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108

김구에 대한 단상

어제 잠들기 직전 김구.. 김구에 대해 알아봐야 돼..! 하고 폭풍검색하다 잠들었는데 뭣땜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일어나자마자 까먹었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1위가 김구라는 문장을 읽고 생각한건데 한국사람들 안경을 진짜 좋아하는 거 같다. 조용필 서태지 유재석 문재인 한동훈 등등 뭔가 위쪽으로 갈 수록 안경 낀 남성의 이미지가 잘 먹히는 거 같음. 전에 전철에서 일타강사들 주루룩 세워서 찍은 학원 광고사진을 봤는데 스무명 가량 되는 중년 남성 중에 안경 안 낀 사람이 딱 두 명 있었음. 지적이고 무해하다고 느끼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도 안경에 약함 하지만 안경남 김구의 주변에는 피냄새가 감돈다. 김구는 츠지다 조스케라는 일본 상인을 살해한 적이 있으며 (위장한 장교 같다는, 순전히 본인..

나다 2022.07.14

푸틴과 아베 그리고 소셜 놈

자고 일어나니까 아베가 총에 맞았다. 2022년에 정치인 총격 암살 사건이라니 어딘지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이지만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은 낙태권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리아도 여전히 내전 중이고 중동에서는 커밍아웃한 가족을 명예살인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마는 보편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강대국들의 사건사고에는 보다 충격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에는 일종의 연쇄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일전에 푸틴은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일종의 social norm (합의된 사회적 규범?)을 바꿔 버렸다는 유발하라리의 인터뷰를 들었다. 지난 수십년간 인류는 유래없이 평화로운 시기를 보냈고 강대국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일종의 사회적 협약이 존재했었는데, 푸틴이 이 암묵적 약속을 깨버렸..

나다 2022.07.08

전쟁에 대한 생각

요즘 전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하려고 하는게 아니고 그냥 자꾸 남 일전에 만난 홍기하 작가의 차 트렁크에 WAR IS OVER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봤고, 그 다음날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기 때문인 것 같다. 대전 현충원에는 6.25때 돌아가신 아저씨의 아버지가 묻혀 있다. 원래 6월이 되면 아저씨와 엄마 둘이서 방문을 하고 오셨는데, 돌아가신 분에게 내가 개인적으로 고마운 것이 있어서 이번엔 따라가겠다고 부탁을 했다. 고마운 것이 무엇이냐면 두 분이 이제 나이를 먹으셔서 병원에 다닐 일이 늘어났는데 유공자 자녀/배우자 의료비 혜택이 상당하다. 이십대 중반 모친의 수면제 소동 이후로 집에 들어가 영어강사를 하던 시기 모친이 만두 먹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우리 둘 중 한 명이 중병에..

나다 2022.06.14

사과를..강요하지마..

운동끝나고 샤워하고 나와서 락커 여는데 옷 다 벗은 아줌마가 다가와 다짜고짜 삿대질을 함 이래도 되는거냐고 하길래 뭘요?? 하니 바닥을 가르킴 벤치에 벗어서 접어두고 들어갔던 운동용 반바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라이너까지 붙여놔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음 그래서 보기 좀 그렇네요.. 하니까 아줌마는 이럴땐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거지 뭘요가 뭐냐며 길길이 흥분했음. 하지만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나? 중력의 존재에 대해? 락커룸 벤치 아래 라이너 붙은 반바지가 떨어져 있다는게 화까지 날 일인지 난 잘 모르겠음 그래서 저걸 혹시 만지거나 밟으셨냐고 물어봄 그건 아니라길래 그럼 왜 화 내는건지 모르겠다고 하니 아줌마는 다시 미안합니다 한 마디면 끝날 일을 뭔 말이 그렇게 많냐, 궁시렁거리며 무리로..

나다 2022.01.16

다양성은 왜

존중되어야 하나? 전철 안에서 노선표를 보다 고개를 드니 지적인 차림새의 흑인청년 다섯명과 난쟁이 아저씨가 나를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잠깐 꿈인가 싶었는데 아니었고 다음 정거장에선 둘 다 나보다 십 센티 쯤 작은 태국 커플이 타더니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빨간 모자와 장갑을 끼고 예쁜 책을 손에 든 노년의 남성도 올라탔다. 책의 커버가 몰스킨 스타일로 특이했고 페이지 하단에 컬러로 된 명화가 프린트 되어있었다. 며칠 전 걸어가다 왜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는가 라는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다.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어서인지 막상 누가 왜? 왜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이 안 튀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모군은 뉴욕에 갔을때 감격했다고 했다. 존재 자체가 온전히 받..

나다 2021.11.28

산은 산이고 머리는 머리

애드센스가 수익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한다. 쥐구멍 블로그에서는 월 삼만원 가량의 광고수익이 발생한다. 방문자들한테 용돈을 받는 느낌이다ㅋㅋ고마워용 이발비 하면 되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몇 달 전 일이 기억났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들어오면 내가 리터칭을 한번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다음 미용실 갈때가 되기 전 한번 더 자른다. 머리 자르는건 재밌다. 조각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칠때면 뒷머리에도 손을 대는데 이건 대체로 결과가 좋지않다. 하지만 내 눈엔 안보이니까 거슬리지 않아서 그냥 살다가 명절이 되어 모친의 집을 방문했더니 모친이 경악을 했다. 머리가 이게 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 내가 잘랐거든. 했더니 사람이 멍청해 보이게 이게 뭐냐!! 집에가면 미용실부터 가라며 신신당부..

나다 2021.11.11

회색지대

맑은날 여의도 공원 잔디밭에 엎드려 독서를 시도한 적이 있다. 하얀 종이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고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주위가 어두워졌을때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사상적으로 크게 치우친 사람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현상을 자기가 보고 싶은데로 보고있구나. 라는 느낌 끊임없이 회의하고 의심하는 행위는 상당한 에너지를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다들 아다리가 맞고 답이 나오는 걸 좋아하니까.. 당장 나부터도 몇몇 주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사고를 관둔 듯한 면이 있고 논문을 자주쓰던 a가 한말 중 ..

나다 2021.09.05

마루야마 겐지와 취집

A Eng NS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집 '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 를 읽고있다. 이 아저씨 너무 직진만 한다. 그래서 아주 재밌다. 성장기때 읽었으면 상당히 경도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좀 걸러서 읽게된다. 어쨌든 개인의 주관이니까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의존성을 버리고 자립하라! 이다. 그리고 자립을 위해 부모, 국가, 종교를 버리고 회사를 때려친 뒤 자영업자가 되어 삶과 치열하게 맞서라고 겐지는 설파한다. 부모의 그늘에서 사는 건 진정한 인생이 아니니 가출하라는 대목을 읽다가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요양 겸 해서 당시 만나던 A의 집으로 내려가 한달동안 살았는데, 대충 이런 일과가 반복되었다. 9-11시 사이에 A가 살금살금 일어나 출근 나는 3-4시쯤 일어나서 침대에서 폰질 ..

나다 202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