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18

경이의 시선으로 울리는 경종 - 에드워드 버틴스키

'치킨은 위로가 됩니다' '새 시즌 컬렉션으로 당신의 품격을 드러내세요' '호화 패키지 여행으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세요' 시장은 심리적 결핍을 물질로 보상하라며 적극권장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태어남과 동시에 온갖 매체를 통해 주입되는 메시지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약이 구질구질함으로, 소비가 미덕으로 찬양되는 욕망의 시대를 반쯤 감긴 눈으로 건너는 중이다.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사진들을 보고왔다. 타이틀이 추출과 추상인데 영어로도 한국말로도 운율이 잘 맞는다. 멀리서 보면 추상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지구에서 무언가를 쭉쭉 뽑아내고 있는 풍경들을 버틴스키는 기록한다. 보시다시피 압도적인 크기의 프린트와 해상도인데 메시지에 앞서 기술력에 감탄하게 된다...

리뷰 2026.01.19

일출

새해 첫날 인왕산 가서 일출봤다혼자라면 절대 안 할 짓인데 최인호 작가가 제안하셨고워년씨(시험준비하시던 분)랑 인왕산 한 번 가죠 하고 안 간 기억이 나길래 십년 전 그 파티로 가봄 밤새고 가야겠구만 했는데 웬일로 자정 쯤 잠들어서 decent한 상태로 집을 나섬마을버스 타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우물우물) 했는데 아저씨가 인기가요 1위 외치는 호쾌한 톤으로 새해복!많이!!받으십쇼!!!! 하시길래 좋았음 6:50 무악재역에서 만나 최단거리로 정상ㄱ 겨울 등산시 다리를 동결건조 시켜버리는 스웻팬츠를 입고왔지만 338m라 괜찮음헤드라이트 깜박했지만 338m라 괜찮음 (이러다 동네 뒷산에서 119 부르는 거)인왕산은 예상대로 사람이 개많았고 정상 지옥이 예상되길래 줄에서 이탈해 그 밑 어디 쯤에서 해를 기..

리뷰 2026.01.01

캐롤 메스매스 최인호

십년 전 이드페이퍼에서 만난 분들이랑 전시 보러 간 적이 있다. 시험준비 하시는 분 그림 그리는 빡빡이 나 이렇게 해서 전시 보고 기름떡볶이 먹고 빡빡이 분이 가져오신 수채화집을 감상한 뒤 헤어졌다. 시험보는 분이 미술관 굿즈샵에서 우산 모양 자석을 하나씩 사 주셨다. 잘 놀았으니 됐다 하고 만남을 다시 주선하지는 않았는데시험보는 분이랑은 인친이라 가끔 안부를 물었다. 시험 합격하고 훈남 직장인이 되셨고 조직생활에서 오는 분노는 블로그에다 태우시는 듯 하다. 빡빡이 분은 어딘가 어두움이 느껴져서 그 후로 연락 안 했다. 며칠 전 메스매스에서 기획한 릴레이 드로잉 오프닝에 갔는데 비치되어 있는 드로잉북이 재밌길래 열심히 읽던 중 작가 분이 오셨다. 십년 전의 그 빡빡이셨다. 저 혹시 우리 만난 적 있지 ..

리뷰 2025.12.27

겨울 명상바지 추천

단체명상 갔다가 띵상하니까 등산복만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너무 사회의 아웃캐스트 같지 않으면서도 양반다리하고 오래 앉아있을 때 불편함이 없는 바지 종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조거는 발목이랑 허리 밴딩 압박땜에 불편하고 레깅스는 도발적이라 못 입음그래서 봄여름가을은 무인양품 린넨바지 입고 겨울엔 그 밑에 왕두꺼운 내복을 껴입고 다녔는데그것도 이제 불편하길래 널널한 겨울 추리닝 찾아 헤매다 발견한 이것 https://www.musinsa.com/products/2730205 트레이닝/조거 팬츠 브랜드 : 파르티멘토 우먼(PARTIMENTO WOMEN) 제품번호 : PW-2205PB 제품 : 와이드 스웻팬츠_파스텔 블루 - 36,810" data-og-host="www.musin..

리뷰 2025.12.19

도망치게 만드는 판타지, 돌아보게 만드는 판타지

쿠이 료코의 시야는 거시적입니다.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는 영웅 서사가 빠진 공백에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사유가 대신 자리합니다. 원인과 조건이 갖추어지면 일어나고, 조건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불교의 연기론이 떠오르기도 하는 지점입니다. 대혐오시대, 쉬어감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쿠이료코의 만화를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던전밥보다 단편집들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전문)https://c-straw.com/lounge/877 도망치게 만드는 판타지, 돌아보게 만드는 판타지도망치게 만드는 판타지, 돌아보게 만드는 판타지c-straw.com

리뷰 2025.12.17

비내리는 중구, 전시와 커피 : IAH / 스티키플로어 / 권회찬 / 붓다독

(전략) 작업의 순서는 낙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1단계 : 갈색 콩테로 선을 휘갈기고 2단계 : 꼭지점을 전부 연결하는 구조선을 추가해 면을 만든뒤 채색하는 방식 타이틀이 치즈!인 이유가 재미있는데 스케치의 첫 단계를 줄곧 외주를 맡기셨다고 한다. 그니까 남이 그린 선에 본인이 2단계를 실행하는 것 그래서 모든 작품명이 사람의 이름이다. 맨 위는 김민주의 초상 그 아래는 김세욱의 초상 그 아래는 이성훈의 초상 그 아래는 손경배의 초상 맨 아래는 김유진의 풍경 그런데 또 선 긋는 사람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것은 아니고 의도를 넌지시 던져 추측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이루어지는, 요구받는 입장에선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 어쨌든 자기 선을 베이스로 이 사람이 작업을 할 것이라는 의식을..

리뷰 2025.12.15

신고서점

덕성여대 앞에 무려 4층짜리 헌책방이 있다.작년 이맘때 도반분이 멋진 곳이라며 알려주셨다. 과연 그런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성심이 있다. 세월이 빚어낸 차분한 바이브랄까 연세 지긋하신 주인 내외분의 눈빛도 깊고원래 1985년 이문동에서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몇년 전 이쪽으로 옮기셨다고 1층 왼편은 카페로 운영된다. 마셔보진 않았는데 괜찮은 기계를 쓴다고 들었다. 올라가는 계단에도 헌책이 빽빽꼬마니꼴라가 꽂혀있길래 몇페이지 훑어봄 2층 올라가면 좋은 위치에 영성-명상관련 서적들이 꽂혀있다. 80년대 정신세계사에서 출판된 꼬마성자와 성자가 된 청소부를 여기서 찾았다. 어릴때 외갓집에 가면 뽕나무에 올라간 삭게오 그림책이랑 이 두 책을 꺼내 읽곤 했다. 삭게오 ..

리뷰 2025.12.14

띵작의 산실 월간 애프터눈 best 3

(전략)이외에 러브로마, 파도여 들어다오,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등의 수작들이 있지만러브로마는 십대 꽁냥 연애물을 읽고 있는 스스로가 뭔가 소름 돋아서 하차했고파도여 들어다오는 사무라 히로아키 특유의 수다가 지루해져서,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하차 했습니다. 그러나 개성을 지닌 멋진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이십여 년 전 한국에도 〈오후〉라는 격월간 만화 잡지가 존재했죠.유시진 나예리 권교정 등 색깔 강한 라인업으로 출발했고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 같은 작품이 실리기도 했습니다.돌이켜보니 잡지명부터 지향점까지 월간 애프터눈의 작가주의적 기풍을 구현하려는 시도였던 것 같네요발간일 마다 두근거리며 서점을 방문하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1년 남짓한 ..

리뷰 2025.11.24

럭키데이 인 파리 번개 후기

요즘 애들은 번개라는 말을 알까? 그런게 있다..인디지오님 블로그에 럭키데이 인 파리 영화번개 글이 있어 참가신청을 했다. 나락간 우디앨런의 복귀작이라 뭔소리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서 늦었다. 영상자료원에서 했던 우디앨런 영화제 늦게 들어간 기억이 났다. 옆에 앉은 남자가 욕을 퍼부었던 것도 기억나서 설마 이번에도 반복되는건 아니겠지 하면서 대충 빈자리 찾아 들어갔는데 앉자마자 뒤에서 누가 톡톡 치길래 끄악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지장보살같은 두상이.. 노정태 선생님이었다앞부분은 놓쳤고 웬 기차 디오라마 장면이 짧게 지나간 뒤 주인공 본격 불륜 시작하는 장면부터 봤는데 다작한 노인 감독의 깡다구가 느껴지는 영화다. 아 몰러~ 하면서 사소한건 쌩까버리니까 영화가 구멍이 있는 대신 아..

리뷰 202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