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쁜놈
유 진 정
2025. 4. 14. 18:21
내가 아는 인간 중 제일 나쁜 놈이 A였다.
범죄자였고 죄질이 상당히 불량했다. 생계형 범죄 그런 거 아님
어느 날 A와 대화를 하는데 A가 여기 사람들 다 외강내유라고,
나쁜 놈인 척 하는데 사실 제일 여리고 착하잖아, 라는 말을 했다.
그 ' 여기 사람 '들에는 당연히 A 그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인간도 스스로는 착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2차 충격파가 몰아쳤다.
그렇다면 나도 나쁜 놈일 수 있겠구나
허구헌날 위선을 욕하고 아닌 척 하면서도 스스로를 선량한 인간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구나
수년 후 A 모친의 인터뷰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자살시도를 수차례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A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음으로 조금 놀랐다.
B는 A의 여자친구였다. 모친이 자살을 했다.우리 엄마도 시도를 했다.
이런 셋이 인생의 한 지점에서 만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A는 당연히 B를 때린 적이 있었다.
B는 A의 집에 불을 지르는 것으로 화답했다.
때때로 새벽에 전화를 걸어 죽고싶다는 호소를 하곤 했다.
솔직하고 귀엽고 결핍에 시달리는 B를 볼 때마다 나는 엄마를 떠올렸다.
그가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고통을 느꼈다.
이것이야말로 스키마, 업의 고리가 아닌가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세상에 나쁜 놈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를 하긴 하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