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29

읽는사람 몸살나는 : 데즈카 오사무 블랙잭 창작비화

거대한 에너지를 지닌 인간이 가끔씩 태어난다 이런 자들의 반경 내에는 일종의 에너지 장이 생성되고그것은 블랙홀처럼 주위의 인간들을 끌어들여 소비하며 이 과정이 시장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 만화의 신 ' 만신이라는 칭호를 탄생시킨 데즈카 오사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의 히트작 블랙잭의 탄생과 연재과정을 그리고 있다 근데 이건 사실 제목에 걍 블랙잭을 넣고 싶어서 붙인 거 같고 데츠카 오사무의 캐릭터와 기벽, 일에 대한 태도의 묘사가 주를 이루는 내용인데 그것이.. 너무나 상식을 초월한 불가능에 가까운 짓거리들이라 읽는 사람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며 승모근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난 이 만화를 읽고 탈진하여 안마의자에 기어올라야 했다 따듯한 미소와 절륜한 스태미너를 갖춘 만신 데즈카..

리뷰 2026.04.06

여자가 찍는 여자 - 박영숙 개인전

" Men act and women appear남자는 행동하고 여자는 보여진다 "존 버거의 저서 Ways of Seeing의 핵심개념이다.예를 들어 근대미술이 표현하는 남녀의 누드를 보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깨벗었지만 어쨌든 생각 중이다. 지적이며 주체적인 남성이다. 반면 마네의 올랭피아는 정물로써 존재한다. 아름다운 과일처럼 침대보 위에 그저 놓여져 있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나 벗은 거 보니까 좋냐? 하는 띠꺼움도 느껴진다. 마네는 보여지는 여성들의 피로를 이해했던 것 같다. 후기로 갈수록 여자들 표정이 흠 개같넹 이라고 말하고 있음) 근대미술 속 여성의 누드는 누워 있거나 수동적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남성의 누드는 영웅서사를 진행 중이거나 행위의 주체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흐..

리뷰 2026.03.31

영화 속 미인에 대해 알아보자

일전에 놀러온 지인이 ' 요오즘 엔터테이너들은 왜 이렇게 생겨먹었냐, 우리 때는 출중한 인물들만 나왔었는데! ' 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돌아간 적이 있는데요 이 이야기를 50년대에 태어나신 분께 전달하니 ' 우리도 니네가 마잭과 마돈나에 열광할 때 어디 생기다 만 놈들이 나오나 했다! 왜냐면 알랭들롱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보고 자랐으니까! ' 라는 대답을 하시더군요 극장이라는 장소에 도달해야만 알현 가능했던 커다란 얼굴들이 티비 상자 속으로 옮겨갔고, 이제는 손 안의 자그만 화면 속에서 나를 향해 속삭입니다. 스크린 속 얼굴의 신화성은 점점 옅어져 가고 있습니다. 쉬움의 소비가 선호되고 연예계, 출판계, 심지어 정치계 마저 접근성의 위력에 대해 깨달아버린 이 시점에서 당연한 현상이겠지요그럼에도 불구하..

리뷰 2026.03.13

정직한 연주 셋

https://www.youtube.com/watch?v=1XoAJ98PbDM “내가 십대였던 1940년대에 로잘린 투렉은 내가 보기에 바흐를 제대로 연주하는 사람이었습니다.그 무렵 나는 바흐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스승과 싸우고 있었고 절대로 스승을 설복시킬 수 없었지요. 그런데 그녀의 음반을 들으면서 나는 이런 싸움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만큼 로잘린의 연주는 정직한 연주였습니다. 안식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지요. 권태와는 다른, 찬송을 바칠 때의 청렴함이 담긴 그런 안식 말입니다.” -- 글렌 굴드 -- 출처: http://sound.or.kr/bbs/view.php?id=music3&no=1733 이것도 오랜만에 https://www.youtube.com..

리뷰 2026.03.10

오지짱 출신 제주도

https://www.youtube.com/watch?v=19Cr0wFE_T8 오호츠크 리포트 퇴근송으로 들었는데오는게 있길래 연속 재생 중이게 단순히 곡이 좋은게 아니라 저 남자애 얼굴 feature나 표정 자세 같은 거에서 너무 많은 게 전달됨 like 한의 정서 판소리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집단감정이라는 점에서 디아스포라와 한에는 서로 닿는 지점이 있음 -------아니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노윤호씨도 북한으로 안 돌아갔으면 손자가 자이니치였을 거 아님재일이란무엇인가 단편 [윤호] 누르면 링크로 이동

리뷰 2026.03.09

귀신 안 나오는 장면이 더 무서운 호러만화 [ 아오노 군에게 닿고 싶으니까 죽고 싶어 ]

(전략) * 경계성 인격장애 스스로를 너무나 불쌍하게 여기는 나머지 남들의 고통엔 1도 공감할 수가 없는 상태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맹신하지만 사실은 남들이 별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을 나를 무시하거나 해를 끼치려 그러는 것이라며 왜곡시켜 받아들임 극심한 수준의 불안 속에 살고있으며 가족 연인 등 가까운 이들에게 자살/자해 협박을 하는 경우가 잦음버림받는 것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 감정적인 고통. 외로움. 충동성. 자기 파괴적이며 매우 일관성 없는 행동타인을 증오하며 몰아세움과 동시에 끝없는 애정을 갈구하는, 부정적 공감장애 유형 중 가장 불쌍한 타입---사회면에 등장하곤 하는 왜 만나줘 범죄의 가해자들도 이 성격장애군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니 그게 죽고살고까지 ..

리뷰 2026.02.24

다들 자기 살려고 난리야 - 히스토리에

수정)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는 소수자를 그려냅니다.인간을 포식하게끔 프로그래밍 된 채 태어난, 마치 인류에 의해 멸절당할 운명을 타고난 듯한 기생생물들정치적으로 이용 당하기 딱 좋은, 강력한 초능력을 부여받은 운명으로 인해 고립된 채 살아가는 마루가미 일족히스토리에는 어떨까요괴물이나 외계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이 작품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인물들 역시 소수자들입니다주인공 에우메네스는 그리스인들로부터 야만인 취급을 받는 스키타이 출신입니다. 게다가 고지능자이죠그의 비상한 두뇌회전과 틀 밖의 사고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곤 합니다. 힘을 추구하는 자들에겐 유용한 도구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파격적인 대우와 함께 야심가 필리포스 왕에게 등용된 이후에도 그는 대단한 소속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사실..

리뷰 2026.02.01

주인아 니가 사과를 왜 하니 - 세계의 주인

영화의 첫 장면은 두 고등학생의 키스 씬으로 시작된다.뽀뽀가 아니다. 혀를 야무지게 집어넣는 딥키스다.불편했다. 유럽영화 속 미소년미소녀의 키스랑은 달랐다.뚜껑머리에 안경 쓴 남고생과 머리 하나로 묶은 여고생의 모습이 ㅇㅇㅅㅋㄹ 에서 마주치는 동네 애들이랑 너무 닮았다.성이라는 주제와 별로 결부하고 싶지 않은 급식들의 리얼한 키스씬은 불편한 것이었다.니는 뭐 저 나이 때 키스 안 했냐?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어른이 되고나니 아이의 성을 보는 시선에 응원보다는 역시 껄끄러움이 앞선다.게다가 클로즈업 씬을 롱테이크로 잡아놔서 압박감이 상당하다.이것은 감독이 전달하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생각했다. 전문 : https://c-straw.com/posts/7043 주인아 니가 사과를 왜 하니 - 세계의 주인영화의..

리뷰 2026.01.27

루미큐브 박정아 찻잔

박정아 작가님 작업실에 놀러갔다. 고철마을 같은 을지로 미궁에서 헤매고 있었더니 이쪽입니다하고 머리가 나옴 요새 잘 안보이는 바닥저 금색 줄눈이랑 돌알갱이 콕콕 박힌 거 어떻게 시공하는 건지 궁금해서 지선생한테 물어보니 테라조 라는 방식이고 돌칩이 섞인 시멘트를 부은 뒤 연마기로 표면을 수차례 갈아 평평하게 만드는 거라고..미친 그건 너무 노가다 아니야? 하니까 맞고 대신 한번 깔면 수십년 쓰는데 이제는 비용과 품이 너무 들고 숙련자도 사라져서 시공하기 어렵다함과거의 표준은 오늘날의 사치 일전에 박정아 작가님이 직화구이 대신 불맛내는 조미료 쓰는거 가지고 시대상이야기 한 것도 생각나고 감사한 표정들로 맞아주심 방문목적은 루미큐브 승부였고 이걸 생각하고 갔는데두 분이 그건 그냥 큐브고 ..

리뷰 2026.01.24

경이의 시선으로 울리는 경종 - 에드워드 버틴스키

'치킨은 위로가 됩니다' '새 시즌 컬렉션으로 당신의 품격을 드러내세요' '호화 패키지 여행으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세요' 시장은 심리적 결핍을 물질로 보상하라며 적극권장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태어남과 동시에 온갖 매체를 통해 주입되는 메시지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약이 구질구질함으로, 소비가 미덕으로 찬양되는 욕망의 시대를 반쯤 감긴 눈으로 건너는 중이다.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사진들을 보고왔다. 타이틀이 추출과 추상인데 영어로도 한국말로도 운율이 잘 맞는다. 멀리서 보면 추상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지구에서 무언가를 쭉쭉 뽑아내고 있는 풍경들을 버틴스키는 기록한다. 보시다시피 압도적인 크기의 프린트와 해상도인데 메시지에 앞서 기술력에 감탄하게 된다...

리뷰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