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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데이 인 파리 번개 후기

요즘 애들은 번개라는 말을 알까? 그런게 있다..인디지오님 블로그에 럭키데이 인 파리 영화번개 글이 있어 참가신청을 했다. 추문으로 나락간 우디앨런의 복귀작이라 뭔소리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서 늦었다. 영상자료원에서 했던 우디앨런 영화제 늦게 들어간 기억이 났다. 옆에 앉은 남자가 욕을 퍼부었던 것도 기억나서 설마 이번에도 반복되는건 아니겠지 하면서 대충 빈자리 찾아 들어갔는데 앉자마자 뒤에서 누가 톡톡 치길래 끄악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지장보살같은 두상이.. 노정태 선생님이었다앞부분은 놓쳤고 웬 기차 디오라마 장면이 짧게 지나간 뒤 주인공 본격 불륜 시작하는 장면부터 봤는데 다작한 노인감독의 깡다구가 느껴지는 영화다. 아 몰러~ 하면서 사소한건 쌩까버리니까 영화가 구멍이 있는 ..

리뷰 02:38:23

서울의 어느 집

지난 금요일 오호츠크맨들과 전시 보고 왔다. 사실 오호츠크맨이라 퉁치기엔 각자의 존재감이 강력한 분들이지만 아무튼전시 타이틀은 The Context : about a small home in seoul @미래빌딩 11.12까지--- 은 박찬용이 2018년 매입한 50년 된 낡은 아파트 한 세대를 7년에 걸쳐 수리한 이야기입니다.(중략) 이 전시를 통해 ‘1970년대에 서울에 지은 어떤 작은 집을, 2020년대에 살아가는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수리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리한 집이 사실 대단히 아름답거나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으로 이렇게 실행했구나’ 라는 하나의 예시, 아니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라는 반면교사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역할을 한다면 이 전..

리뷰 2025.11.11

존중의 시선 : 토요다 테츠야

상처를 준 사람을 악으로 묘사하지 않고 상처받은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함부로 내밀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좋았음 그걸 존중의 태도라고 부르는 글을 읽었는데 존중이라는 게 뭘까, 하면 역시 쉽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편견과 지레짐작, 투사의 갑옷을 잠시 벗어두고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라는 진실을 인정하는.( 전문 ↓ ) https://c-straw.com/posts/6571 존중의 시선 : 토요다 테츠야웬만한 걸작 만화는 다 봤다고 생각했다. 토요다 테츠야를 추천받기 전까지는 왜 몰랐나면 이 사람 타카노 후미코 https://c-straw.com/posts/1986 를 능가하는 과작 작가임 1989년 애프터눈 사계상 가작c-straw.com

리뷰 2025.11.10

산에 미친 테토남들 : 만화 '산' , 다큐 '던 월'

(전략)이 만화 참 신기한 만화인데요 매화 플롯이 정말 별게 없어요. 사람이 등장한다, 조난 당한다, 구조대가 출동하지만 실패, 그때 짜잔~ 등장한 우리의 히어로 산포가 문제를 해결이게 답니다. 캐릭터 설정도 피상적이고 일본 만화 특유의 오그라드는 대사 등등 마이너스 요소가 꽤나 있는 만화인데요 (특히 산포가 서양의 등반러들을 구한다! 서양인도 인정하는 킹왕짱 일본남아 이런 거) 뭐 못 읽을 정도는 아니네.. 하고 휙휙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눈물로 두 뺨을 적신 스스로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미덕을 발견하게 됩니다. https://c-straw.com/lounge/789산에 미친 테토남들 : 만화 '산' , 다큐 '던 월'산에 미친 테토남들 : 만화 '산' ,..

리뷰 2025.10.29

체인소맨을 보다가

중간에 하차했다설정보는 맛으로 읽기엔 이미 도로헤도로랑 파이브스타스토리즈를 읽었고 메시지로 읽기에는 철학이 얄팍하다. 연출은 엄청났고 (영화보는 거 같음) 캐릭터 매력적이고무엇보다 시대정신을 담고 있어서 왜 떴는지는 알겠는데아무튼 젊은 남자가 그린 만화는 거의 다 그럼엄청 피상적인데 있어보이는 척 광기어린 척 오글거려~~ 쿨한척 해도 다 티나잖아~~ 킹받아서 작가 약력 찾아보는데 룩백도 이새끼가 그렸네 근데 이게 걍 사춘기 소년 정서 디폴트값인거 같음 린킨파크 페인트 I am a little bit of loneliness, a little bit of disregard이것도 손발 퇴갤할 거 같은데 십대양남들 ㄹㅇ열광함 뭔가 짚어주는게 있나봄그리고 이거 딱 반대가 쿠이 료코(던전밥) 안노 모요코 다카하..

리뷰 2025.10.24

가슴을 파고드는 노스텔직

향수(鄕愁) -정지용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

리뷰 2025.10.18

총을 든 스님과 빅딕 에너지

https://c-straw.com/lounge/694 총을 든 스님과 빅딕 에너지총을 든 스님과 빅딕 에너지c-straw.com 빅 딕 에너지Big dick energy 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거시기가 크면 마음도 크다는 속어입니다. 반댓말은 스몰 딕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죠.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한, 쪼그라든 마음 사실 거시기 크기와는 관계없죠. 사람의 마음이 여유를 상실하는 순간은 집착이 생길 때입니다. -- 불교 영화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잘 모르실 겁니다. 홍보가 엉망이거든요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영화 잘 보고 마카다미아도 두 봉지나 얻어먹은 은혜를 지금 불평으로 갚고 있는데요.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재작년과 올해 두 번 다녀왔는데 영화가 ..

리뷰 2025.09.22

다도 꽤 괜찮은 활동이군

단체명상 호스트 위버님 댁에 급초대받음큰 방은 생활감이 별로 없었는데 다실은 예쁘게 세팅해두심 그 방에서 백차랑 녹차 내려 마시는데 오 상쾌해 다 우리고 씹어먹는 차잎도 맛있고유황과 용연향을 가지고 계셔서 냄새를 맡아보고 왔음용연향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포근한 향기에 동물원 냄새를 살짝 가미한 느낌 아 근데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고 다도 꽤 괜찮은 단체 활동이다 여럿이 대화하며 동일한 음료를 공유하는 행위 = 술자리를 대체가능할듯 카페인 하이도 살짝 올 수 있고물 계속 끓임 - 차를 우림 - 따라줌 - 차잎을 변경 이것도 의식같고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줌계속 알아차려야 하는 행위라 명상적 면모도 있는듯 한가지 배운 거 : 차를 받을 때는 술마실 때 처럼 잔을 들지 않음그냥 테이블에 놓아둔 상태로 받아..

리뷰 2025.09.18

마네는 홍상수였어

또기하의 추천으로 마네를 뒤져봄그 피리 부는 남자애랑 풀밭에서 빨개벗은 여자 그림 분노한 관중들이 우산으로 찍으려고 해서 높이 달아뒀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봄) 이런 갓띵작을 그린 사람이었군영화로 치면 갑자기 소리가 우웅우웅 뭉개지다 아예 사라져 버리는 느낌 ' 아니 이 여자 눈깔을 좀 봐..' - 홍기하 이 정도면 마네 페미니스트 아님? 아르마딜로 같은 여자의 손웃음을 참고 있는 입매 수작부리는 남자잔을 쥐고 있는 손의 긴장감그걸 지켜보는 웨이터 ' 또 또 또 시작이구만.. ' 웨이터 = 마네 지금 생각하니까 풀밭 위의 점심식사도 너무 홍상수 같음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여자 - 깨벗었음흐릿한 눈으로 입털고 있는 남자들 - 껴입었음 마네가 살롱과 파티를..

리뷰 2025.09.14

만화무시하지마라 - 언플래트닝

자연현상을 보다 깊이, 보다 멀리 탐구하기 위해 강력한 관측 도구가 발명되었다. 동시에 도구를 다루는 사람들 또한 전문화 되었고 그들의 시선 역시 보다 구체적인 목표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이렇게 협소해진 초점은 결국 파편화로 이어진다. 제각각 따로 움직이는 많은 탐조등처럼 구분이 늘어났고 각각의 영역이 뚜렷이 그어지고..- 43쪽 ---자폐란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결함을 뜻한다. 모 전문가는 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인의 상태를 일컫어 '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 바늘 구멍으로 세상을 보는 상태 '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젠지 스테어는 Z세대의 자폐적인 면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뇌가 아직 말랑말랑한 그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변화된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그 변화를 주..

리뷰 202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