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귀찮게 구는 파리를 쫓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건 다 집어치웁시다!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겁니다. 왕실의 배가 무수한 깃발을 달고 당도하여 축포를 발사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게오르기오스 왕자가 크레타의 땅을 밟았을 때 이야긴데……
온 백성이 자유를 찾았다고 미쳐 날뛰는 꼴 본 적 있어요? 없어요? 아, 저런, 그럼 두목은 눈뜬장님으로 살다 죽을 팔자시군. 내가 천년을 산다 해도, 내 육신이 썩어 한 줌 재로 남을 때까지 난 그날 본 건 잊지 못할 겁니다요.
우리가 입맛대로 하늘나라 낙원을 선택할 수 있다면 - 낙원이라면 마땅히 그런 것이어야 하겠지만 - 하느님께 말씀드릴 겁니다.
‘오, 하느님, 내 낙원은 아프로디테의 신목(神木)과 깃발이 나부끼는 크레타 섬이게 하시고, 게오르기오스 왕자가 크레타의 흙을 밟던 순간이 세세연년 계속되게 하소서. 그러면 족하겠나이다.’"
조르바는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콧수염을 쓸어올린 다음 찬물을 한 컵 가득 부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르바, 크레타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겁니까? 이야기 좀 들읍시다."
"그 길고 긴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 거요?" 조르바의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
"보세요, 내 말씀드립지요,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마케도니아에서 나와 함께 온 반란군 상놈 중에 요르가란 놈이 있었습니다. 극형에 처해야 마땅한 진짜 돼지 같은 놈이었답니다.
아, 글쎄 이런 놈까지 울지 않겠어요. ‘왜 우느냐, 요르가, 이 개새끼야. 너 같은 돼지 새끼가 뭣하러 다 우니?’ 내가 물었지요. 나도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었답니다.
그랬더니 이자는 내 목을 안고 애새끼처럼 꺼이꺼이 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개자식은 지갑을 꺼내어 터키 놈들에게서 빼앗은 금화를 주르륵 쏟아 내더니 한 주먹씩 공중으로 던지는 겁니다. 알겠어요, 두목? 이런 게 자유라고!"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쏟아 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찢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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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오,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
" 언젠가는 자를 거요. "
내가 오기를 부렸다. 조르바의 말이 정통으로 내 상처를 건드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양국 맛이지. 멀건 양국 차 말이오. 럼주 같은 맛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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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정: 이렇게 생긴 한남들 넘 좋은데 보통 개자식이었던 거 같은데
유진정: 테스토스테론의 영향때문인가..
홍기하: 그니깐 이젠 데이터 넘 많아져서 이런 일반화 바로 가능한게 문제라고
유진정: 그니까 ㅋㅋ
아까 뷰티풀 마인드 봣는데 천재 수학자 존 내쉬 조현병 발병햇는데 마누라가 걍 결혼 ㄱㄱ 하거든요
근데 또 이해가 가는게 존 내쉬가 넘 매력적이란 말이에요
유진정: 매력이 사라져서 낭만도 사라진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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