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215

우렁우렁

설거지는 매일 하는 단순노동이다. 때문에 신체가 동작을 숙지하고 있음으로 작업 중 딴 생각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음 오늘 탕짬면을 먹고 낮잠을 잤는데 (중국집은 음식에 수면제를 처넣는게 틀림없는게 먹을때마다 쓰러져 잠) 일어나서 설거지 하려고 주방갔더니 세척된 그릇들이 건조대 위에 싹 다 올라가 있었음 맨날 망상하면서 설거지하니까 뇌가 바빠서 노동 과정을 입력 안해버린거임ㅎ 개꿀 아님 중국집에서 기억상실 유발하는 약도 처넣나? 암튼 집에 우렁각시 있는거 같아서 웃겼음 ) )

일기에요 2021.07.12

어떤 식으로 죽고싶냐는 질문을 들으면

꽤 오랫동안 성산일출봉을 떠올렸다 초딩때 간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기억나는 두 가지는 한라산에 올라가 입을 크게 벌리고 구름을 먹은 것과 성산일출봉의 분화구이다 그 넓고 선명한 녹색의 아가리를 보면서 저 아래로 마구 뛰어내려가면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막 굴러서 머리 깨지고 피철철 흘리면서 죽는건 안되고 안개처럼 사라져야됨) 경외스러운 풍경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데 왜일까?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성산일출봉은 일종의 개인적 성지聖地가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풍경이 바뀌었다. 언덕의 큰 나무 밑에서 앉아서 천천히 죽는 장면이 떠오름 같은 장소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죽는 것도 잠시 생각해봤는데 죽음이란 삶의 꽤 중요한..

일기에요 2021.07.10

장난은 왤케 재밌나

https://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8011 장난의 방식이 넘 창의적임 읽다보니까 나도 추억이 떠오름 생각난 김에 정리 학교다닐때 형제빌라 1층 이라고 죄다 들락거리던 아지트가 있었는데 (월세 내는건 세명인데 실제 이용자는 열다섯명) 어느날 거기서 J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걸 본 한 명이 J위에 자기 몸을 겹침 그거보고 다들 나도나도 하면서 차곡차곡 겹쳐져 인간 탑 쌓음. J갈비뼈에 금감 독순언니 한국 온 해 다 같이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친구네 집에 놀러가는 길이었음 올라가는게 힘들었는지 도중에 언니가 메고있던 배낭을 위쪽으로 집어던짐 그리고 배낭 위치까지 걸어 올라가면 또 위로 던지고.. 그래서 다시 던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졸라 뛰어서 착륙 위치까지 먼저 올라..

일기에요 2021.07.04

저번 달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옴 방탈출 토너먼트에 참가 중이셨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앉아서 퍼즐을 풀고 계셨는데 곧 성공하셨음 자리에서 일어나 나 1,2단계 다 풀었으니 이제 마지막 단계로 갈거다. 라고 하시길래 축하드린다고 하니 할머니가 다른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뭔 느와르 영화 주인공처럼 손만 들어 인사를 하시면서 사라짐 그러고 나서 웬 해변에 도착했는데 아는 사람들이 파티를 하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헤로인 가져왔다길래 그런거 하지 말라고 막 싸우다가 깸

일기에요 2021.05.21

반죽할아버지

www.facebook.com/watch/?v=1974679486003505 이거 보다 보니까 떠올랐는데 초등학교 1학년때쯤 우리동네에 반죽 할아버지가 종종 왔었단 말임 왜 반죽 할아버지냐면 횡단보도 근처에 뽑기 좌판같은거 벌여놓고 색소넣은 밀가루 반죽으로 순식간에 온갖 동물을 다 빚어냄. 그 만드는거 보는 재미가 쏠쏠했음 다 만들어진 동물들은 이백원 오백원씩 받고 팔았고 나는 다람쥐를 샀던 것으로 기억 저 영상보니까 반죽 다루는 방식이 꽤나 비슷함. 반죽 속에 다른 색깔 반죽넣고 뒤집어서 칼집내면 막 무늬가 펼쳐지고 이런식? 단 색상이 훨씬 진하고 사이키델릭했음. 치자색 마젠타 사이언 이런색을 주로 쓰심 그래서 어른되고 나서 생각이 든게 할아버지는 음식공예를 하다 은퇴한 사람이었지 않았을까.. 재료도 ..

일기에요 2021.03.18

병원스케치

올해부터 스스로를 중년 카데고리에 집어넣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병원방문이 잦다. 처음으로 조직검사라는 것을 해보았고 수술날짜를 잡았다. 병명은 비밀이고 죽을 병 되기 전에 와서 다행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렇고 반대로 생각하자면 또 그렇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음. 막 토막살해당하기 이딴거 아니면 신상에 벌어지는 일들은 대체로 좋고 나쁨이 모호할때가 많기 때문에 걍 맘에 드는 쪽으로 정신승리하면 되는거 같음 사실 조직검사날은 개같이 우울했는데 그것은 PMS탓으로 판명되었고 재검진날은 쓸때없이 업되어서 쥐새끼들로 저글링을 할 뻔했다. 담당의사가 박해일을 닮았고 말투가 나긋나긋 눈망울이 그렁그렁함 대학병원이라는 곳은 신기한 장소였다. 외국인 아기 노인 남자 ..

일기에요 2020.09.15

기대와 실망

모친의 방문이 있었다. 이사 후 1년 만이다. 어릴 적 모친과 같이 살때 모친은 바닥에 떨어진 내 머리카락들을 스티커로 짝짝 떼어내며넌 비서를 둬야 돼.. 성공해서 꼭 비서를 둬.. 라는 발언을 자주 하였는데나는 비서를 둘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고 그래서 스스로 주변정리를 하게되었다. 자취생활 10년차 나는 스스로의 정리력에 꽤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이 사실을 모친에게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모친 방문 전날 밤 대청소를 감행하기로 결정했다.모든 문틀과 창틀과 바닥을 반짝반짝하게 닦고화장실 타일 줄눈에 낀 물때도 락스와 칫솔로 빡빡 닦았다. 주변인들의 방문 전에 항상 쓸고 닦기는 하였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청소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 마치고 나니 뿌듯하여 방마다 사진을 찍어두었다.블로그에도 올려야지 하..

일기에요 2020.08.27

간만에 꿈 일기

귀머거리 베토벤이 내 지도선생님으로 등장 (뭘 배우고 있는지는 안나옴) 근데 내가 베토벤을 존경하지는 않았고 속으로 이 인간 귀도 안들리는데 갱년기까지 와서 짜증 존나 내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음. 그리고 베토벤이 우리엄마랑 직장동료였음 수련원(?)은 국립공원 입구 같이 초입에 시멘트로 차도가 깔려있는 산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고 유럽의 고성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하여 지은 느낌의 노란색 건물이었음 나는 밖에서 산책하며 농땡이를 치고 있었는데 도로 옆에 설치된 스피커로 베토벤이랑 엄마가 당장 건물 꼭대기로 올라오라는 방송을 송출함 그래서 허겁지겁 건물로 올라갔는데 가는 도중에 어떤 방에 들러 내가 만든 베토벤의 일생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감상함. 클레이 애니였고 보다보니 엄청 잘 만들었길래 어 나 왤..

일기에요 201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