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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마리- 소란스럽게 밥

유 진 정 2023. 1. 24. 17:21

 

- 그림체 별로라 패스하려다 저 표지의 속눈썹 믿고 펼쳐봤는데 첫장 대사가 좋길래 완독
< 우리는 몇 번이나 되살아난다. 조금씩 조금씩 거듭해서 다시 태어난다. >

 

- 띵작까지는 아니고 수작. 갓띵작과 수작을 나누는 기준은 역시 절제인 거 같은데
오카자카 마리의 만화는 배경과 연출 등 모든게 엄청 빡빡하고 화려하고 과하게 들어 감 
요시나가 후미나 이와아키 히토시 류의 절제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출에 비하면 조악하다고 느껴지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양념 팍팍 친 맛이 있다. 살짝 오글거리는 트위터 감성도 인기 요소일듯

 

- 줄거리는 미대나왔지만 예술의 길을 가고 있진 않은 세 동창 (직장괴롭힘 퇴사자. 파혼당한 커리어우먼, 나쁜남자랑 동거중인 게이) 이 각자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살며 집에서 밥 해먹는 내용. 

 

- 요새 이런 밥으로 힐링하는 만화가 많이 나오는 거 같은데 치킨이 섹스가 되고 혼밥하는 1인가구가 늘어난 문화 때문인듯
안전한 거주지에서 동료와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 행위는 원시인들의 가장 흔한 복락이었을 텐데
이런 원초적 기쁨을 박탈당한 인구가 많아진 것에 대한 반증인가 싶음
비슷한 맥락으로 성애를 잘 묘사하는 작가들이 먹는 만화도 잘 그리는듯 (여자 작가 한정. 이것도 재밌는 지점)

 

- 작가가 막컷에 떡밥 던지는 기술이 예술에 가깝다.. 거의 낚시 수준이라 좀 빡치기도 함; 이런 거 배워야지


 

<대사들>

 

- 우리는 나약하기에 즐거운 일만 먹으며 살아간다. 

- 제일 외로운 여자는 혼자인 여자가 아니라 혼자를 못 견뎌서 아무하고나 사귀는 여자야.

- 행복해지는게 인간의 목적은 아니니까. 

- 우리같은 사람들은 바쁜게 나은 것 같아. 한가해지면 자신을 저주하니까 

- 다른 사람과 단 둘이 24시간 내내 함께 있기가 힘들어,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고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보러가는 것도 싫고 졸리지도 않은데 그만 자자는 말 듣는 것도 싫고 배고프지도 않은데 상대를 위해 식사메뉴를 생각하기도 싫어. 그치만 결혼은 하고 싶어. 

- 치하루: 뭔가 만들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힐까? 

나카무라: 그야 여러 방법이 있겠지 음악을 듣거나, 연주를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뭔가를 배우거나, 쇼핑을 하거나.. 일을 하며 기분전환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치하루: 정말 여러 방법이 있네, 아니, 그보다 세상 모든게 다 포함되잖아. 말하자면 이 세상은 기분전환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구나! 

나카무라: 비약이 심하네 

치하루: 그치만 인간은 기분으로 이루어진 동물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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