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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사생대회

작업실 겸 전시장 공사를 마친 고안철씨가 사생대회 초대장을 보냈다.무수골은 서울 유일의 논이 있는 동네이다. 몇년 전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 넓적 바위에 앉아 천에 발을 담그고 노는 주민들의 모습이 뭔 100년 전 같고 좋아 보이길래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봤다. 세종이 아들 무덤 성묘 왔다가 이런 곳에 살면 아무런 근심이 없겠구나, 감탄한 데서 비롯된 지명이라 하고 실제로 동네 분위기가 아주 느긋하다. 세월이 깃든 골목 사이로 건강 상태가 좋아보이는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고 천을 따라 걷다 갈림길 왼쪽, 성신여대 부지 쪽으로 틀면 재미없게 생긴 캠핑장과 무지개 논, 거대한 느티나무 보호수가 등장한다. 일정이 있어 사생대회는 참가하지 못했고 대신 한달 뒤 열린 전시 구경을 갔다. 사생대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

리뷰 2025.11.20

한번에 하나씩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309550?sid=102운항 중 휴대폰 보며 딴짓…항해사 긴급체포---며칠전 자전거 횡단도로를 건너는데 안경 낀 남자가 비틀비틀 자전거 앞으로 걸어왔다어어 라고 외치고 나서야 황급히 폰에서 눈을 떼는데 스마트폰 중독 진짜 인간을 못쓰게 만드네 unpopular opinion 하나 외치자면은 그 횡단보도 바닥 LED도 진짜 필요한 걸까? 폰 보느라 빨간 불에 도로 뛰어드는 사람은 좀 차에 치여야 되는게 아닐까???물론 운전자는 무슨 죄랴만 그거 볼 때마나 너무 사람들을 spoil시키는 거 아닌가 싶음 알아차림을 한순간만 놓쳐도 뭐가 훅훅 들어오는 세상이다. 당장 나부터도 크롬 탭이 여섯개 열려있는 상태암튼 저 일을 겪고 한번에 하..

의식의 세계 2025.11.20

니 자식이라고 생각해봐라

워렌 버핏의 마지막 편지 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전에 웹에 돌아다니던 이 사람이 하는 말 캡쳐본 생각이 났음 주변의 친구 다섯 명을 떠올려 보고 당신 딸이 걔들이랑 만나도 되겠는지를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라는 조언이었다듣고 처음 든 생각은 친구가 다섯이나??? 였고 좀 우겨서 다섯명 끼워 맞춰 떠올려보니 괜찮았다. 딸래미가 만나러 나가면 잘 다녀오라고 할듯그 김에 옛날 관계들도 한번 떠올려 봤는데.. 음.. 바리깡 가져와라.. 이걸 자기가 아니라 딸로 생각해보라는 조언이 아주 유용하네..근데 별개로 나는 젊은이라면 좀 진창에서 구르는 시기도 있어봐야 된다고 생각함

분류불가 2025.11.20

럭키데이 인 파리 번개 후기

요즘 애들은 번개라는 말을 알까? 그런게 있다..인디지오님 블로그에 럭키데이 인 파리 영화번개 글이 있어 참가신청을 했다. 나락간 우디앨런의 복귀작이라 뭔소리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타서 늦었다. 영상자료원에서 했던 우디앨런 영화제 늦게 들어간 기억이 났다. 옆에 앉은 남자가 욕을 퍼부었던 것도 기억나서 설마 이번에도 반복되는건 아니겠지 하면서 대충 빈자리 찾아 들어갔는데 앉자마자 뒤에서 누가 톡톡 치길래 끄악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지장보살같은 두상이.. 노정태 선생님이었다앞부분은 놓쳤고 웬 기차 디오라마 장면이 짧게 지나간 뒤 주인공 본격 불륜 시작하는 장면부터 봤는데 다작한 노인감독의 깡다구가 느껴지는 영화다. 아 몰러~ 하면서 사소한건 쌩까버리니까 영화가 구멍이 있는 대신 아주..

리뷰 2025.11.19

Attention을 얻기 위해선 bullshit이 필요하니까

아니 그니까 그 작가가 그렇게 사주에 빠져있는게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나 주변에서 다해서 그런게 아니라그 사람은 성공에 미쳐있고 Attention을 얻기 위해선 bullshit이 필요하니까.. 헉 그러네 며칠 전에 반야심경 락버전 AI로 만들어 놓은 거 봤는데 진짜 그 일본 애니 클리셰 범벅.. 정장 입은 미형 남자들이랑 총.. 막 도시 전광판에 obey뜨고 가녀린 소녀가 주먹을 하늘로 뻗고 민중봉기..짜치는데 개좋음 그런데 이제 그 bullshit에만 너무 절여져 살다보면 괴로우니까 00처럼 부적쓰고 그러는 거구나그사람 소주를 하루에 두병씩 먹는데 --관심이라는 자원이 희소해진 사회에서는 정제된 정보나 진지한 맥락만으론 사람들의 눈을 붙잡기 어렵다. 그래서 자극, 포장, 과장, 즉 일정량의 bull..

의식의 세계 2025.11.15

렌틸콩 스튜

분기마다 찾아오는 요리하기싫어 병이 도진 관계로 왕창 만들어 놓고 야금야금 꺼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궁리해보다 https://digthehole.tistory.com/431054답글 남겨주신 분의 렌틸콩 스튜를 떠올림 저 글 답글들은 진짜 사랑이 느껴짐.. 가내의 평안과 건강을 빕니다그리고 전자렌지 다이얼식 왜 다 구리다고 했는지 이제 깨달음 - 렌틸콩 스튜 (레시피 안 보고 일단 내맘대로 만들어봄) -재료 : 렌틸콩 양파1개 당근1개 이탈리안 스파이스 (쿠팡에 왕큰거 만원정도에 팜)토마토 퓨레 500ml (이것도 쿠팡 2리터 만원) 코코넛 밀크500ml냉장고 안에서 썩어가는 양배추와 애호박 약간모든 재료를 깍둑 썸카레만들 때 정도 크기로 썰어도 되고 나는 씹기도 귀찮아서 잘게 썰었음이걸 볶다가 물붓고..

분류불가 2025.11.12

색계 베드신

모아놓은걸 봤는데첨엔 걍 양조위 누드 흐흐흐 하며 클릭했다가보다보니 숙연해져서 정좌하고 감상함 다 보고 나니 사는게 뭔가 싶음일단 정말 잘 만든 베드신임 첫번째 베드신에서는 탕웨이가 방어적임 구라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고 얼마전까지 처녀였으니까 반대로 양조위는 거의 돔 수준의 지배적인 면모를 보임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인 사람이라 인간을 못 믿으니까 통제와 관찰로 불안을 잠재우는 수 밖에 없음 껴안아서 자기 표정 가리려는 탕웨이 계속 침대에 다시 눕혀서 얼굴 들여다보고 나중엔 목잡고 섹스함 그러다 점점 신뢰가 생겨서 막판에는 여성 상위도 나오고 아무튼 둘의 심리를 말 한 마디 없이 되게 직관적으로 묘사함 역시 훌륭한 감독 아무튼 그런데 보고나니까 기분이 이상해짐 전쟁이 배경인 영화의 베드신은 특히 그런듯도..

2025.11.12

서울의 어느 집

지난 금요일 오호츠크맨들과 전시 보고 왔다. 사실 오호츠크맨이라 퉁치기엔 각자의 존재감이 강력한 분들이지만 아무튼전시 타이틀은 The Context : about a small home in seoul @미래빌딩 11.12까지--- 은 박찬용이 2018년 매입한 50년 된 낡은 아파트 한 세대를 7년에 걸쳐 수리한 이야기입니다.(중략) 이 전시를 통해 ‘1970년대에 서울에 지은 어떤 작은 집을, 2020년대에 살아가는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수리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리한 집이 사실 대단히 아름답거나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으로 이렇게 실행했구나’ 라는 하나의 예시, 아니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라는 반면교사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역할을 한다면 이 전..

리뷰 2025.11.11

존중의 시선 : 토요다 테츠야

상처를 준 사람을 악으로 묘사하지 않고 상처받은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함부로 내밀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좋았음 그걸 존중의 태도라고 부르는 글을 읽었는데 존중이라는 게 뭘까, 하면 역시 쉽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편견과 지레짐작, 투사의 갑옷을 잠시 벗어두고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라는 진실을 인정하는.( 전문 ↓ ) https://c-straw.com/posts/6571 존중의 시선 : 토요다 테츠야웬만한 걸작 만화는 다 봤다고 생각했다. 토요다 테츠야를 추천받기 전까지는 왜 몰랐나면 이 사람 타카노 후미코 https://c-straw.com/posts/1986 를 능가하는 과작 작가임 1989년 애프터눈 사계상 가작c-straw.com

리뷰 2025.11.10

고래백

오호츠크 리포트의 의뢰를 받아 고래백을 만들었습니다.에코랑은 별로 상관없고요 대신 귀엽답니다. 제 운동가방이 되었답니다100개 제작 98개 남음 네이버페이 결제가능 구매링크: https://55check.com/store/?idx=11 오호츠크 고래가방에코백, 귀여운가방, 튼튼한에코백, 패션에코백, 캔버스가방, 캔버스백, 오호츠크, 오호츠크리포트55check.com +11.11 현재 절반정도 팔렸다고 하니 고민 중이신 분들은 서둘러 결제를! + 11.12 sold out!

그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