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요/도서 91

멋진 시

뱀 너무 길다. - 십수년 전 이 시를 어디서 읽고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제목이 뱀이고 내용이 너무 길다임) 누가 쓴건지 오늘 드디어 알았다. 장 꼭도 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 였음 아기때 우리집에 연보라색의 소녀감성 터지는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제목이 내 귀는 소라껍질 이었고 같은 제목의 시가 실려있었는데 그것도 이사람 거였음ㄷㄷ 이것도 오늘 알게됨 -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 한다. - 글을 잘 쓰는 법 중 하나는 생각을 집어치우고 무언가를 딱 보았을때 제일 처음 뇌리에 스치는 문장을 그저 옮겨적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려운게 전혀 아닌데 죽을때까지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듯

리뷰에요/도서 2020.03.28

오늘 본 만화 : 임금님 랭킹 / 너는 펫

임금님 랭킹 도발적인 추천사에 찾아봤는데 재밌음 모랄까 평생 혼자 산에 처박혀서 야구한 인간이 리그들어와서 막 깡패처럼 말도 안되는 변화구 던지는 느낌 언더독이 동료를 만들며 강해진다는 흔해빠진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작화 연출 캐릭터가 요즘 흔해빠진 일본만화들이랑 완전 달라서 당혹스럽고 신기함 일단 주인공이 벙어리라 대사가 없고 왕비 인체 스케일이 왕자의 100배 크기임 왕 새엄마 손톱물어뜯는 장면 다음 컷에서 엄청 무심하게 새엄마 손가락 지그재그로 그려놓은거보고 작가 뭐하던 새낀가 궁금해져서 프로필 찾아봤는데 회사 다니다 마흔넘어서 데뷔했다고 --- 너는 펫 고딩때 읽다 말았고 공용실에 책 있길래 별 기대없이 다시 읽어봤는데 삼십대에 읽으니 존나 재밌음 순정만화 특성상 손발 오그라드는 장면을 피할수 없긴..

리뷰에요/도서 2019.09.26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

가을이자나 책이 읽고 싶자나 RAW한 인터넷글도 좋지만 가끔은 다듬어진 문학작품이 읽고 싶어진단 말이야 암튼 그래서 읽었다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 제목이 왜 괴테꺼랑 똑같냐면 이 책의 주인공이 괴테 파우스트 빠돌이이고 오리지날 파우스트책이 이 이야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못 말해준다 죄다 스포가 될거기 때문에.. 오리지날 파우스트에 비해서 짧은 글이고 꽤 재밌으니 궁금하신분들은 읽어보시길 .. 사실 내용보다 이 책을 읽게된 과정이 웃겨서 기록을 해두고자 한다. 1. 이태원 파우스트에 다녀옴 2. 엄마네 동네 공원에서 산책하다 이동 도서관에서 어린이용 파우스트 발견 3. 네살때 엄마가 청계천에서 사온 애니메이션 파우스트 VCR로 돌려보던 추억을 떠올림 4. 어린이용 파우스트 집어들고 그네..

리뷰에요/도서 2019.09.20

여성의 어두움

https://idpaper.co.kr/counsel/open_view.html?cnslSeq=499714&page=1&sortType=1&schType=1&schTitle= https://idpaper.co.kr/counsel/open_view.html?cnslSeq=499714&page=1&sortType=1&schType=1&schTitle= idpaper.co.kr 내가 이드게시판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렇게 어두운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굉장한 글들이 가끔씩 올라오기 때문이다. 새벽시간 일베에 들어가도 그런 글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쪽은 남초라 뉘앙스가 좀 다르고 너무 원초적 욕망에 관한 글들이라 그런지 (e.g. 왜 나는 모쏠인가. 다죽여버린다) 그다지 기억에 남..

리뷰에요/도서 2019.09.19

월간 이드 36호 재밌군

지금까지 나온 월간이드 범죄심리 챕터의 알파와 오메가특히 격리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간심리 부분 넘 문학적임. 창문이 없는 방..! 난 이드페이퍼란 웹사이트의 건립 의의도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타입들의 교류의 장. 특히 취향 소개팅)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추천https://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1558

리뷰에요/도서 2019.03.20

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매카시즘이 미국을 휩쓸던 시기 반전을 외치는 바람에 이지메를 당한 빨갱이 학자 그가 쓴 자서전은 호스텔 거주시절 한국어로 쓰인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국제배송 받은 책이다. 사실 걍 순수문학이 읽고 싶었는데 그런건 받자마자 읽어버릴거기때문에 야금야금 오래 읽을 수 있는것으로 골랐음 그리고 그땐 내가 한참 나태하게 살면서 대안적인 삶을 꿈꾸던 때라.. 책의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난다. 기억나는 거라곤 스콧니어링이 솔메이트이자 한참 연하의 마누라를 얻은 위너였다는 사실과 4시간 노동 4시간 자기개발 4시간 놀기 등 평생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되게 잘 죽었다는 점 정도 ( 100살 딱 채우고 일체의 의료적 생명연장을 거부한 뒤 곡기 끊고 멀쩡한 정신으로 죽음 ) 암튼 간만에 생각나서 위키백과 찾..

리뷰에요/도서 2018.12.17

옳게된 강박이란 이런거야

https://blog.naver.com/cxm77/220116377015 개인이 하는 청소+정리정돈업체 블로그인데 정말 특이하다. 의뢰인들도 특이한데 블로그 주인이 더 특이함. 정리정돈시 바구니를 적극 활용하시는데 본인 집 사진을 보면 수납과 정리라는 행위자체에 강박이 있는것처럼 보임. 블로그 글들도 싹 다 네모난 박스안에 들어가 있음 암튼 포스팅 쭉 읽다보니까 강박을 직업으로 승화시켜 생산성을 극대화시킨 긍정적 사례집 보는 느낌이다. 이정도면 거의 쓰레기에 허덕이는 중생들 구제하러 내려온 청소보살수준

리뷰에요/도서 2018.12.05

[스크랩]정조

정조대왕은 조선의 왕중에서도 입이 몹시 험한 편이었다.이 사실은 최근 발견된 비밀편지 약 300통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그 내용을 살펴보면, 서영보에게 '호로새끼 (胡種子=오랑캐자식)'김매순에게 '입에서 젖비린내나고 사람같지 않은 놈이 경박하고 어지러워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구나!'황인기와 김인순에게 '니놈들이 어떤 놈들이기에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서매수에게 '늙고 힘없는'김의순에게 '사람꼴을 갖추지 못하고 졸렬한'이노춘에게 '약하고 물러터진 놈'심환지에게 '갈 수록 입 조심을 안하는 생각없는 늙은이같으니..' 그 외에도 '개에 물린 꿩신세', '볼기까고 주먹맞기', '오장에 숨이 반도 차지 않은'등의속담도 마구 구사했다. 또한, 어느 편지를 보면'近日僻類爲뒤 쥭박 쥭之時, 有時有此無根之'라는 문구가..

리뷰에요/도서 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