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108

팝스쿼드. 번식자들

넷플 러브데스로봇 시즌2가 나왔다. 사실 나온지 쫌 됐는데 개노잼이라 그런지 리뷰가 별로 없네 그래도 세번째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는다. 미래의 지구가 배경이고 이 시대 지구인들은 팝스쿼드라는 약물을 주기적으로 주입해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삼. 그리고 사람이 안 죽으면 인구를 조절해야 되니까 번식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팝스쿼드까지 포기하고 숨어 살며 꾸역꾸역 아기를 낳아 기르는 '번식자'들이 있는데, 주인공의 직업이 그 번식자들을 찾아내어 아기는 죽이고 부모는 체포하는 공무원임 주인공의 여친은 예술가임. 조수미 같은 세계적 오페라 가수임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갈채를 받자 감사하다고, 나 이 파트만 이십년 동안 연습한거라는 말을 함.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니 스킬을 갈고 ..

나다 2021.08.11

순대국은 왜 과소평가 되었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날이 더워 매운게 먹고 싶었다. 주인 아저씨에게 얼큰 순대국 얼마나 맵냐고 물으니 매운 거 먹는 사람 기준이라길래 그럼 걍 보통으로 주세요 하자 아 근데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 라면 먹으면 먹을 수 있어요.. 라며 테이블 앞을 서성이셨다. 아무래도 나에게 얼큰 순대국을 먹이고 싶어하시는 눈치길래 한 번 시켜봄 순대국을 기다리며 순대국집에 올때마다 하는 생각을 했다. 순대국은 훌륭한 음식이다. 맛있고 영양학적 밸러스도 좋으며 부추와 양파, 고추 등의 야채는 더 달라면 더 준다. 심지어 들깨로 맨든 귀한 가루는 원하는 만큼 맘껏 퍼먹으라고 테이블 마다 놓여있다. 해방 전 까지만 해도 귀한 음식으로 쳐주던 순대이다. 개념녀 테스트 따위에 남용될만한 음식이 아니다 이 말이다..! 반면 순대..

나다 2021.06.29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대중의 속성

초딩때 학교에서 BCG 단체접종을 실시함 접종 며칠 전 부터 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BCG가 불주사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에 불로 달군 주사바늘을 찔러넣는 것이라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타들어간 접종부위엔 피고름이 흐르게 된다며 다들 패닉했음 집에가서 엄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엄마는 픽 웃으며 지금이 뭔 전후시대도 아니고 주사바늘을 불로 소독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며 걍 일회용 주사기 쓸거라고 함 듣고보니 맞는 말이길래 담날 학교가서 애들에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해줌. 결론은? 씨알도 안먹혔음 주사놓는 사람 들어올때까지 다들 한맘 한뜻으로 불주사론을 굳게 지지하며 울부짖음 나는 그날 대중의 속성에 대해 깨달았음. 파리대왕 안경맨의 울분에 공감함 설리는 악플땜에 자살한거..

나다 2021.05.13

장례식

이달 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런 소식이긴 했으나 향년 86세로 가셨으니 천수를 누리고 가셨다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호적이 잘못되어 공식적으로는 96세에 돌아가신 셈이 되었다.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을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헉 엄마 어떡해' 두번째로 든 생각은 '헉 큰이모 어떡해' 세번째는 '막내이모는 어떡해' 였다. 모친의 경우 해묵은 갈등으로 인해 지난 1년간 외할머니와 척을지고 지냈기 때문에 속이 상할 테고 큰 이모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외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음으로 상실감이 클 것이고 가장 사랑을 받았던 막내이모는 코로나로 인해 입국가능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산사람들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니 감정은 뒷전이 되었다. 막내이모의 입국은 역시나 불허되었다. 엄마..

나다 2021.04.20

선택

며칠전 할아버지뻘 친척분이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나와는 별 교류가 없는 양반이었지만 그에 대한 몇가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뭐 아름답거나 한건 아니고.. 기억속의 그는 술을 매우 즐겼으며 대추같이 검붉고 쪼그라든 작은 얼굴에 좁은 이마, 근육질의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기였을때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며 울부짖는 바람에 모친은 매우 난감했었다고 한다 친척들끼리 계곡에 소풍을 간 날 거나하게 술에 취해 물로 들어간 그가 네 발로 서 짐승처럼 고함을 지르던 모습이 사진처럼 생생히 기억이 난다 몇 해 후 명절 온 가족이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그의 부인은 대하를 소금구이하여 우리에게 대접했다. 집은 나무로 벽을 한 옛날식 양옥이었고 화장실에 창고와 연결되어 있는 작은 문이..

나다 2021.03.01

나에게 문학이 모냐고 물어본다면

숨통 트이는 것 이라고 대답하겠다. 세상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꽤 엄격하고 규칙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개헤엄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가끔 그 사실이 견디기 힘든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 나는 문학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들긴다. 똑똑 나 좀 도와줄래? 문학은 사람일때도 있고 노래일때도 있고 인스타그램 계정일때도 있고 책일때도 있다. 문학의 집에서 딩굴거리다 밖으로 다시 나오면 차분하니 괜찮은 기분이 든다. 용기가 생긴다.

나다 2020.07.26

일기

사에바라 리에코의 책을 읽다보니 슬퍼졌다. 책을 덮었는데도 계속 울적하길래 일단 코부터 풀었다 개인적으로 슬플만한 일이라고는 1도 없는데 왜지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엔 걍 조금씩 다 슬픈 부분이 있구나, 싶어져서 대충 납득함 며칠 전 장모군이 '나도 디폴트가 우울이라 우울속에 사니까 우울이 스트레스는 아닌데 ㅋㅋㅋ' 이라는 발언을 하였는데 그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상태라고 느껴짐. 포인트는 징징대지 않는 것임 - 일기를 안 쓴지 오래 되었다. 확실히 방문자가 늘어나면서부터 글이 좀 재미가 없어졌다. 최근 길다가 본 꽃나무 이름을 찾고자 검색을 하던 중 90년대 스타일로 꾸며진 개인 웹페이지에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관리자는 육십대로 추정되는 이민 1세대 아저씨였다. 대부분의 포스팅들은..

나다 2020.06.19

복잡한 영혼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 놀러온 친구와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간 적이 있다. 알바가 친절하길래 문 밀고 나오면서 여기 알바 되게 친절하다.. 라는 말을했는데 친구가 야 들렸겠다 라며 핀잔을 줌 뭐 어때 욕도아닌데 라고 받아치자 그는 아냐 그래도 기분나빴을 수 있어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고.. 라며 중얼거림 명절때 방문한 할머니네 집에서 책을 한권 얻어왔다. 초등학생때 아주 감동적으로 읽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책꽂이에 꽃혀있길래 저 주세요 하고 얻어옴 읽다가 엄청나게 운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안보고 꽂아만 두다가 며칠전 어디 한번 각잡고 쳐울어볼까 하고 완독. 지금 읽어도 과연 감동적일까 싶었는데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첫 장면 주인공이 할아버지 다리 붙들고 서있는 장면부터 질질짬 암튼..

나다 2020.05.14

이상한 일상 ZOOLS CLUB 10.19 - 11.23 전시 스케치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먹을 것과 읽을 것을 가져다 주신 분들이 많아서 아주 기뻤습니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알고계시는군요 줄스클럽 융겔라와 친구들 꿈에 나올것 같은 그림을 그리시는 이은새 님과 더 스크랩의 김주원 님 올해의 스크랩도 기대 중 복숭아님 맛있는 케잌 잘 먹었습니다. (사진의 웃고있는 사람은 복숭아님이 아님) 나크 프로덕션의 재호님 이 중 한 분은 개구리 팬클럽의 회원이라고 하십니다 모친 전시 구경 후 제가 벼르고 있던 새 카메라를 사주셨습니다. 이번 전시 최대의 수확 웝트샵의 현일님과 owner of YYY 데려가신 팩맨 무병장수하기를 ㄱ님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몇몇 주제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주신 책은 읽다가 화가나서 허공에 주먹질을 좀 하긴 했지만 기념으로 간직하도..

나다 201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