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 사이 독사 - 더 서펀트

리뷰예요/영상 2021. 8. 3. 15:26

방콕 호스텔 옥상에서 매일 수영 하던 시절

북유럽 계열로 생긴 앳된 금발 여자애가 물 밖으로 나와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태닝 중이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씽긋 웃었는데 그야말로 넘나 무해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비키니 하의의 끈을 느슨하게 묶었었는지 치골이 좀 드러난 상태였는데 그상태로 헤헤헤 웃으니 빙구같아 보여서 더 귀여웠다. 

 

더 서펀트는 그런 귀요미 백팩커들을 사냥해 부를 쌓던 범죄자 샤를 소브라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이다.

70년대 방콕이 배경인데 지금이랑 크게 다를게 없다. 동남아 여행하던 때가 떠올라서 엄청 몰입하면서 봤다.  

 

주인공 알랭(가명. 본명은 샤를)은 소시오패스이다.

외모도 매력적이고 자기관리도 열심히하는 카리스마적 남성상이다. 

그리고 뭔가 세상에 대해 겁-나 꿍한게 있다.

인도인 모친이 프랑스 군인이랑 재혼하면서 그를 기숙사에 처박아버리는 바람에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한다.

물론 그런 경험이 있다고 모두 살인마가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 합리화로 들린다. ( 근데 엄마가 아들을 전혀 안 사랑하긴 함.  )

 

알랭은 순진멍청한 히피 배낭족들에게 호의를 베풀며 다가가 약을 먹인 후 그들의 여권과 금품을 갈취한다.

뒤탈이 나지 않게 약에 취한 배낭족들은 죽인 후 오지에 방치하거나 산채로 불태운다.

 

또한 훔친 여권을 위조해 여러 신분을 만들고 여행을 자주 함으로써 수사에 혼선을 주는 영리하고 부지런한 행각을 보인다. 물론 남자 혼자 이런 짓을 벌이면 경계를 사게 되기 때문에 나름 교양있는 여자친구 마리와 잘생긴 시다바리 아제이를 데리고 다닌다. 

보석상 행세를 하며 풀장딸린 집에서 파티도 자주 벌이는 그를 주변인들은 호인이라고만 생각한다.  

 

알랭이 사람의 유혹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결핍을 찾아낸 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파트너 마리의 경우 일상이 지겨워 죽겠는 외톨이였기 때문에 스릴과 로맨스, 화려한 삶 등을 제공받는다.

물론 그가 제공하는 호의 중 공짜는 절대 없다. 사실 엄청나게 타산적인 쫌팽이다. 약혼반지도 줬다가 다시 뺐어옴

 

말도 참 잘하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내일 티벳의 수도원으로 들어갈 예정인 테레사라는 미국여자가 있는데, 평생 금욕할 거니까 마지막으로 광란의 밤을 보내겠다며 알랭네 파티에 참가해 아제이랑 엮인다. 혼자 다니는 여자에다 가방에 기부금이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에 알랭의 표적이 된다. 

몰래 먹인 약에 취해 버둥거리는 그녀를 보고 알랭은 차갑게 비난한다. 

 

-넌 천박한 여자야. 종교에 몸을 던져버리듯 남자에게도 몸을 던지지

 

그러게 대체 왜 인생의 그렇게 중요한 날을 앞에 두고 쌩판 모르는 남자랑 술을 잔뜩 먹냐고 그것도 외국에서

마치 삶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살해당하는게 마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알랭이 씨발놈인거는 맞다

 

그동안 모은 돈을 알랭이 도박판에서 몽땅 꼬나박자, 이제 어쩔거냐고 우리 망했다고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키는 마리에게도 한 마디 한다.

 

-마리, 돈에 집착하는건 천박한 거야 

 

천박하다는 말 엄청 좋아함. 근데 그 별거 아닌 돈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는게..

물론 그에게는 돈도 별게 아니고 인명은 그거보다 더 별게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인간이 하는 말이나 사고방식이 죄다 이런식이다. 언제나 타인을 비난하며 스스로의 행위는 합리화 한다. 

 

범죄자의 자기합리화가 극 전반에 걸쳐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그에게 매료되어 장기말로 사용되는 주변인의 심리묘사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은 보면 재밌을 것이다.

특히 소시오패스랑 연애하느라 정신병에 걸려가는 마리의 심리 묘사가 두드러진다.

여성 특유의 의존성, 행복한 가정에 대한 환상 뭐 이런게 부각되어 꽤 짠하게 느껴짐  

 

그리고 찐 주인공 네덜란드 외교관이 나오는데, 이 사람의 개고생으로 절대 잡힐 것 같지 않던 교활한 범죄자 샤를이 잡히고야 만다. 근데 이 사람이 왜 본인의 지위와 마누라의 안전까지 걸고 샤를을 쫓는데 집착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좀 떨어진다. 다 보고나서도 잘 이해가 안감

근데 기억을 떠올려보면 사랑 많이 받고 자란 1세계 애들 중에 뭔가 저런 미친 정의감? 인류애 이런 거 가지고 사는 애들 있긴 있었던 거 같음

 

아무튼 오랜만에 볼 만한 시리즈였다. 다 보고나니 방콕이 가고싶어 죽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jQU9Kds25M&ab_channel=NetflixKorea%EB%84%B7%ED%94%8C%EB%A6%AD%EC%8A%A4%EC%BD%94%EB%A6%AC%EC%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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