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요 542

26년 간 방치된 아파트에서 하는 전시 - IMF 서울

꽃잎과 미세먼지가 흩날리던 주말 기묘한 전시에 다녀왔다. 쌍문동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황웅태 작가의 SID전이다. 고 하는데 사실 전시 타이틀 뜻 보다 공간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음 인스타 설명에 따르면 단지로 진입하는 길은 단정했다. 저 킹받는 연두색 메쉬펜스만 빼고 저거 어딜가도 보이고 볼때마다 미칠 거 같음 대체 뭔 생각으로 형광연두색인거냐고 이렇게 된 이상 합리적 이유라도 존재했으면 좋겠는데 (e.g. 자동차가 들이받는 사고 방지를 위해 눈에 띄게 만들었다 등) 지금 여기까지 쓰고 이유를 찾아냄 역시 싸서 ..

리뷰에요/미술 2024.04.09

쥐구멍 셀렉션 : 올드스쿨 K 뮤직

소호대 - 야! 헐 라이브임 날 유혹하고 있지 롱 에서 귀를 의심함 마지막에 야 끝내! 로 노래 끝내버리는 것도 약빨았음 기타리스트 손흥민 닮음 크래쉬 -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카메라맨이 욕심 부려서 재밌어진 영상 가사도 관객도 너무 건강해서 아름답고 여자들만 찍은거 넘 웃긴데 락페 오는 남자들 못생겨서 이해됨 넘 멋있어서 크래쉬 SNS 찾아봤는데 찾기 ㅈㄴ힘들고 딱 하나 나오는 노빠꾸 틀딱st 페북 페이지! 피드에는 ㅋㅋㅋ 하,, 요즘은 이런 한남들 잘 없다 ㅈㄴ쾌남.. S.E.S. - LOVE 어릴땐 슈가 제일 노관심이었는데 슈 완전 미쳤는데? 표정 완전 탈한녀 이거는 유년기를 한국에서 보내지 않은 인간들한테서만..

리뷰에요/움억 2024.04.05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 첼로켜는 고슈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이 고전애니를 보게 된 계기는 우연했다 노을이 지던 저녁 모리오카 시내를 혼자 걷던 중 문호 미야자와 겐지의 동상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누가 동상의 품 안에 작은 인형을 넣어놓은 걸 봤음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기도 해서 위키 검색을 해봤더니 이라는, 은하철도 999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열차 씬에 영감을 준 단편소설을 쓰셨다고 그의 소설 중엔 애니화가 된 도 있다길래 귀국 길에 찾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잘 만들고 귀여워서! 같은 모리오카 시의 수퍼마켓에서 본 이 광고판이 떠올랐다. 불면과 신경증에 효과가 있다는 약의 광고인데 저 펠트인형 강아지의 디테일을 보시라 예민한 사람들(구매층)이 공감할 법한 미묘한 표정, 한색의 의복으로 표현한 가라앉은 감정선, 트위드 바지에 한 쪽에만 ..

리뷰에요/영상 2024.03.27

이게 이런 노래였다니

https://www.youtube.com/watch?v=OMOGaugKpzs&ab_channel=ThePoliceVEVO 대중적인 멜로디잖음 어릴땐 그냥 사랑 노랜 줄 알았다고 어쩌다 가사를 들어봤는데 광적이길래 뮤직비디오 찾아보고 감동받음 진짜 뭐냐 80s 감상 포인트: 재떨이로 시작해서 꽉찬 재떨이 장면으로 끝남 줄담배 피우면서 뭘 보고 있었을까,, 커튼이 관 모양으로 열림 잘생긴 스팅이 콘트라베이스를 외설적인 느낌으로 침 눈도 안 깜빡여서 사이코같음 창문 닦는 아저씨 역광 실루엣 뜨는 연출 개멋있음 페도라 씌운 것도 뭔가 트윈픽스 생각남 https://digthehole.tistory.com/4167 집착광공에 대한 단상 집착광공: 뜻은 ‘집착하는 미친(狂) 남자 주인공(광공)’이란 뜻으로, 여자..

리뷰에요/움억 2024.03.22

우주로 보내버리고 싶은 노래 :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음악은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인간의 너무 원초적인 곳을 건드리고 정서에 깊숙히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 맥락에서 요즘은 음악을 신중히 듣고 있는데 WE ARE THE WORLD만큼은 반복해서 듣는다. 일단 너무 좋고.. 노래가 사람을 일시적으로나마 친사회적으로 만드는듯 아무튼 그래서 이 곡의 메이킹 필름이 다큐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기뻤는데 이렇게 흥미롭고 감동적인 과정까지 있었을 줄은 특히 기획을 후닥닥, 녹음은 하룻밤 만에 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한 충격을 받음 당연히 이런 미친 캐스팅에 갓띵곡이면 철저한 기획과 무수한 연습이 동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질질 끈다고 꼭 좋은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벼락같이 떠오른 영감으로 작곡한 노래가 띵곡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점에서..

리뷰에요/움억 2024.03.17

왕 쉬운 당근 쏨땀 만들기

먹다 찍어서 비주얼이 좀 그런데 걍 태국 쏨땀이랑 크게 다르지 않음 이렇게 만들기가 개 쉬울 줄 몰라서 약간 허탈함.. 이거 원없이 먹고싶어서 항공권 산 적도 있는데 준비물 당근1 양파반개 땅콩 몇개(or 아무 견과류. 난 호두 있길래 넣음) 다진 마늘 (갯수로 4개 정도) 청양고추2개 시판 레몬즙(레몬같이 생긴 통에 들어있는 거) 패퍼론치노 또는 홍고추 설탕 남쁠라 (남쁠라 이제 쿠팡에서 팜 이걸로 사셈) 1 당근을 채썬다 2 양파를 길고 가늘게 썬다 (당근 반토막 정도 길이) 3 설탕 한 숟갈에 레몬즙 남쁠라를 넣고 녹인다 (계량 안해서 정확한 양은 모르겠음 레몬즙 3 남쁠라 2 설탕1 정도? ) 3.25 업데이트: 양념 양 다 두 배 할 것 4 다진 청양고추와 마늘, 페퍼론치노 3에다 투하 후 휘저..

리뷰에요/물질 2024.03.03

와옭 스투파 너무 좋아

국립중앙 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을 보고 왔다. 스투파가 뭐냐면 석가모니 사후 그의 사리를 제자와 대중들이 나눠 가진 뒤 그것을 봉납하던 탑 형태의 유물임 명상러로써 기대를 꽤 한 전시인데 정말 볼만했다. 전날 밤엔 브라이언 무라레스쿠의 를 읽었다. 고대 그리스의 신비제에서 실로시빈 류의 환각제가 포함된 맥주와 포도주를 사용하였고 초기 기독교는 그것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도발적 주장을 펼치는 책인데 이론을 확립시키기 위해 유적지로 날아가 단서를 찾아나가는 작가의 집념이 거의 추리소설 명탐정을 방불케 함 고고학과 유물 정말 사람을 홀린다. 비밀을 감추고 말을 거는 몇천년 전 과거라니 덕질하기 딱 좋은 소재 전시장에 입갤하면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사타바하나왕과 측근들의 부조가 우리를 맞아준다. 이..

리뷰에요/미술 2024.02.21

정의는 증오할 때 패배한다 서울의 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위키피디아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 일단 심심했고.. 몇 년 동안 한국말 안 쓰고 한국 뉴스도 안 보고 살았더니 근대사에 대한 정보부터 다시 구성하고 싶었음 갓기피디아에는 대통령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책 수준으로 자세히 나와있었고 읽다보니 꿀잼이라 몇시간을 내리 읽었다. 대한민국 격동의 근대사 진짜 오진다. 이러니까 일본 아저씨들 제 5공화국에 미치는 거 그 중 박정희 김대중 편을 유독 흥미롭게 읽었는데 정적으로 인한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고도 복수 대신 평화를 외친 킹대중 선생님의 행보에 감동을 느꼈고 한 마디로 평가하기 힘든 박정희의 복잡한 캐릭터성에 매력을 느낌 아무튼 그랬는데 읽다보니까 좀 이상한게 박정희가 독재를 했고, 저격 당했고, 그럼 민주화..

리뷰에요/영상 2024.02.06

영 셸든과 가족 시트콤 공식

모친 가이드로 일본 다녀오는길 기내 방송 리스트에 영 셸든이 있길래 틀어봤다. 커흐흑 너무 재밌다 커흐흑처럼 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지금 절제를 못하면서 보고 있어가지고.. 이 시트콤 너무 내 안의 결핍을 채워 줌 심슨가족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충만함임 가족 시트콤엔 공식이 있음 일단 가장이 허술해야 됨. 무능하거나 게으르거나 뚱뚱하거나 (그러나 마음만은 따듯하고 선을 넘지 않음) 말이 되는게 엘리트 아빠 나와서 모든게 합리적 지성적 도덕적으로 돌아가는 부유한 집구석 상상만해도 넘나 노잼이고 시청자들 박탈감 오질듯 이성적 포지션인 주부 엄마는 주양육자 역할에 충실하지만 외부사회와의 교류 + 자아실현의 기회를 박탈당한 삶 속에서 종종 경미한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킴 (그러나 마음만은 따듯하고 선을 넘지..

리뷰에요/영상 2024.02.05

만드는 사람들의 유대. 을지로

이번에도 고안철을 따라 미술투어 했다. 장소는 힙지로 4가 먼저 도착해 그를 기다리며 공업사와 재료가게들을 구경했다. 별 게 다 있다. 삶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것들을 여기서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다. 안료가게 앞에는 마젠타, 로얄블루, 무지개색 반짝이 가루가 투명한 플라스틱 자루에 담겨 진열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가게 주인과 눈이 마주쳐서 안 찍음 금강산도 식후경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동네라 국밥이 고퀄임 골목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공업사들 철판을 쓱싹 잘라내는 장인들을 보며 아이언포지를 떠올렸다. 이런 공업사들 위층에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들이 있다. 예전에 모 작가의 작업실 구경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 목격한 광경을 추억했다. 아래층 사장님을 만난 작가와 동료분이 어 사장님 안..

리뷰에요/미술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