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광기의 계절
요즘 내 표정
난 가벼운 경조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음
진단은 필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받았던 것이라 약은 안먹고 버림
경조증이랑의 사이는 나쁘지 않음
별 일 없어도 대체로 잔잔하게 신나있으니까 개꿀이라고 생각함
대우울 시대에 나 같은 인간도 좀 있어줘야 균형이 맞지
물론 여기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던 시절엔 은밀하게 사고도 좀 치긴 했지만
이제 무서운게 많아져가지고 조증 도지면 걍 믹서기 분해해서 세척하고 그런 거 함
봄이랑 흐린 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봄에다 비까지 계속 와가지고 쭉 하이텐션임
이럴 때면 생각과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충동적이 되는데
그 결과
정수리에 빵구뚫림
발단 : 잠자리에 들기 전 목 스트레칭기로 스트레칭을 함
다 하고 도어스토퍼에 스트레칭기 밴드를 한 번 걸어 봤음
손으로 땡겨보니까 힘 좀 받길래 슬슬 머리도 뉘어봤는데 사실 저 가느다란 스토퍼가 뭔 힘이 있겠음
바로 빠졌고 그대로 철제 스토퍼가 총알같이 날아와 대가리를 찍음 그니까 새총으로 자살기도를 한 것 처럼 된 거임
아픈 건 1초 였는데 피가 펑펑 나서 좆됐다는 생각 뿐이었음
하지만 그 순간 두피는 혈관이 많이 지나가서 조금만 다쳐도 피가 엄청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생각나 침착성을 되찾음
화장실 휴지 둘둘 말아 피가 솟는 곳을 누른 후 119 불러야 될 수 도 있으니까 공용실에 둔 폰을 가져옴
두피열상 응급처치 검색하니까 5분정도 눌러서 지혈하라길래 누르면서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음
그리고 친한 친구 이름같은 거 질문하라길래 혼자 거울 보면서 질문하고 대답함
원주율도 물어봤는데 3.14 말고는 하나도 모르겠는 것임! 근데 그건 평소에도 모르니까 정상이라는 소리
그동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언더테이커
다행히 잠깐 있으니까 피가 그쳤고
세수하고 바닥 닦고 정수리 사진을 찍었더니 1cm정도 찢어졌길래 소독 + 반창고 붙인 다음 명상 1시간 하고 잤음
사실 이날 2022년 8월 이후 첨으로 별 이유없이 데일리 명상 째려고 마음을 먹었었음
왜냐면 너무 들뜨니까 사람이 못 앉아있겠더라고
근데 그랬더니 바로 대가리 빵꾸 뚫리는게 명상방석 매일 앉는 건 충전기에 스스로를 꽂아놓는 행위와도 같다는 생각을 함
암튼 부상으로 엔돌핀이 팍팍 나왔는지 기분이 상쾌했고 이래서 중세시대에 환자들 피를 그렇게 뽑아댔나 싶었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신경외과 가서 꼬매고 왓는데 상처연유 설명하면서 다윈상 후보자 된 기분을 느낌
10일 동안 머리 감지 말라는데 벌써 가려움.. 그래도 눈 같은 데 안 맞아서 넘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