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넬슨 Nelson 2012/5

유 진 정 2013. 7. 13. 17:59

 

타즈만 베이 호스텔의 자목련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방문한 지역 중 살고 싶은곳을 하나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동네를 꼽겠음.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나와 다르지 않은 듯 이동네는 남섬 최고의 일조량과 함께 가장 높은 부동산가격을 자랑한다고 

 

뉴질랜드에서는 이렇게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 아름답고 잘 운영되는 느낌의 지방도시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동네는 일단 돌아다니는 사람들 표정이 느긋하고 가게 종업원들이 친절함. 



산책하는 중 정원손질하던 아저씨가 야 니들 오렌지 먹으라며 담장너머로 오렌지를 막 던져준적도 있었고

(호주에서는 차창밖으로 동전과 물폭탄, 밀가루등이 날아왔었지)

이건 정말 무슨 광고의 한 장면 같았는데

같이 있던 애랑 우리 이런상황에 길들여져 있다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면 이제 큰일 났다고 ㅋㅋ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도 내게는 놀라웠다.

내가 길들여진 대로 차 먼저 지나가라며 서 있으면 차도 그자리에 가만 서 있음

서로 그렇게 가만히 서있다가 먼저가라고 씩씩댄 날도 있었음.



근데 이건 또 살다온 동네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양으로

 벨기에 애들은 나랑 완전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뉴질랜드 운전자들은 난폭하다는)

반면 말레이시아 애들은 나보다 더욱 이 이상한 상황에 놀라워 하는듯 했다.

 

당시의 영향으로 난 요새 주택가에서 차랑 대치상황일때 무조건 먼저 지나가는데, 

차가 코를 들이밀면 눈을 부라리고.

이러다가 아마 조만간 치어죽지 않을까 싶음.

 

 

동네 공원 

 

 

오리가 아주 많았음

 

 

Nelson Provincial Museum 

슬라이드 화면 주변의 막대기(장승) 앞에 서면 초기 정착민들과 마오리들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다.

 

 

나탈리 포트만 닮음

 

 

 아름다운 마오리 여성 

 

 

 

 

 

 Suter Art Gallery. 창에 붙어있는 말풍선의 내용은 항상 바뀐다.

그림은 맘에 드는것이 많지 많았지만 안의 카페라던지 내부 인테리어는 참 편안하고 이뻤음.

로컬 아티스트들이 만든 악세서리들도 재미있는게 많았고. 

딱 동네사람들 들락날락하기 좋은 느낌. 이런게 동네 미술관의 미덕 아니겠음. 

그러고 보면 뉴질랜드 왠만한 시골에는 도서관과 함께 미술관이 항상 존재했는데 

최근에 수원갔다가 그 크고 번화한 도시에 변변한 미술관 하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엽서를 구입한 제니스

 

 

 

 

 

넬슨 힐에서 제니스. 제니스 다리가 새다리구나

 

 

  

 

토요일마다 열리는 넬슨 아트&크래프트 마켓에서 

이 사람들은 모투에카 호스텔에서 만난 영국커플. 요리도 잘하고 손재주도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였지만. 였지만... 

피쓰와 스피리츄얼을 달고사는 + 인도찬양 + 드레드락 + 백인 + 밥말리코스프레 의 조합은 내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만듬

 

완전 맘에 드는 건물

 

 

 

타스만 베이 호스텔의 정문


넬슨의 호스텔들은 경쟁적으로 간식을 제공했는데 

이곳에서는 저녁 여덟시에 손수만든 초콜렛 푸딩과 아이스크림을 준다.

참고로 졸라 맛있다!!!!!!!!!!!!!! 

 

남은거 챙겨서 냉장고에 넣어 놨는데 자고 일어나니 누군가 홀랑 먹어치웠다 

다음날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넣어 놨는데 누가 또 홀랑 먹어치웠다. 

그 다음날은 레오랑 양고기와 아스파라거스를 구워먹고 남은것을 넣어 놓았는데 역시 누군가 홀랑 먹어 치웠다하하하

여행자들이 단기로 머무는 호스텔에서는 이런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요리해서 그때그때 다 나눠주거나 먹어 치워버리는 것도 방법일듯 



처음 이곳에 도착하여 방으로 들어가니 여자애 하나가 졸라 우울하게 침대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인사를 하니 기다렸다는듯이 수다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는데 

대충 들은 바로 이 여자아이는 미국의 대학 축산과를 다니고 있었고

 일년간 크라이스트 처치에 있는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처지.



방학을 맞아 혼자 여행을 왔는데 그 이유는 

학교안의 모든 그룹 여자애들이 함께 여행을 가지만 대게는 박터지게 싸우고 

돌아왔을 때 남남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혼자여행을 온 처지에 대한 변명인듯 싶었고 나는 얘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음.



이 사람은 매우 보수적인 미국동네에서 왔다고 했다.  

나보고 어느정도로 성향이 리버럴 하냐고 묻길래 난 나한테 피해오는거 없으면 남의 일에 신경안쓴다고 대답하니

 그럼 가르쳐 주겠다고 자기는 여자랑 데이트 한다고 하길래 그러냐 하고 거실에 나가서 영화를 같이 보기로 했음

그걸 무슨 비밀이야기 하듯이 하는거 보니 보수적인 동네에서 오긴 온 모양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실로 나오자 얘는 갑자기 막 불안해 하기 시작했음 

눈도 못마주치고 손톱 물어뜯고.. 뭐지 말을 그렇게 청산유수로 쏟아내던 애가?

어쨌든 나는 이 보수적인 미국동네에서 왔다는 레즈비언 여자애의 반응이 너무나 궁금하여 

리처드 도킨스의 Root of All Evil 을 틀었는데 

다큐초기에 나오는 콜로라도 복음주의 교회보더니 얘가 소리를 꽥 질렀음.

자기네 동네래. 집에서 바로 보이는 풍경이라며.

 

나는 이 사람의 처지에 동정심이 들기 시작했다. 

저런 동네에서 정체성을 숨기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숨막히는 일일까? 



근데 또 반전이 있었다면 이 사람은 다큐멘터리를 다보고 나서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음. 

자신은 사실 가톨릭 교도이고 종교안에서 영적인 위안을 얻는데

 도킨스 박사는 사람들에게서 그 위안을 빼앗으려 한다고.



그래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 졌고 시계를 보니 8시가 되었길래 푸딩 먹으러 주방으로 향했다. 



LGBT 뉴스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이 속한 종교계 내에서의 평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때 저 기분을 느낀다.



난 정말 모르겠다. 내가 믿는 종교의 교리가 나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면야 안 믿고 말지. 

굳이 왜 나보고 죄인이라며 손가락질 하는 인간한테 축복받으면서 결혼식을 올려야 겠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모투에카에서 넬슨 레이크 파크로 향하던 중 




뉴질랜드는 히치하이킹이 가능한 몇 안 남은 국가중 하나라고들 하는데 그래도 혼자있을땐 안하는게 물론 낫다. 

이 당시에도 체코에서 온 여자하나가 히치하이킹 하다 살해당했음. 



근데 사실 버스시설이 너무 구려서(넬슨-모투에카 버스는 오후 4시에 끊겼나 그랬음) 

자가용 없으면 히치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다들 위험 부담있는거 알면서도 손가락을 치켜 듬. 

그리고 또 괴상할정도로 친절한 인간들이 많아서... 

 

일전에 혼자 넬슨에서 돌아올때는 왠 노신사가 너 혼자 그렇게 다니면 큰일 난다며 

자기 가던길을 벗어나면서까지 나를 호스텔 바로 앞까지 데려다 준 일이 있었음.   



넬슨파크 갈때는 배관공 젊은이의 차를 얻어타고 갔는데 

알고보니 이사람도 자기 목적지에서 한--------참을 더 간거더라고! 

아니 이나라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러는거냐고 묻는 우리에게

 '자기가 아까 그곳에 내려줬더라면 니들이 거기까지 가는 차량을 발견할 확률이 거의 없을게 뻔하기 때문에' 

라고 대답하던 젊은이... 맙소사 ㅎㅎㅎㅎㅎ



아무튼 이런일이 비일비재 했다. 

친절이란 아무래도 돌고돌기 마련이라 제잌과 나도 차가 있을땐 종종 히치족들을 실어다 주곤 했음

뉴질랜드 여행기 자꾸 쓰다보니까 젠장 돌아가고 싶잖아? 

 

근데 또 사람들이 친절하다보니 다들 하지 말라는 히치하이킹을 자꾸 하고 

 

그러다가 재수없으면 저 체코여자처럼 목숨을 잃기도 하고





 

완전 행복해 보이는 레오군. 넌 좋겠다 등치크고 남자라 여행 중엔 이런 애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음

 

 

넬슨 호수

 

 

남생이를 방불케 하는 내 모습

 

 

마누카 나무

 

 

나무에서 자라는 흰털끝에 저렇게 마누카 꿀방울이 맺힌다. 나무에 들러붙어서 핥아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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