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에요

부랑자씨와 버스

유 진 정 2022. 7. 16. 23:51



좀 전에 인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와서 소개

peer to peer 라는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몇 주 전 줌 미팅이 있었다.

서로 간단하게 자기소개 등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중 김보원이라는 분이 며칠 뒤 미국여행을 갈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하셨음.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서 일종의 사전조사 차원으로

당시 보원님은 꽤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는데 오늘 오프라인 미팅에서 미국 좋았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더니 포틀랜드에서 있었던 버스 사고 일화를 공유하심

보원님이 타고 있는 버스에 술인지 약인지에 엄청 취한 흑인 '부랑자씨' 가 탔는데
그 부랑자씨께선 승차요금을 못 내겠다고 선언하셨고 기사와 실랑이 끝에 버스가 출발했다고 한다.
(내리게 하지 못한 이유는 배차시간 때문으로 추정) 무임승차 부랑자씨는 버스안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에게 시비를 걸다가 급기야 운전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몇 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행패가 계속되자 결국 빡친 기사가 급정거 + 급출발을 시도했다고 함. 서 있는 부랑자 자빠지라고.

문제는 그 버스 안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있었고, 급정거로 넘어진 장애인은 절규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와중 승객들은 두 패로 나뉘어 부랑자(흑인)의 잘못이다, 아니다 기사(백인)의 잘못이다 로 싸우기 시작했고 (패거리가 흑/백으로 나뉘진 않았다고..) 다행히 누군가 급제동장치(?)를 사용해 문을 열어 보원님은 그 아수라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지만
거기서부터 숙소까지 걸어오는데 40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하고나니 미국행이 망설여진다고

그 부랑자 뿐만 아니라 서부 어디를 가도 노숙인 투성이였다는데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홍기하씨가
서부에서는 무조건 차를 렌트해야 하고 대중교통은 정말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말을 덧붙임

아무튼 보원님이 귀한 경험을 하고 오셨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바로 도착한 사람의 이야기라 굉장히 생생했고 시사하는 바가 있는 에피소드였다.
여기서 제일 잘못한 인간은 누구인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인간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 보게 됨

나는 기사가 제일 이상한 거 같은데 저런 환경에서 버스운전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는
회사차원에서 멘탈케어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함. 둘의 잘잘못은 가려봐야 의미가 없고 시스템의 실패라고 생각..

그래서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면에 대해서 생각해봤음

얼마전 읽은 만화 로봇 코유키에는 '강 건너편' 이라는 마을이 등장하는데
그 곳은 '이쪽 편'에서 경제적으로 실패한, 탈락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장소임. 그 곳의 땅은 질퍽거리며
범죄를 제외하고 유일한 일자리는 '분자력 발전소' 로, 찢겨진 작업복 사이로 (관리를 안해서 찢겨진 작업복이 제공됨)
가스를 들이마시면 코피가 나오는 유해한 업무환경을 자랑함 그러던 어느 날 주가 급락으로 주인공 친구네 아버지 회사가 도산하고 일가족이 '강 건너편' 으로 이주하게 됨
주인공과 주인공의 여친로봇 코유키는 친구를 걱정하다 그 곳의 실상을 깨닫게 되고,
로봇 공학자인 주인공 어머니의 개조로 자아를 얻게된 코유키의 주도로 혁명이 일어나는데..
(중략) 아무튼 간만의 내 안의 빨갱이를 자극한 일화/만화였고 여기에 대해선 언제 정리를 좀 해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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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드트립 5-6일차 - 뉴멕시코

(1일차부터 보기) 5층짜리 빌딩을 나무로 짓는 미국의 위엄.. 별이 잘 보이는 휴양도시 플래그스태프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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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진서 전 편집장님의 미국 여행기도 생각났는데 귀신도 나오고 재미있으니 일독을 권함. 이쪽도 서부-중서부 루트

여행지에서 여행기를 바로 쓰는 저 기자정신도 놀라움(이직 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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