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다시
아침에 빨래널러 옥상 갔다가 이거는 각이다 하고 북한산으로 출발
근데 막상 도착하니까 날이 흐려짐. 흐리면 또 나름의 정취가 있지
올라가는 도중에 어떤 남자랑 페이스가 맞춰져서 계속 같이 갔는데 뭔가 이상한게 남자 너무 중거리 러너 체형인데 땀에 쩔어있고 헉헉대고 나랑 속도가 비슷해서 뭐지?? 싶었음
그러다 점점 나이성별 불문 죄다 체지방 10%미만일 거 같은 길쭉한 사람들이 늘어나길래 뭔 행사 중이구나 싶었다.
내려오는 길엔 그 길쭉이 중 한 명이 영봉까지 얼마 남았냐길래 금방 가요 5분? 하니까 아 좋긴 좋은데 길다너무길다중얼중얼.. 거의 의식을 상실한 표정으로
옷에 붙은 번호표에 100K 라는 문구가 적혀있길래 대회명이 거창하네~ 뻥카가 심하네~ 했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미친 진짜로 100km 산악 달리기 중인 인간들이었다. 새벽 5시부터 달렸으니까 쩔어있었던 거. 센니치카이호교 생각도 나고..
영봉 정상에서는 나처럼 혼자 온 아저씨 사진을 좀 찍어드리고 참치김밥을 먹고 믹스커피를 마셨다.
백운대에 비해 한산한 느낌이 항상 좋다고 느낀다
맨날 빌라 옥상에서 조그맣게 보던 인수봉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고. 마치 동경하던 일찐녀를 pc방 옆자리에서 만나게 된 찐따의 기쁨 같은 것을 느낌
앉아서 3분 정도 눈 감고 있다가 뜨면 시야에 인수봉 펼쳐지는게 너무 비현실적이길래 세번 정도 같은 짓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하산 길에 점잖은 어르신이 남대문 열려있다고 알려줘서 잠시 내적으로 절규 좀 하고..
백운대 탐방센터 도착하니 중년여성 두분이 CPR교육을 하고 있었다.
전에 해봤는데 기억이 안나길래 다시 들었다. 심장 제세동기 사용법과 고무 더미 인형 데리고 실습을 했음
1.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절대 흔들거나 목을 돌리지 말고(경추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어깨를 툭툭 쳐서 의식 확인을 하고 (의식 없으면 심정지 확률 높은 것) 다시 배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숨을 쉬는지 확인
2. 주위에 사람이 있다면 특정해서 119에 신고하라고 함 (대머리 분! 119에 신고하세요!)
3. CPR 수행. 가슴압박은 분당 100-120회. 초당 두번 정도로. 5-6cm 깊이로 강하게 누름. 뼈는 어차피 손상됨으로 신경쓰지 말것. 구급대원 올때까지 지속해야 함으로 두사람이 돌아가면서 하는 것도 방법
4. 제세동기 전류 보낼때는 다른 사람들이 환자와 떨어져 있도록 꼭 주의 시킬 것. 신체가 닿아 있으면 같이 감전됨
근데 제세동기가 똑똑해서 뭐 어떻게 하라고 다 음성으로 알려주니까 걍 그거 따라하면 됨
https://www.e-gen.or.kr/egen/first_aid_basics.do
실습 마치고 나니까 기념품으로 치약치솔세트를 주셨다. 내가 배워가는 건데 선물까지 받다니?
배워도 까먹기 좋으니까 이런 행사 하고 있으면 또 해보라는 조언을 주심
이 건물은 인수봉을 모델링한 듯 저 할아버지 카페도 언제 한번 가봐야지
근처 구세군샾 들어갔다가 빈티지 유리잔 사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