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44

부처님은 왜 걸어야 했나 - 국중박 어메이징 타일랜드

(전략)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걸어오셔야 했는가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 이 법은 참으로 심오하며, 깨닫기도 어렵다.어차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것도 아닌데 이걸 괜히 욕심많은 닝겐들에게 설하려고 했다가는 서로 너무 피곤해지지 않을까? " 라는 이유로 법을 가르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그때 범천 사함빠띠가 등장한다. 범천은 부처님의 마음을 읽고 무릎을 꿇고 합장한 뒤 간청한다. " 세존이시여, 눈에 먼지가 적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법을 감추지 말아 주십시오! " 불사의 문은 열렸다.귀 있는 자는 믿음을 내라. 마음을 바꾼 부처님은 결국 녹야원의 다섯 비구에게 첫번째 설법,초전법륜을 설하고그들은 순차적으로 번뇌를..

리뷰 2026.07.28

독창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 오티즘 아티스트 4인

(전략)며칠 전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오티즘 엑스포에 다녀왔다. 자폐라는 명칭의 어감이 질병을 연상시키는 등 부정적인 편이라 이제 공식행사 등에서는 오티즘이라는 영어 표현을 쓰는 듯 한데 듣기에는 확실히 이 편이 낫다. 자폐하면 뭔가 어두운 공간에 외롭게 갇혀있는 이미지가 떠오르고 오티즘 하면 통통 튀는 밝은 느낌을 받음 아무튼 이 행사는 재작년에도 다녀왔는데 브라스 밴드의 연주가 대단히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러머가 ㄹㅇ 미쳤음 일단 개잘치고뭐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정확히는 기능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지만) 태도가 퍼포먼스에 진정성을 부여함 부스 한 켠에 작게 미술전시도 하고 있었는데 아마추어 전시이긴 했지만 상당히 독창적이라 기억에 남음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것은 달리 말해 남다르..

리뷰 2026.07.27

이 또한 지나가리 - 2026 연등회 후기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두운 배경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나타나면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 최초의 기억은 성공적으로 피워낸 모닥불이었을 테고 짐승을 막아주고 추위를 쫓아주며 서로의 환한 얼굴을 마주볼 수 있게 해주는 불 불빛 주위로 빙 둘러앉아 기뻐했을 원시인들을 불꽃놀이나 캠프파이어, 등 잔치 등을 볼 때 떠올린다. 지난 5월 말 연등회 구경을 갔다 일단 시작지점 동대문에서 일행과 만나 몽골거리에 있는 식당 잘루스에 들어갔다 손님 대다수가 몽골인이고 티비에선 전통음악 흐미가 흘러나오는 현지느낌 식당이다 이날은 레슬러 체형의 몽골 남자분이 말없이 양고기를 해치우고 있었다 이 호방하고 정직한 주스메뉴를 보라 아니 그러고 보니 포도 주스가 건포도 주스잖아? 잘루스 추천메뉴는 양갈비와 굴라쉬 이날은 칼국수 볶음도 ..

리뷰 2026.07.03

내가 빡돌면 사람이 죽는다 - 빈스 길리건, 엑스파일에서 플루리부스까지

(전략)빈스 길리건은 생긴대로 살 수 밖에 없는 괴물의 비애를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월터,엑스파일의 인육먹는 돌연변이,사울 굿맨까지 모두 사회화 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지만 결국 본능의 부름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화라는 것은 본능에 재갈을 물리는 작업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안 웃겨도 웃고, 하고 싶은 말을 삼켜가며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월터 화이트가 하이젠버그로 변하는 순간, 사울 굿맨이 지미 맥길의 양심을 내던지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빈스 길리건은 본능을 인내하는 고통,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인간의 파괴력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창작자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많이 참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창조해낸 괴물들이 가면을 벗을 때마다 그는 자기 대신 ..

리뷰 2026.06.21

퐁피두 한화에 대한 단상

pierre albert birot - The War (1916) (전략)작년 퀴어 퍼레이드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음 땡볕 아래 신나게 걷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구호가 슬그머니 바뀜 free free 팔레스타인 free free 팔레스타인 을 떼창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사회의 성소수자 취급에 대해 떠올려 보니 생각이 많아짐 한편으로는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이 이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 작금의 이-팔 사태에 있어 약자라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편을 들겠다는 것은 너무 도덕적으로 심플한 것이 아닌가? 구호를 외칠 수 있을 만큼 우리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음고딩 때 웹진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음 시오니즘은 위험한 사상이다, ..

리뷰 2026.06.06

삶과 사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feat. 수전 손택)

레소토라는 국가에 대해 알고있는가 남아공 국토에 둘러쌓여 섬처럼 존재하는, 높은 고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유한 나라이다. (한국의 세 배) 나는 이런 나라가 존재하는지 어제 알았다. 레소토의 빈번한 강간사례를 다룬 bbc의 기사를 읽던 중 “의사가 저보고 제가 너무 매력적이라더군요. 갑자기 총을 꺼내더니 저와 쾌락을 느끼고 싶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절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라는 강간 피해자의 증언을 읽고 순간 눈을 몇 차례 빠르게 깜박였다. 내가 지금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의사 총 강간 이라는 키워드의 조합은 지나치게 생경하게 느껴진다. UN의 조사에 따르면 레소토 여성의 80%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인구의 20%가 에이즈 보균자이며 특히 40대 이하 도시 여성 중 절반..

리뷰 2026.05.23

느긋하고 따듯한 오컬트 : 모로호시 다이지로

개인적으로 꼽는 그의 만화의 매력은 따듯함이다. 특히 [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의 경우 공포물임에도 불구하고 죽는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는 (죽어 있는 사람들은 많이 나오지만) 느긋한 분위기가 좋다. 대롱여우 화에서 대롱여우를 부려 사리사욕을 채우려던 소녀는 여우에 씌여 건물에서 뛰어내리지만 나중 권에서 밝혀진 바로는 건물이 2층짜리라 그냥 낙상만 한 것으로 밝혀지는데 작가가 그려놓고 ' 아니 너무 불쌍한 거 같은데.. 죽을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니지 않나..? ' 하고 설정을 추가한 거 같다. [ 비오는 날에는 귀신이 나타난다 ] 라는 단편집에서 병사한 어린 소녀의 유령은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소년을 유인해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실패하고, 그러자 저승다리 문지기 역을 하는 아저씨가 상..

리뷰 2026.05.20

인간이 뭐 다 그렇지 : 다카하시 루미코 단편선

(전략)이누야샤 단행본 권수가 무려 56권이다.듣기만 해도 약간 토가 나온다매너리즘에 안 빠질 수가 없는 분량이지만 주간소년 선데이의 간판작을 맘대로 접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일단 판타지 소년만화인데,생활감 넘치는 메종일각으로 데뷔한 중년의 여성으로써 표현하고 싶은 세계가 더 존재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런 여사의 목마름이 느껴지는 단편집이을 비롯한 걸작선 들이다.애완동물 사육이 금지된 아파트에 사는 부부가 있다. 무뚝뚝한 표정의 카케이씨는 자치회 회원 중 이 애완동물 금지령에 가장 강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다.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거래처 부탁으로 며칠 맡아주어야 한다며 소화기만한 펭귄을 한 마리 받아오고,그 기간이 점점 연장되자 아내는 아파트에서 쫓겨날까봐 전전긍긍한다소시민이 짊어진 삶..

리뷰 2026.05.16

기괴한 다큐 인생 - 루이스 떼루

이 무지막지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남자를 보라 키가 크고 마른, 지각있어 보이는 안경 낀 백인 남자가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면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대충 환영받을 것이다 낯선 상황에서 평범함은 무해함으로 인식되고 이는 상대의 경계심을 허문다 저널리스트이자 다큐 제작자인 루이스 떼루는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옷도 ㄹㅇ그 나이대 서양 남자 평균들이 입는 옷만 입는데 그런 거만 찾아주는 전담코디가 있나 싶음 (중략) 그리고 이 틱톡커도 폰 들고 루이스 떼루를 찍는데 여기서 기묘한 상황이 발생함루이스 떼루는 평생 기괴하고 위험하고 극단적인 인간들을 찾아찍고 그것을 컨텐츠로 만들어 판 사람임이제 그 기괴하고 위험하고 극단적인 인간들이 루이스 떼루를 찍어서 팜윤리과 상식의 시선을 탑재하고 있다지만 어쨌..

리뷰 2026.05.08

Zine, 독서하는 서브컬쳐

스누피 파쿠리 비글 개가 나오는 만화책을 만든 적이 있다중학교 1학년 때 쯤이었던 거 같다A4용지를 반으로 접고 호치케스로 중앙을 집은 뒤 연보라색 포스터 컬러로 표지를 칠하고 내지에 만화를 그렸다 완성 뒤 그럴듯한 책의 형태에 전율했다 이것을 아마 진zine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Zine이란 MAGAzine(혹은 Fanzine)의 줄임말이며 개인이나 소집단이 지 맴-대로 제작, 배포하는 독립 출판물을 뜻한다 한권을 만들어도, 천 권을 찍어도 좋다 각 페이지에 글자를 하나씩만 써도 좋고나를 제외한 모든 자를 다 죽여야 한다는 급진적 사상도 당연히 용납된다. 감수나 검열처럼 수고로운 과정이 존재하지 않으니까껌의 역사에 대해 기록한 뒤 페이지 중간에 씹던 껌을 붙여놓으면 멋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 간..

리뷰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