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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시끄러웠으면 좋겠다

유 진 정 2022. 3. 19. 18:41

기침이 좀 잦아들어서 도서관에 갔다. 뉴턴 읽다가 기사에 나온 오리 일러스트를 찍었는데 셔터 소리가 정말 크게 울렸다. 새삼 도서관 진짜 조용하구나 생각 함

그래서 호주뉴질 도서관이 생각났음.
왜냐면 처음 갔을때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자꾸 말을 거는거임..! 완전 문화충격

my old man따라 일하러 다닌다는 에드워드 펄롱 닮은 나무꾼 소년이 특히 기억남. 거의 20분 가까이 나한테 말을 하다 갔는데 도서관에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해도 되나 싶어서 내가 괜히 중간중간에 눈치를 보던 기억이 있음. 근데 보니까 다들 그러더라고

아무튼 그러다 집에 와서 장모군이랑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뭔 얘기하다 자기는 도서관이 너무 조용한건 맘에 안 든다길래 나도 오늘 도서관 갔다가 그 생각했다 하니 장모군이 하브루타라는 교육법에 대해서 말해줌

이스라엘에 예시바라는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서는 토론이 국룰이라고 함.
책 보고 공부하다가 걍 쌩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토론배틀을 벌인다고.. 역시 극 외향인들의 나라.. 유발 하라리 같은 사람이 그냥 나온게 아니구만



그리고 장모군은 독서실을 진짜 싫어한다길래 어 나돈데 했음. 독서실 너무 기괴한 공간임. 그 시야 꽉꽉 막힌 책상이랑 책넘기는 소리까지 조심하는 분위기 정신병 걸릴 거 같다고.. 그런 상황에서 하는 공부는 되게 하기 싫은 공부일 거 같음

왜냐면 진짜 하고 싶은 공부는 거실에 배깔고 누워서 해도 잘만 되잖음? 꾸역꾸역 혼자 집어넣기만 하는 지식은 시험보고 나면 다 까먹어버릴 거 같음

나는 장모군과 독순언니와 가끔 하는 긴 통화를 좋아하는데 왜냐면 이야기 끝에 얻게 되는 통찰이 있기 때문임

그리고 한국에 살면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는게 아쉬움. 이야기는 엄청 많이 하는데 내용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아 그 사람을 기피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거 같음

뉴스 보다보면 등장하는 시민 인터뷰도 처참한 수준임. 어디어디가 참 보기좋고 그래서 좋았어요 이런 아--무 의미없는 무지성 인터뷰가 태반.. 90년대는 오히려 덜 그랬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된거지?

사람들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까 사기/선동도 너무 쉽게 당하는 거 같음

그래서 우리도 학교에서 토론문화 장려하고 도서관에서 애들끼리 이야기 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음. 뜻 있는 교장선생님이 우연히 이 글 보고 학교에 그런 도서관 만들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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