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갈등의 본질
범죄예측전문가 개빈 드 베커가 쓴 서늘한 신호를 다시 읽고 있는데
- 남자와 여자가 안전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이해가 된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간의 극적인 차이가 있다는 있다는 이런 간결한 서술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말이다. 남자들은 속으로 여자들이 자신을 비웃을까봐 두려워하는 반면 여자들은 속으로 남자들이 자신을 죽일까봐 두려워 한다
이 부분 읽고 최근에 한 생각을 복기함
사람들이랑 대화하다보면 이성 심리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단 말임
연령대가 어리고 교제의 경험이 적을수록 당연히 더 그렇고
나는 청년기의 대부분을 남초에서 보냈기 때문에 관찰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고
손가락 길이 같은 거 보면 중성성을 타고난 부분이 있는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 여성으로써 남성심리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는 쉽지 않음
그냥 보다보니까 저런 상황에선 대체로 저런 행동을 하더라,
걍 머리로 아는거고 심정적으로는 기괴하게 느껴질 때가 많음
그나마 신체적 약자인 여자들은 생존을 위해 상대 성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이라도 좀 하는 경우가 있는 거 같은데
남자들의 경우는 바람둥이나 진화생물학자, 작가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정말 놀랍도록 모르고 알고자 하는 의지도 희박한듯
남녀갈등의 본질이 이거라고 생각함
넣는 쪽과 넣어지는 쪽의 심리가 완전히 다르게 발달했는데
같은 인간이란 이유로 자기를 기준으로 상대를 보니까 서로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스토킹에 시달리는 여성이 인셀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
그나마 개인적으로 한가지 깨달은 것은 서로의 고통의 크기가 비슷한 것 같다는 것임
그니까 당장 생존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선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광광대는 남자들을 보면 아 그게 지랄까지 할 일이야 싶은데 또 남자 입장에서는 저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음> 이 생존위기급 스트레스라는 거지 그러니까 살인도 하고 자살도 하고
그래서 인셀테러나 왜 안만나줘 범죄가 어려운 사회문제라고 생각되는데
남자가 원해지지 않는데에는 또 이유가 당연히 있을 것 아님?
지금까지 부권제와 1부1처제라는 제도로 사회가 남성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었지만
연애/결혼/출산률이 붕괴한 이 시점에서 고독한 남성의 격노는 지속적인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함
직업적 만족도나 종교/취미 같은 행복요소 없이 혼자 늙어가는 남자들 졸라 반사회적 되어가는 것만 봐도..
신림 칼부림 사건 범인의 <남들도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라는 말은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
암튼 그래서 여성의 안전을 증대시키고 독신남성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제도적으로 길러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음
근데 아무래도 후자가 심리적인 면이 관여된 만큼 전자보다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라 제도화하기 쉽지 않을듯
사실 부모가 저 역할을 해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의 아들 가진 부모들의 행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중심적으로 진화한 성별이라 에고를 좀 눌러주는 교육이 행해져야 되는데 오히려 우리아들우리아들 메소드로 나르시시즘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듯
남아를 남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절에 분개하는 애새끼로 길러내는 것은 올바른 애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추가
생존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로 가져야 하는 두려움이 맞지만 비웃음과 거절에 대한 공포는 사실 에고라는 허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것에 취약한 존재일수록 마음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그런 맥락에서 남성들에게 명상은 도움이 되는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