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인리호수,낭쉐,버마 2012/09 Inle Lake, burma

유 진 정 2013. 10. 14. 23:26

 

론리플래닛 버마편의 표지를 장식한 인리호수 

 

 

나도 찍었다. 이 꼬마들은 왠지 사진촬영용으로 고용된 것 같았음. 

워낙 유명해진 곳이라 보트운전 하는 사람들 끼리 경쟁도 치열한거 같고 뭔가 딱 사진 찍는 스팟을 정해 놓은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듯한 사진 건지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관광객 입장에서야 땡큐임

 

 

 

 

양곤을 떠나 인리로 향했다.

양곤의 터미널은 돗대기 시장같은 느낌.. 픽업트럭을 타고 먼지를 옴팡 뒤집어쓰며 터미널에 도착했고 먼지와 땀에 쩔어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너무 찝찝하여 화장실로 향했음 

 

대충 수건에 물이라도 적셔 닦고 타야지 하는 심산이였는데 화장실이 재래식.. 세면대 따위 당연히 존재할 리가 없었음

그래서 걍 화장실 물내리는 용도로 쓰는 수도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 쓱쓱 씻고 있는데 

이건 도대체 깔끔을 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 문득 신발에 모래 한 알 들어가면 안걷겠다고 난리를 치던 예민한 꼬맹이에서 여기까지 진화한 나를 보면 엄마는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뭐 사 먹을거 없나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뒤에서 누가 안뇽 안뇽거리길래 보니 레슬링 선수같은 체형의 독일청년 네명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벤과 코이 기타 등등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그들도 인리에 간다고,,

저런 구성으로 여행을 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에 좀 부러웠다. 서로 앞다투어 맛이 상상이 안가는 과자들을 한 보따리씩 사들고 각자의 버스에 올랐다.

 

나는 귀뚜라미 더듬이 같은 백미러가 부착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럴듯한 겉모습과 다르게 버스안은 상당히 비좁았고 

드라마와 뮤직비디오를 끊임없이 틀어주는 통에 정신이 사나웠다. 볼륨을 어찌나 크게 올려놓는지 귀마개를 하고 들으니 적정볼륨으로 들렸음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90년대 중국집 배달원 느낌의 염색한 남자가 끊임없이 옷을 바꿔 입고 나와 기타를 걸치고 팝송을 버마어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주가 되었다. (심지어 오프스프링의 원파인데이 버마 버전도 불렀음 )

게중에는 괴상한 것도 있었음 

줄거리

느끼한 남자가 나와 여자랑 연애를 하다가 여자가 울면서 이별을 통보 - 남자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자의 복부에 펀치를 먹임 -  여자 사망 -  남자 여자 일기를 읽다가 알고보니 여자가 불치병이여서 이별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알게됨 - 남자 웬 교회당으로 들어가 여자를 눕히고 웨딩 드레스를 입힌뒤 눈물을 흘리며 반지를 끼우더니 독약 먹고 쓰러짐 - 잠시후 죽을줄 알았던 여자가 하품을 하며 일어남 - 깨어난 여자 죽은 남자를 보고 오열

 

뭐 로미오와 줄리엣 포함 이것저것 짜집기한 내용인듯한데 상당히 혼란스러웠음

드라마는 공포인지 코미디인지 장르가 모호한 것에서 부터 시트콤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권선징악적 내러티브를 고수

 

안내양 아가씨는 3시간 간격으로 휴게소에 멈출때마다 승객들을 모두 버스 밖으로 내보냈는데 

담요를 뒤집어 쓰고 아무리 온몸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표현해도 끝끝내 사람을 깨우고야마는 끈기를 보여주었다. 깨우는 손길은 상냥했지만 어쨌든 짜증났다.

왜 이러는거지 하고 나중에 다른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도난방지가 이유인듯 싶다. (버마에서 외국인을 상대로한 범죄는 처벌이 매우 무거움 버스회사로써는 신경을 써야할듯)

 

 

인리를 향하여

 

 

 

이게 휴게소여 나이트여 

 

 

 

 

듬직한 체형의 여성

 

 

 

새벽 5시경 어버버거리며 내림. 인리호수의 게이트타운인 낭쉐에 도착.

택시기사들이 몰려들어 호객행위를 하였으나 저쪽에서 동네사람들이 픽업트럭을 타고 있길래 쫓아가서 합승. 

낭쉐의 입구에서도 어김없이 5000짯을 삥뜯김. (대부분의 버마 관광지는 입장료를 내야함. 정부방침)

 

 

늠름한 자태의 낭쉐 소녀

 

 

 

 

 

 

 

 

원래 묵으려고 한 숙소는 모두 full이여서 이 곳 리멤버 인에 가방을 풀었다.

론리 플래닛의 설명대로 인테리어는 우울했지만 따듯한 물 잘 나오고 싸고 넓고.. 뭐 만족스러웠다.

정원에 토끼와 고양이들이 어슬렁대고 있는것도 마음에 들었고

주인장은 세상살이에 빠삭한 느낌의 뚱뚱한 중년 남성이였는데

당시 나는 조지오웰의 버마시절을 읽고있었던지라 악당 우포킨의 이미지가 겹쳐보였음

 

감기가 오는 것 같아 첫날은 씻고 동네구경을 조금 한뒤 양곤의 루비백화점에서 구입한 비타민 씨를 와작와작 씹어먹고 낮잠을 잤다. 자고일어나니 역시나 머리가 띵한게 감기가 오고 말았음. 으으 여행시작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몸을 못가눌 정도는 아니라 일어나 나가서 카레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보트투어를 예약했다. 

예약은 길에서 만난 영어를 매우 잘하는 보트 운전사를 통하여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혼자서 보트를 타던 여러명이서 타던 비용에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나에게 여주인은 몇시간후 보트투어 할 생각 없냐고 물었고 지금 네 명 자리에 딱 한명이 비니 같이 가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음. 나는 이미 예약을 했다고 말했는데 여주인이 혼자가면 비싸니까 네명이서 사분의 일씩 내서 하는게 낫다고 했다. 우잉

아무튼 투어도 여럿이서 하는 게 나을 거 같았고 싸기도 하다길래 하겠다고 함

뚱뚱한 주인이 어제 내가 받아온 명함으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시켜 주었는데 기분이 좀 그랬다. 

이 숙소는 규모도 크고 뭐 한 두명 예약 캔슬한다고 해도 별 타격이 없겠지만 어제 만난 보트 운전사는 실망이 컸을 것 같아서였는데, 죄책감은 들었지만 애시당초 잘못된 설명을 해준 보트 운전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금 복잡한 기분으로 투어를 기다리는데

고릴라즈 티셔츠를 입고 롱지를 어설프게 두른 서양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개리 윈틀이고 캐나다 출신의 

만화가였다. 

 

이런 인연으로 게리와 낭쉐에서 며칠 밥먹으러 다니다가 훗날 방콕에서도 잠시 조인했는데 느끼한 멘트는 부담스러웠지만 공통의 화젯거리가 있어서 그와의 대화는 꽤 즐거웠다.

 

 

발로 노를 저어가며 무엇인가를 자꾸 건지던 사람들.

시커먼 해초같은것이였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밭에 거름으로 쓰는 것이라고.. 어부인줄 알았더니 농부였군

 

 

 

 

 

 

 

 

 

 

 

 

 

 

 

 

 

 

 

탁아소

 

 

 

점방들

 

 

 

안뇽

 

 

 

보트가 지나가자 깔깔거리며 인사를 보내던 동네 꼬꼬마들

 

 

 

배를 타고 농사를 짓는 주민들 토마토 같은걸 재배하는것 같았는데 수확을 배를 타고 하면 수월하겠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토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작물임. 토마토 밭에서 일할때 넘 고통스러웠음. 무겁기도 무겁고

 

 

 

구름이 예쁘다

 

 

 

 

 

 

 

천 짜는 공장

 

 

 

 

 

 

 

이런곳을 두루두루 끌고 다니며 쇼핑의 기회를 제공한다. 

각각 오불, 칠불을 주고 똑같은 윗도리 두벌샀다. 왜 그렇게 됬냐면 이동네 판매 시스템이 그럼. 가격을 안말해주고 가격적힌 판때기를 하나주고 소비자가 내고 싶은 가격을 고르면 거기서부터 흥정이 시작되는 거임. 와 재미있다

 

 

그 웃도리가 요거

 

 

 

달팽이 알

 

 

 

팩토리에서 파인애플 껍질 들어간 시가를 음미하고 있는 개리

 

 

 

호기롭게 등장한 코코넛 쥬스. 

 

 

 

불교국가 답게 어디를 가나 염불외는 소리가 하루에 몇시간정도는 꼬박들림

세탁소 아저씨 세---탁 그 톤으로 쉬지않고 중얼거리는데 당연히 방송을 틀어놓은 것이라 생각했건만...!!

직접 읽는 것이였어

 

 

 

여자는 올라오지 말라고

 

 

 

아이들이 몰려들었는데 특이하게도 샴푸와 치약을 달라고 졸라댔다. 초콜렛이 아니라 치약을 달라고?

투어를 함께한 라틴커플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있었는지

호텔등지에서 작은 샴푸치약등을 싹슬이해 챙겨와 나누어 주었음

  

 

 

 

 

 

 

 

카렌족 여성들

 

 

 

스님들이 훈련시킨 고양이들이 껑충껑충 뛰어다닌다는 점핑캣 모나스트리를 방문하였으나 고양이들은 별 의욕이 없어보였다

 

 

 

 

 

 

그날 저녁엔 호스텔 로비에서 게리와 맥주를 사다 먹었다. 한참 떠들다보니 파리한 안색의 안경 낀 청년이 다가와 함께 해도 되냐고 물었음. 아침에 식당에서 만난적이 있는 사람이였다.

텍사스 출신의 이 청년은 베이징대에 교환 학생으로 와있던 중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간 라오스+버마여행을 계획하여 이곳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대충 들어보니 살인적인 여행 스케쥴이였음.

이 볼 것 많은 나라들에서 일주일은 너무 짧은 시간 아니냐 묻는 내게 하지만 돌아가서 공부를 해야함으로.. 라고 초연한 얼굴로 대답하는 그를 보는데 문득 이런사람은 정말로 오랜만에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나같은 장기 여행자만 상대하다 보니

또한 그는 어마어마한 과제거리를 들고 여행 중이였는데 어이구 맙소사를 외치는 나에게 다시한번 초연한 얼굴로 장학금을 받아야 되니까... 라고 대답하여 나를 경악시켰음

밤이 깊을 무렵 그럼 나는 과제하러 간다 하고 일어나는 그의 다리를 보는 순간 나는 또 한번 놀라고야 말았는데 그것은 그에게 뚜렷한 소아마비의 흔적이있었기 때문이였다.

나는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얼른 그를 따라 일어나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풀네임을 물어보니 자신의 성이 딜런이라고 말해주었음. 나 밥딜런 좋아한다고 하니까 자기는 Shelter From the Storm을 제일 좋아한다며 히히 웃던 딜런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근데 이상하게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지지리도 게으른 나로써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볼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지고는 하는 것이다..

 

다음날 게리에게 어제 만난 그 사람은 매우 인상적이였다고 말하니 게리는 왜 공룡처럼 걸어다녀서? 라고 대답함

소아마비 때문이잖아 하고 면박줬더니 깜짝 놀라며 그랬던 거였구나.. 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를수가 있는거지 얘도 아무튼 재밌는 애였음

 

 

 

 

 

 

다음날은 자전거를 빌려 돌아다녔다

 

 

 

이쁜 송아지

 

 

 

절인지 학교인지

 

 

 

게리와 함께 문 밖에서 고개를 쭉 빼고 눈치를 보고 있었더니 노스님이 허허 웃으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구멍가게

 

 

 

과자를 구입하여 나누어 먹었다. 상상을 초월하게 달았음

 

 

 

절의 우물

 

 

 

이 사원의 저 흰 탑들이 있는 곳애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표정을 한 불상들이 많았다.

게리는 하나하나 둘러보면 이건 코캐인한 얼굴.. 이건 lsd 이건 대마.. 하며 설명을 하였음

아 불상얼굴 사진들을 찍어 왔었어야 했는데

 

 

 

 

 

 

 

 

 

 

 

정처없이 달리다가 작은 마을 안에서 길을 잃은 우리들을 픽업하여 버마시가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신 이 아주머니와 우할머니. 뭔가 접근 방식이 독특했는데 살금살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시가 한번 만들어 보겠니? 라고 하셨음

차 얻어마시고 나서 시가 한봉다리 구입해 왔는데 다해서 한 오백원정도였나.. 투어도중 들른 팩토리의 십분의 일 가격이였음. 디스트리뷰터가 떼먹는게 많구먼

 

 

 

동네 꼬꼬마가 카세트 테잎을 들고 사진찍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근처의 모나스트리. 또 밖에서 눈치보고 있으려니 노스님과 동네 아저씨들이 반색을 하며 들어오라고 함.

동자승들이 챈팅을 하고 있었는데 입은 쉬지 않으면서도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휘둥그래 뜨고 우리를 바라보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사진찍으려고 하니까 깔깔거리며 얼굴을 가렸음.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다시 차를 얻어 마신 후 돌아갔다. 

 

 

 

부동자세의 호스텔 고양이. 

 

 

 

 

사진관

 

 

나 나중에 이거 타봄.. 내릴때 근육통 작살

 

 

 

 

 

 

 

다음 목적지 바간을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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