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개꿈

유 진 정 2016. 3. 13. 18:06


항구도시에서 열댓마리정도 되는 중형견을 산책시키고 있었음.  근데 끈이 자꾸 꼬여서 산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이 많은 개가 다 내거라니하면서 싱글벙글하고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중 진짜 내 개는 한마리도 없고 난 걍 임시보호자 같은 거였다. 그래서 풀죽은 상태로 개들을 배에 실음. 그중에 검둥개가 한마리 있었는데 다리가 길쭉하고 눈썹에 흰점이 두개 땅땅박히고 미끄덩한게 수달상이라 얘는 잘 보고 있다가 내가 데리고 가야지 생각함   


근데 워낙 많고 통제가 안되다보니 배에 오르다 개들이 막 물에 빠지기 시작했고 나는 줄을 던져서 젖은 개들을 끌어올렸다. 개들은 줄을 물고 끌려올라옴

근데 어째 끌어올릴수록 개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였다.  무슨 대박터진 어선같았음  

그리고 건지다보니 개만 있는게 아니라 고양이도 막 끌려 올라옴. 배랑 육지랑 이어진 그 틈같은데 들여다 보니 고양이가 세마리나 줄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뒤통수만 보인채로 물속에서 미역처럼 흔들리고 있었음. 바닷물이 너무 더러워서 안건지면 다 피부병에 걸려버릴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건져내자 마자 고양이들은 깨끗한 물이 들어있는 드럼통안에 막 뛰어들어가 자맥질을 함


암튼 겨우 다 건져내고 한숨돌리고 있는데 이번엔 철창으로 된 짐칸안에 대형견들을 가득채운 덤프트럭이 두개 지나감. 

그걸보더니 첨에 내가 데려온 배에 탄 중형견들은 다 입양이 보내지기로 되어 있는 애완용이고 저 대형견들은 식용이라고 누가 그랬음

 

그 대형견들은 덩치가 사자만하고 다 너무 멋있게 생겼기 때문에 탈출을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막 영화처럼 덤프트럭 밑으로 굴러들어가서 철창을 열었더니 개들이 표효를 하면서 다 뛰쳐나옴 근데 다 너무 화가 나있는거 같아서 내가 실수를 했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음.

 

개들은 뛰쳐나오면서 전부 사람으로 변함. 막 크와앙 하면서 뛰다가 갑자기 형상이 변하면서 뚜벅뚜벅 걷기시작

그리고 나도 갑자기 시점이 바뀌었다고 해야하나? 그 문열어준게 더이상 내가 아니고 철창안에서 나온 개 중 한마리가 나였음. 

어린 여자애였는데 이제 사람이니까 나도 배에 타야되겠다 싶어서 배에 몰래타고 식사준비중인 주방에 들어가서 사탕 막 훔쳐먹다가 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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