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대는 동안 가을이 다 가버리는 거 같다. 주말쯤 부터는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단풍구경을 가기로 했다. 어디로? 상계주공아파트로 여기서 유소년기의 절반을 보냈다. 남은 절반은 개포, 잠실 주공아파트에서 보냈는데 이 두 곳은 이제 이름도 못 외우겠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예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그 시절 개포 3단지는 초서민 동네였고 아파트 거래가는 오천 이백만원이었다. 아마 천만원쯤 더 받고 집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팔자마자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바람에 부모님은 홧병을 얻었다. 하지만 알빠노초딩 입장에서는 외갓집과 가깝고 화장실에 욕조가 있는 상계주공아파트로 이사온 것이 좋았다. 80년대 후반 외가가 먼저 미아리 한옥을 아파트 딱지와 교환해 이곳에 둥지를..
 진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