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때 친구와 지하보도를 걷다 노숙인과 마주친 적이 있다. 길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옷이 갈색 때로 뭉개져 가죽 같아 보였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드레드락이 오금까지 드리우는 검은 얼굴의 노인이었다. 친구는 치를 떨었다. 저 대사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는데 그 이유는 친구의 발언으로 인해 내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격이 밝아서 같이 있을 때 즐거운 친구였다. 안정된 가정에서 자랐고 씀씀이가 호방했다. 당시 나는 부모님의 이혼과 가계경제의 몰락 등으로 고통스러운 사춘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부친이 주먹을 휘두를 때면 가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집 없는 사람의 처지에 이입을 하다보니 노인에 대한 혐오를 퍼스널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복하게 자란 십대소녀에게 노숙인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