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93

예술하는 새끼들이 뭐가 그렇게 잘났어

이 말은 내가 H와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한 날 들은 말인데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연극하다 입시강사로 전업한 동기 S와 이공계 교수였던 H, 나 이렇게 셋이 H의 집에서 술을 마시며 저 뮤직비디오 참 잘 만들었네 못 만들었네 류의 잡담을 하던 중 등장한 발언이었음 전혀 격앙된 분위기는 아니었고 평범하게 마시던 자리였는데 만취한 H가 뜬금없이 상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며 " 예술하는 새끼들이 뭐가 그렇게 잘났어! " 를 외쳤고, 찰나의 정적이 흐른 뒤 S는 이 새끼 병신이네 야 이런 새끼랑 만나주지마. 라고 일갈한 뒤 퇴장 나는 너무나 쪽팔렸기 때문에 팔짱을 끼고 서서 H를 노려보았고 그러자 그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라며 오열하다 쓰러져 잠듬 당시엔 너무너무 속상했는데 지금 복기하다보..

나다 2023.01.31 (3)

PEER TO PEER 대담집 다운로드 링크 (재업)

전시가 끝났습니다. 비치해 두었던 작가들과의 대담집 PDF파일을 배포합니다. (총 60페이지이며 내용이 소폭 수정, 추가 되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a9dzYtZyWUX33QAZoeIH6NBPIZ0I3SYZ/view?usp=share_link 위의 링크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재배포하셔도 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화로운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𝙋𝙚𝙚𝙧 𝙩𝙤 𝙋𝙚𝙚𝙧 2022. 12. 15 - 2022. 12. 31 작가ㅣ김보원, 김의선, 박은진, 손지형, 송민지, 유진정, 조휘경, 차시헌, 최희원, 홍기하, 홍예준, 홍자영 디자인ㅣ인현진 기획 | 고안철 장소 | 온수공간 후원ㅣ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나다 2022.12.31 (9)

B의 추억

B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태원 사건 해외보도를 접하고 묻는 안부인사였다. 그리고 최근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다고 했다. B와는 오래 전 함께 여행을 했다. B가 히말라야 산맥에서 이십여마리 개와 함께 지낼 때 찍은 사진을 랩탑으로 보고 있는데, 뒤로 지나가던 막내이모가 어머, 어느 쪽이 개인지 모르겠다 얘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솔직하고 표정이 풍부한, 동물적 매력이 있는 인간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추었다. 그와는 좋은 기억이 많고 삶에서 가장 건강하게 지냈던 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처럼 젊지 않고 여행을 하지 않을 때도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종종 스쳐가는 날들이었다. B는 노동을 싫어했다. 부친처럼 모든 것을 일에 바쳐가며 살고싶지 않다고 말..

나다 2022.11.05 (4)

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만

지난 카카오 대란때 블로그 접속이 안되니 순간적으로 공포감이 들더군요 11년 동안 기록해온 1600여개의 공개글과 4070여개의 비공개글이 한큐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쥐디와 부처님 말씀을 떠올리며 패닉에선 벗어났습니다만 아무튼 맘에드는 글들을 모아 불로 태우기 전까진 사라지지 않는, 물성을 가진 책으로 만들어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은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생각하고 있고 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 펀딩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일단 공지를 해놔야 움직일 것 같음으로 기록해둡니다. 표지, 사은품(?), 이것만은 제발 해라 or 관둬라 등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려주시지 않으셔도 감사합..

나다 2022.10.27 (48)

표현의 자유와 목숨

업계종사자 2022.08.18 20:26 저는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하며 그 정도를 명문화 하거나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보는 사람들이 생길지라도 존중되어야 하는것이 표현의 자유가 아닐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성년 아티스트나 청취자의 성적자기결정권보다 롸임이 더 중요할수도 있다는것이죠.. 그리고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로 가기 전에 이들은 아이돌멤바이기 이전에 이미 아티스트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이들 아티스트들에 대한 억압이 아닐까욤.. 기획사와 아티스트와의 관계는 미디어에 비춰지는 모습이나 사람들의 추측과는 마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유 진 정 2022.08.18 23:29 벽을 넘으신 분이군요ㅎ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님의 의..

나다 2022.08.19 (17)

철인3종 + 불교는 왜 진실인가 + 비비안 마이어

PM 2:00 - 5:30 수영 PM 6:40 - 9:30 사이클링 PM 9:30 - 10:30 GYM 아침에 일어나니까 날씨가 좋았고 예보에도 비 안 온다길래 밥 후닥닥 먹고 뚝섬 수영장으로 향했다. 요새 비 안오는 날이 너무 귀해졌다. 수영을 하고 근처에서 하는 전시 보고 퇴근 시간대 걸렸길래 자전거 타고 집에 오던 중 동선에 GYM이 있길래 그대로 들어갔다. 러닝머신 뛸까 상체할까 하다 걍 상체했는데 뛰었으면 진짜 철인3종이네.. 심지어 집에 와서도 별로 안 피곤하길래 한참 놀고 자기 싫어서 새벽까지 버티다 사천짜파게티 하나 끓여먹고 잠 아니 왜 이러지 싶어서 생각해보니까 자전거가 전기 자전거고 (체력소모가 적음) 유수풀에서 수영했음 (유속 빨라서 이동거리에 비해 체력소모가 적음) 그리고 늘 신기하..

나다 2022.08.17 (11)

김구에 대한 단상

어제 잠들기 직전 김구.. 김구에 대해 알아봐야 돼..! 하고 폭풍검색하다 잠들었는데 뭣땜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일어나자마자 까먹었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1위가 김구라는 문장을 읽고 생각한건데 한국사람들 안경을 진짜 좋아하는 거 같다. 조용필 서태지 유재석 문재인 한동훈 등등 뭔가 위쪽으로 갈 수록 안경 낀 남성의 이미지가 잘 먹히는 거 같음. 전에 전철에서 일타강사들 주루룩 세워서 찍은 학원 광고사진을 봤는데 스무명 가량 되는 중년 남성 중에 안경 안 낀 사람이 딱 두 명 있었음. 지적이고 무해하다고 느끼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도 안경에 약함 하지만 안경남 김구의 주변에는 피냄새가 감돈다. 김구는 츠지다 조스케라는 일본 상인을 살해한 적이 있으며 (위장한 장교 같다는, 순전히 본인..

나다 2022.07.14 (5)

전쟁에 대한 생각

요즘 전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하려고 하는게 아니고 그냥 자꾸 남 일전에 만난 홍기하 작가의 차 트렁크에 WAR IS OVER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봤고, 그 다음날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기 때문인 것 같다. 대전 현충원에는 6.25때 돌아가신 아저씨의 아버지가 묻혀 있다. 원래 6월이 되면 아저씨와 엄마 둘이서 방문을 하고 오셨는데, 돌아가신 분에게 내가 개인적으로 고마운 것이 있어서 이번엔 따라가겠다고 부탁을 했다. 고마운 것이 무엇이냐면 두 분이 이제 나이를 먹으셔서 병원에 다닐 일이 늘어났는데 유공자 자녀/배우자 의료비 혜택이 상당하다. 이십대 중반 모친의 수면제 소동 이후로 집에 들어가 영어강사를 하던 시기 모친이 만두 먹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우리 둘 중 한 명이 중병에..

나다 2022.06.14 (4)

사과를..강요하지마..

운동끝나고 샤워하고 나와서 락커 여는데 옷 다 벗은 아줌마가 다가와 다짜고짜 삿대질을 함 이래도 되는거냐고 하길래 뭘요?? 하니 바닥을 가르킴 벤치에 벗어서 접어두고 들어갔던 운동용 반바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라이너까지 붙여놔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음 그래서 보기 좀 그렇네요.. 하니까 아줌마는 이럴땐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거지 뭘요가 뭐냐며길길이 흥분했음. 하지만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나? 중력의 존재에 대해? 락커룸 벤치 아래 라이너 붙은 반바지가 떨어져 있다는게 화까지 날 일인지 난 잘 모르겠음 그래서 저걸 혹시 만지거나 밟으셨냐고 물어봄. 그건 아니라길래 그럼 왜 화 내는건지 모르겠다고 하니 아줌마는 다시 미안합니다 한 마디면 끝날 일을 뭔 말이 그렇게 많냐, 궁시렁거리며 무리로..

나다 2022.01.16 (20)

다양성은 왜

존중되어야 하나? 전철 안에서 노선표를 보다 고개를 드니 지적인 차림새의 흑인청년 다섯명과 난쟁이 아저씨가 나를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잠깐 꿈인가 싶었는데 아니었고 다음 정거장에선 둘 다 나보다 십 센티 쯤 작은 태국 커플이 타더니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빨간 모자와 장갑을 끼고 예쁜 책을 손에 든 노년의 남성도 올라탔다. 책의 커버가 몰스킨 스타일로 특이했고 페이지 하단에 컬러로 된 명화가 프린트 되어있었다. 며칠 전 걸어가다 왜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는가 라는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다.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어서인지 막상 누가 왜? 왜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이 안 튀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모군은 뉴욕에 갔을때 감격했다고 했다. 존재 자체가 온전히 받..

나다 2021.11.28 (8)

산은 산이고 머리는 머리

애드센스가 수익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한다. 쥐구멍 블로그에서는 월 삼만원 가량의 광고수익이 발생한다. 방문자들한테 용돈을 받는 느낌이다ㅋㅋ고마워용 이발비 하면 되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몇 달 전 일이 기억났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들어오면 내가 리터칭을 한번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다음 미용실 갈때가 되기 전 한번 더 자른다. 머리 자르는건 재밌다. 조각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칠때면 뒷머리에도 손을 대는데 이건 대체로 결과가 좋지않다. 하지만 내 눈엔 안보이니까 거슬리지 않아서 그냥 살다가 명절이 되어 모친의 집을 방문했더니 모친이 경악을 했다. 머리가 이게 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 내가 잘랐거든. 했더니 사람이 멍청해 보이게 이게 뭐냐!! 집에가면 미용실부터 가라며 신신당부..

나다 2021.11.11 (7)

회색지대

맑은날 여의도 공원 잔디밭에 엎드려 독서를 시도한 적이 있다. 하얀 종이에 햇빛이 너무 심하게 반사되어 눈이 부셨고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주위가 어두워졌을때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사상적으로 크게 치우친 사람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현상을 자기가 보고 싶은데로 보고있구나. 라는 느낌 끊임없이 회의하고 의심하는 행위는 상당한 에너지를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다들 아다리가 맞고 답이 나오는 걸 좋아하니까.. 당장 나부터도 몇몇 주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사고를 관둔 듯한 면이 있고 논문을 자주쓰던 a..

나다 2021.09.05 (9)

팝스쿼드. 번식자들

넷플 러브데스로봇 시즌2가 나왔다. 사실 나온지 쫌 됐는데 개노잼이라 그런지 리뷰가 별로 없네 그래도 세번째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는다. 미래의 지구가 배경이고 이 시대 지구인들은 팝스쿼드라는 약물을 주기적으로 주입해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삼. 그리고 사람이 안 죽으면 인구를 조절해야 되니까 번식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팝스쿼드까지 포기하고 숨어 살며 꾸역꾸역 아기를 낳아 기르는 '번식자'들이 있는데, 주인공의 직업이 그 번식자들을 찾아내어 아기는 죽이고 부모는 체포하는 공무원임 주인공의 여친은 예술가임. 조수미 같은 세계적 오페라 가수임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갈채를 받자 감사하다고, 나 이 파트만 이십년 동안 연습한거라는 말을 함.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니 스킬을 갈고 ..

나다 2021.08.11 (2)

무지개 + 넷플 환상의 버섯 리뷰

빨래 걷으러 올라갔다가 좋은 것 봤다. 잘 보면 쌍무지개이다. 앞쪽으론 무지개 뒤쪽은 일몰. 장관이었다. -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때 믿으려고 든다.' 환상의 버섯이라는 넷플 다큐에서 나온 대사인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로시빈의 효능을 설명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긴 하지만 볼만한 다큐멘터리였다. 버섯의 전지전능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시작이고 끝입니다. 라고 균 역할을 맡은 성우가 귀여운 목소리로 나레이팅을 하는데 창세기에서 신이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도 이것을 비유한게 아닐까? 균이 만들어낸 흙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죽으면 다시 균에 의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시체가 썪어 흙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던 고대인들이 은연 중에 생명의 기원을 짐작하고 창조 신화의 ..

나다 2021.08.06 (7)

순대국은 왜 과소평가 되었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날이 더워 매운게 먹고 싶었다. 주인 아저씨에게 얼큰 순대국 얼마나 맵냐고 물으니 매운 거 먹는 사람 기준이라길래 그럼 걍 보통으로 주세요 하자 아 근데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 라면 먹으면 먹을 수 있어요.. 라며 테이블 앞을 서성이셨다. 아무래도 나에게 얼큰 순대국을 먹이고 싶어하시는 눈치길래 한 번 시켜봄 순대국을 기다리며 순대국집에 올때마다 하는 생각을 했다. 순대국은 훌륭한 음식이다. 맛있고 영양학적 밸러스도 좋으며 부추와 양파, 고추 등의 야채는 더 달라면 더 준다. 심지어 들깨로 맨든 귀한 가루는 원하는 만큼 맘껏 퍼먹으라고 테이블 마다 놓여있다. 해방 전 까지만 해도 귀한 음식으로 쳐주던 순대이다. 개념녀 테스트 따위에 남용될만한 음식이 아니다 이 말이다..! 반면 순대..

나다 2021.06.2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