건 장르를 뭐라고 해야되나? 네오리얼리즘? 휴먼드라마? 아무튼 데뷔작이라 그런지 어설픈 감이 있긴 하지만 연출과 캐릭터, 대사가 아주 훌륭하다.
주선생이 태극권 가르치는 도중에 요리 교실 아줌마가 들어와 교실 한켠 써서 덤플링 좀 만들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덤플링들은 들어올 순 있지만 나갈 순 없습니다. 할때 빵터졌다.

줄거리: 태극권 교수인 주 선생은 은퇴 후 프로그래머인 아들이 사는 미국으로 건너와 함께 살기 시작하는데, 미국인 며느리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일단 서로 말이 전혀 안 통하고 문화가 다른 데다가, 작가인 며느리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주선생과 하루죙일 집에 붙어있으면서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니 죽을 맛인 것이다.

며느리는 제발 우리 엄마가 준다는 돈 받아서 더 큰집으로 가자, 나 미쳐버릴 거 같다며 남편을 설득하지만 남편은 너네 집에 손 벌리기 싫고, 중국에서는 이 만한 집이면 4대가 같이 산다며 부인의 부탁을 거절한다.
급기야 부인은 스트레스로 위경련을 일으키고 주선생은 주선생대로 눈치가 보이니 집 밖으로 돌다가 길을 잃어버린다. 주선생이 실종된 날 남편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건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인데 왜 이해를 해주지 못하냐, 둘 사이에 낀 내가 제일 미치겠다며 주방을 다 때려부순다;;; 스윗중남수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에 돌아온 주선생은 초토화된 주방를 보고 아들내외의 불화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속상해한다. ( 이 할아버지가 정말 너무 연기를 잘해서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음식남녀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로 나온 배우인데 고집 센 노신사와 불쌍한 슈나우저를 섞어놓은 것 같이 생김 )

그리고 몇 가지 사건 후에 주선생은 편지를 써두고 차이나 타운으로 가출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쿵후 선생으로 생계를 꾸리게 되는데 자세히 쓰면 스포일러가 됨으로 줄거리는 이만..

출처: https://m.blog.naver.com/p_inside/50154569801


이안 감독은 여기도 저기에도 발 디디지 못하는 인물을 자주 그려낸다.

색계의 탕웨이 - 운동권 친구들의 동지도, 양조위의 애인도 될 수 없음. 죽음

와호장룡 교룡 - 무당파의 계보를 이을수도, 애인이랑 행복하게 살 수 도 없음. 투신

쿵후선생 주선생 - 중국 본토에서도, 미국에서도 적응이 힘듬. 가출

결혼피로연 웨이퉁 - 미국에 사는 아시안 게이. 부모님의 기대를 거스를 배짱이 없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음. 위장결혼

브로큰백 마운틴 - 게이인 거 알려지면 살해당하는 동네에 사는 게이 주인공들

파이 이야기 - 말 그대로 뭍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상황 (이건 억지다)

감독 본인이 그런 사람이어서일까?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저 영화를 만들었다고??? 싶은 것들이 꽤 있음. 동서양의 정서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듯

예전에 누구랑 이야기하다 코리안 코리안은 무섭지만 웨스턴 웨스턴도 적응 안 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안 감독의 영화를 보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얼마전 깨달은 사실인데 스테디하게 만난 사람들은 전부 영미 문화권 살다 온 동양인 아니면 동양문화에 익숙한 영미인임. 영화 초반부 보다 며느리가 저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가까운 관계에서는 확실히 정서가 맞고 안 맞고가 많이 중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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