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아기공룡둘리 - 김수정

유 진 정 2014. 3. 30. 21:57

내 인생 최초의 소비에 대한 기억은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산동네의 얼어붙은 언덕길과 함께 시작한다.


당시 친척집이 길음동 산동네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세뱃돈을 받아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촌언니와 나는 이돈을 어떻게 하면 가치있게 쓸 수 있을것인가 고민하던 중, 그래 신세계 백화점에가서 둘리 만화책을 사자라는 결론을 내렸음


버스를 타고 도착한 백화점 문고코너에서 나는 둘리 1,3,5권을 언니는 2,4,6권을 구입함. 그러면 다보고 서로 바꾸어 볼수있으니깐

계산을 하고 집에가서 아랫목에 배깔고 읽어야지~ 당장 읽고싶은거 참고 소중히 안고 돌아왔는데 이런제기랄


동네 중간에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이 있었는데 그것이 그새 땡땡얼어 미끄럼틀이 되어 버린거임


둘리는 읽고 싶어 죽겠지 날은 춥지 그 시절에 휴대폰이 있어서 어른에게 전화를 할 수 있기를 하나 

언니랑 발만 동동 구르다가 길다란 부지깽이같은걸 어디서 구해와서는 미끄럼 방지 쇠붙이가 붙어있던 부츠를 신은 내가 먼저 있는 힘껏 빙판을 찍으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기 시작했음


올라가며 미끄러지기를 반복했지만 둘리를 읽어야 겠다는 집념으로 수차례의 시행착오끝에 겨우겨우 등반성공. 이야!  

그날 쩔쩔끓는 아랫목 솜이불 밑에서 읽던 둘리는 참 재미가 있었음 


김수정 선생님은 중학생시절 모대학 뭔 민족함양 만화그리기 대회였나 무튼 거기 시상식장에서 뵐 기회가 있었는데 받은 상보다도 시상자가 김수정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흥분하여 시상대로 올랐던 기억이 있다.







엄마엄마 부르는 장면봐 너무 가슴 아퍼ㅠㅠ


극장판 애니에서 영겁의 시간을 거슬러 엄마와 상봉한 둘리가 강제이별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희동이라는 캐릭터가 저주스러웠다.

난 아직도 희동이가 너무 미워서  희동이라는 인물을 포용하게 되는날이 내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날이 아닌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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