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아름다운 (그리고 빡센) 순례길
김제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고왔다.
전주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하루만에 날씨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어 버리길래 충동적으로 떠났다.
전주역에서 순례길 초입인 김제 금산사(종점)까지 한번에 가는 79번 버스를 올라탔다.
내가 이 교통편을 왜 알고 있냐면, 10년 전 이맘 때 혼자 여행을 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금산사 근처에서 캠핑을 하룻밤 하고, 순례길을 걸은 뒤 다음날 전주영화제를 보고 서울로 올라갔었다.
개막식이 지루했고 마지막에 뭔 개그맨이라는 사람이 사회자랑 태권도 하고 들어가는 거 보고 이민을 꿈꾸었던 것을 기억한다. 영화제에 대한 전주시민들의 열정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길이다.
봄의 연두색 잎사귀들과 귀신사의 고요한 전경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10년 만에 다시 보면 어떠려나?
버스는 모악산 관광안내소/금산사 주차장에 정차하고(종점) 거기서부터 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전엔 입장료를 받았었는데 문화재 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이제 무료입장으로 바뀌었다.차 가져오면 주차비 5천원만 받는다고
김제 순례길이 왜 순례길이라 불리우냐 하면
이 모악산 일대에 불교, 기독교, 원불교, 천주교 등의 주요 성지가 죄다 모여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상당히 궁금한데 뭔 지세 같은게 존재하나 싶기도 하고..
금산사 가는 길 거대한 고목 아래 치성을 드린 흔적이 있었는데 앞에 걷던 비구니 스님이 보살님께 하는 말을 엿들으니 무당들도 엄청 온다고 한다.
아 그리고 말해두자면 나는 길을 잘못 들어서 정식 루트로는 걷지 못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이번에 또 그랬다.
정식 순례길 루트:
금산사 - 금산교회 - 동곡약방 - 증산법종교 - 원평교당 - 원평성당 - 원평교회 - 원평장터 - 주평교회 - 수류성당 (거리 14.5km)
2015년 루트:
금산사 - 모악산 관광안내소 - 닭지붕(등산) - 귀신사 - 싸리제 - 동곡마을 - 금평저수지 - 증산법정교 - 금산교회 - 금산사
2025년 루트:
금산사 - 모악산 관광안내소 - 닭지붕(등산) - 신양옥 커피숍 - 귀신사 - 금평저수지 - 증산법정교 - 금산교회 - 금산사
왜 이렇게 됐나 했더니 모악산 마실길 2구간이랑 순례길 구간을 뒤섞어서 걸었음
지도 안 보고 그냥 감으로 걸어다니기도 했고..
하지만 덕분에 아름다운 귀신사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같은 것이 아닐지
금산사 입갤
이 아이코닉한 미륵전(국보)을 보라
3층 같지만 안은 통짜로 뚫려있다.
그리고 그 안에
건물 높이와 맞먹는 거대 부처님이
실제로 보면 천장도 그렇고 상당히 압도적인데 사진으로는 하나도 전달되지 않는다.
감탄을 하고 삼배를 올린 다음
무음 카메라로 이걸 찍었다가 보살님한테 혼났다. 원래 절의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사진 촬영 금지 못 봤어요?? 하시길래 못 봤다고 했다. 왜냐면 누가 표지판을 뒤집어 놨으니까
보살님은 이런, 하고 다시 표지판을 돌려놓으심
미륵전 뒤편의 돌계단을 오르면 작은 암자와 이런 단이 세워져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암자는 안 들어갔고 암자와 이 석상 사이 기단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계단이 가팔라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없었고 분위기가 평화롭길래 눈을 감고 5분 정도 명상을 했다.
명상하는 동안 아래 쪽에서 아이구! 못올라가! 하는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라오지 마라 올라오지 마라... 속으로 되뇌이다가 이것도 참 번뇌구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주머니들은 결국 안 올라오셨다.
다 하고 눈을 뜨니 이 친구가 보이는데 순간 기뻐졌다.
왜 저렇게 웃고있지?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서 웃고 있었던 거지?
https://c-straw.com/posts/5705
김제 아름다운(그리고 빡센) 순례길
김제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고왔다. 전주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하루만에 날씨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어 버리길래 꽤 충동적으로 떠났다. 전주역에서 순례길 초입인 김제 금산사(종점)까지 한
c-str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