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 체육관의 코리안 원로들
구립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공에서 운영하는 장소 특유의 건조함과 실용성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곳임
내가 다니는 시간대엔 6-70대 이용객이
8-90%를 차지하는데 어제 있었던 일 두가지
레그프레스 세번째 세트 후 쉬면서 팟캐채널 고르고 있었더니 웬 할저씨가 다가와 뭐라뭐라함
이어폰 빼고 네? 하니 운동 중간에 쉬지 말고 그 쉬는 동안 다른 기구를 쓰고 다시 돌아와서 운동을 해라, 다른 사람이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라는 주장
뭐래는거지시발 하고 시계를 보니 기구 쓴지 딱 10분째 길래 십분 썼다고 해도 요지부동 일어나서 다른 기구 쓰러 가라는데 나 좀 어른이 된 거 같애. 화가 별로 안 나더라고
그래서 알았다 한 세트만 더 하고 자리 내드린다하고 원래 15번 할 거 25번 하고 일어남
그러고 이제 운동 끝나고 스트레칭 하는데 한 할주머니가 폰기종을 물어보시길래 얘기를 잠깐 하고 있었더니 다른 할주머니가 끼어들어 내 러닝쇼츠를 가르키며 그거 아래에 레깅스를 받쳐 입어야겠다는 훈계를 시작함
저번부터 보고 있었는데 보기 안 좋더라고
그래서 나 또 어른이 된 거 같다고 느꼈어. 화가 안 나더라고
그리고 이럴 때 어떻게 응대해야 되는지 좀 알 거 같음. 일단 논리로 접근할 생각을 버려야됨
할: 보기 그러니까 뭘 좀 입어야 겠어
나: 더워요
할: 그래도 입어야지
나: 어쩔 수 없어요
할: 그래도 보기에
나: 더워요
할: 아니 그래도
나: 어쩔 수 없어요
할: ..어쩔 수.. 없어..
쓸쓸히 퇴장하는 할줌머니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옛날 생각이 났음 예전엔 이런 사소한 걸로 뻑하면 언성을 높였었단 말임
약간 그 주사기 들고 헬조선의 유독성을 나에게 주입하려고 다가오는 느낌이라 히이이익 이런 느낌으로 질겁하며 방어했던 거 같은데
문제는 이렇게 살면 분노가 자꾸 적립되어 인간이 반사회적이 되어감. 마음과 신경은 쓰는데로 길이 나게 되어있으니까
아무튼 언컨벤셔널한 조센징을 보는 순간 불같이 끓어오르는 것이 한국인의 훈계본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또 이 코리안 원로들을 악마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 사람들은 그런 era를 살아 온 사람들이니까.
어른이 말하면 듣고, 나라가 시키면 하고
그렇게 자아를 억눌러 가며 개열심히 단합해서 이뤄낸게 한강의 기적이고 그 꿀을 내가 지금 빨고있고??
하지만 그들의 역사를 리스펙하는 것과 납득되지 않는 요구에 순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 개인과 개인사이 경계를 흐리는 일은 정신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