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같은 엄마 이대로는 안된다
며칠 전 애엄마가 오른손에 아이스크림과 킥보드를 쥐고, 왼손에 좀 더 작은 킥보드를 쥐고 힘겹게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음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꽤 큰 아들들이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핥으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작은 쪽이 엄마를 돌아보며 뭐라뭐라 훈수를 둠
전후사정에 대해 내가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별로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은 아니었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옛날에 어떤 분 집에 갔다가 고등학생 아들 손톱을 깎아주고 있는 걸 보고 충격받은 기억이 떠올랐는데 이거 절대로 자식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봄
충분히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은 모친이 그만큼 아들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거나 자기가 답답하니까 (= 신뢰가 부족하니까) 그러는 것임. 헌신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기심의 발로
이런 류 모친의 경우 아들 또래의 여성들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은데 자식을 애인처럼 생각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니까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봄
나는 대한민국의 남혐여혐 트렌드에 이런 엄마들이 큰 부분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함
성범죄자들의 유별난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매력적이던 아니던 여성들이 나를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자격의식이라는데
매력과 상관없이 자신을 받아들여줄 만한 여성은 창녀와 엄마 두 부류밖에 없잖음
자식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풀라는 말이 의무를 대리해주고 뻘짓거리를 해도 우쭈쭈해주라는 말은 아니라고
처음 호주에 가서 문화충격을 받은 에피소드가 있음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백발의 아저씨가 다가오길래 나는 그동안 한국에서 학습한 대로 계집애가 담배핀다고 훈계 or 성적접근 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갔지
그런데 아저씨가 50센트짜리 동전을 하나 내밀더니 담배 한 까치만 팔라고 그러는 것임
그래서 팔았고 그러면서도 시발 이러다가 또 어디 사냐고 하고 번호 물어보겠지? 했는데 아저씨가 그냥 담배 맛있게 피우고 고맙다고 하고 감
그런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음
거절당한 남성들이 분노하지 않고 젠틀하게 사라져 주는 것도 너무너무 신선했음
그래서 왜 그럴까 어째서 한국에선 거절당했을 때 공격성을 드러내는 남자들을 많이 만난걸까 생각 해봤는데
1. 룸싸롱을 비롯한 (매력이 없어도) 돈으로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문화가 보편화 되어있고
2.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하녀같은 어머니상이 당연시되며 가정 안에서 모권이 존중되지 않기 때문 -> 비뚤어진 이성상 확립
이라는 결론을 내림
(물론 더 들어가면 1,2의 배경에 또 복잡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존재하겠지만 그러면 또 아메바까지 가야 되니까)
그래서 자식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길러내는 것은 자신의 자식에게도, 그들의 잠재적 파트너들에게도,
나아가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함
다행히 저 ' 너는 당연히 내 꼬추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존재 ' 류의 나르시시즘은 점점 발 붙일 곳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느낌. 박원순 섹스를 알려주겠다 이런 것도 옛날이었으면 걍 묻혔을 거 같은데 거국적으로 욕먹고 하는거 보면
한편으론 모두의 나르시시즘이 커져서 권력층인 중년남성의 나르시시즘만 존중되는 세태가 유지될 수 없어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