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명상센터에서 맞은 새해 / 군산여행

유 진 정 2024. 1. 7. 23:26

 
해를 어떻게 넘길까 하다가 담마코리아 작업봉사가서 떡국을 얻어먹기로 했다.

기간은 12월31일부터 1월3일까지
오픈하우스때 함께한 윤하, 지훈님에게도 같이 가자고 함
1월에 열리는 장기코스 전 정비 기간인 듯 한데 장학사 오기 전 하던 대청소 생각도 나고 

 

 
전주에서 무진장 버스타고 4시쯤 도착하니 미리 와 있던 윤하님이 바~로 일을 시켰다

저번 코스 매니저를 했다는데 작업봉사 기간에도 매니저를 맡으심
저 종이에 3박4일 동안 처리해야 할 테스크가 빼곡히 적혀있음
 
 

 

 
 

남자들은 거미줄을 제거하려 다녔다. 키 큰 사람 유용하다
 
 
 

 
 
 
 

 
 
 
 

 
 
 
 

 
 
 
 

작업봉사는 두번째 온 건데 올 때마다 식사와 간식이 잘 나온다.   
이번에도 캐슈넛으로 국물 만든 비건 떡국 먹고 김밥 과자 튀김이랑 떡볶이랑 아무튼 뭘 계속 주워먹음
식사준비 해주신 분들 김치김밥 김치 볶아서 넣으신 거 보고 ㄹㅇ자비를 느낌
 
 
 

지훈님은 통역 디바이스랑 라우터 설정하러 사무실로 

이후로 쭉 따듯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함 이래서 전문직이 좋다는 거다

 
 
 

우리는 담마홀 정리하고 창틀 닦고 빨래 갠 다음 숙소 청소를 하러 

창고에서 사람들이랑 청소기 찾아 나오는 도중 구 숙소에서 귀신 봤다는 사람 이야기를 했는데
청소기..? 귀신..?  고스트버스터즈??
 

귀신 다 빨아들였으니 안심하세요
 
 

 


유이했던 non Korean speaker Fern

센터에 영어 책 있냐길래  사무실에서 For the Benefit of Many 찾아 갖다줌
한글 제목은 '많은 사람의 이로움을 위하여'

1983년 부터 2000년까지 고엔카 선생님이 각지의 학생들과 나눈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둔 책이다. 
이년 전 이 책이 배달되었을 때 센터에 10일 코스를 막 마친 나와 H라는 분 둘만 남아있어서
책 이천 권 여자 둘이 다 옮기고 그날 저녁 코비드 발병해 다음 날 서울로 빡세게 올라온 기억이 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집에 책을 가져다 놓고도 안 읽고 있었는데 작년에 다시 만난 H님이 그 책 기억나냐,
몇 페이지만 보려고 펼쳐도 자꾸 끝까지 읽게 된다길래 읽어봤는데 재밌고 유용했다. 시대도 사는 나라도 다르지만 사람들 궁금해 하는 거, 실수하는 거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어서 읽는 내내 큭큭 웃게 됨
 
 
 
 
 
 
 
 

 
 
 
 
 


둘쨋날 임무는 주방 대청소와 대망의 창고/책방 정리 

창고는 그야말로 물건과 먼지의 산이었다.
퇴적층처럼 쌓여있던 물건들을 파헤치다보니 오픈하우스 때 빌리러 다니던 물품들이 발견되었고
센터 관리하시는 분은  이것봐이것봐있는지를모르니까또사고또빌리고 속사포 랩을 하며 안타까워 했다.

보시받은 물품들은 함부로 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오래 전의 물건들도 많았는데 정말 처리하고 싶었다
정리할 게 많아지면 뭐가 어디 있는지 자꾸 까먹게 되니까
당근 같은 걸로 싹 다 팔아서 기부하거나 나눔해버리면 안되나 싶었는데 담마코리아 불문율은 아이디어 제공자가 실무도 보는 것이라는 말 생각나서 걍 가만 있었음
그래도 이번에 정리해서 리스트 만들어 놨으니까 뭐 못 찾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아무튼 청소,정리 진짜 좋은 행위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읽은 청소는 공간의 재테크라는 글도 생각나고 

청소 기획을 다 짜고 사람들 다른 일 마치고 올 때까지 잠깐 쉬려고 했는데 함께 온 두 분이 밥 시간까지 50분이나 남았는데.. 라며 빗자루를 집어드셨다. 한강의 기적이 이런 식으로 일어났구나 싶었다



 

 
 
 
 
 
 
 

정리 잘 하시는 분 진두지휘 아래 모든 인원이 투입되니 밤이 되기 전에 정리가 끝났다
깔끔해진 창고를 보며 결과가 가시적일 때 노동이 보다 즐겁다는 생각을 함

 

저녁 명상 마치고 윤하님과 다시 창고로 가 물품들에 이름표 붙인 뒤 책방 세팅도 마무리. 속이 다 시원하네
 
 
 

 
Zzz..
 
 
 
 
 

 

 떠나는 날 아침. 밤 사이 눈이 내렸다.
 
 
 
 

 
 
 
 

 
 
 
 

 
 
 
 

 
전날 윤하님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지훈님과 같이 올라갈 때 서울 외 지역 사시는 아무 분에게 카풀을 부탁해 그 지역에 떨궈진 뒤 즉흥여행을 하고 집에 가자는 것이었다. (노동 뒤에 놀 생각을 하다니 역시 청춘)

마침맞게 Fern이 전주역까지 태워줄까 라길래 어디사냐 하니까 군산이라길래 그곳에 떨궈지기로 

Fern은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대화하다 보면 ASMR 듣는 거 같다. 물리치료사로 공군 부대에서 일하고 있다길래 탑건~~~~~을 외쳤다.

이날 오토바이 타다 다친 군인의 치료가 갑자기 잡혀서 예정보다 일찍 떠나야 했는데
우리 쪽 사정으로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 준 것이 참 감사했다

기다리는 동안 봉사자 식당에서 메따(=자애,love kindness)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Fern이 어릴 때 할머니의 be a useful person 이라는 메시지에 강력한 영향을 받은 이야기를 해줬다.

유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유용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기 넘 중요하다 이거에요
 
 
 
 
 
 
 
 

가즈아
 
 
 

군산역 도착 고마워용
 
 
 

한가했던 군산역. 이 닦으러 가는 지훈님

어디를 갈까 하다 윤하님이 숨겨진 해안같은 거 가고 싶다길래 군산 숨겨진 해변 검색하니까 비응 마파지길이라는 곳이 나옴. 비응도 해안 트랙코스인데 건설된지 얼마 안 되어 아는 사람이 적다고 

군산역 주차장엔 많은 택시가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기사님들이 보이지 않았다.  
둘러보니 모두 주차장 구석에서 장기를 두고 계셨는데 실로 대단한 열기
아무도 영업을 하고 싶지 않으신 눈치였는데 잠깐의 대화가 오간 후 한 분이 걸어 나오셨다. 본인은 장기를 둘 줄 모르신다고

비응도 가는 길 뭘 먹을까 하다 검색해서 나온 맛집가려고 했는데 기사님이 거기 말고 비응반점을 가보라고 추천해주심
비응도 비응반점 비응비응.. 발음을 잘 해야 한다


 

길에는 사람이 없는데 비응반점엔 바글바글
수제 대기표가 멋지다. 대기는 오래 하지 않았다. 
 
 

해물간짜장 9000원 해물짬뽕 9000원 갑오징어 탕수 중자 3만

해물이 왕창 들어있었고 살면서 먹은 간짜장 중에 제일 맛있었다. 먹느라 사진도 못찍음
윤하님 2주 동안 센터에서 채식만 했을텐데 정말 좋았을듯 
 
 
 

 
 
 
 
 
 
 



 
 
 
 
 
 


마파지길 초입에선 둥근 형태로 감싸져있는 해안으로 내려갈 수 있다.
썰물이 빠져나간 모래에 발이 푹푹 박히는 걸 보더니 지훈님은 안 내려가겠다며 트랙 쪽으로 돌아감
 
 

잠시만 안녕..
 
 
 
 

 
윤하님과 나의 개미같은 모습 

 
 
 
 

 
회색하늘 회색겨울바다 우중충한게 마음에 든다
뉴질랜드 해변 생각이 났는데 그러고보니 근처에 쌈마이 조형물이나 횟집 등 경관을 해치는 요소가 없어서 좋군

밀물이 살며시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미묘하고 아름답길래 녹음을 해왔다. 낮게 깔리는 바람소리와 함께 듣고 있으니 최면에 걸리는 기분 
 
 

 
 
 
 
 
 

내 머리 위로 보이는게 마파지길 트랙
올라가면서 좋은 이야기 많이 했다. 이야기 하느라 사진 못 찍음

 
 

그래서 군산시 홈페이지에서 사진 퍼옴 저 친절하죠
1.8km 트랙인데 전망대도 있다. 일몰 때 걸으면 매우 멋질 것이다


트랙을 다 돌고 카카오택시 불러서 시내로 향했다. 
가는 동안 기혼자들이 남 앞에서 서로 디스하는 것은 무엇을 드러내는 지표인가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는데 우리 얘기를 한참 듣고 계시던 기사님이 갑자기 열변을 토했다


남들 앞에서 아무리 좋게 말해봤자 부부 일은 아무도 모른다! 앞에서 뭐 남편이 이거해줬다 저거해줬다 자랑하는 여자들 다 참고 사는게 있다! 그리고 남편자랑 마누라자랑 자식 자랑은 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여자도 자기 일을 가져야 한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거 싫으니 시집이나 갈까 이런 대화 택시에서 종종 듣는데 그러면 이제 뭐 남자가 맘에 안들어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되는 거다!!!! 남편이든 부인이든 바람 펴도 봐줘라! 안되겠으면 그냥 헤어져라! 봐주거나 끝장내거나 하나만 해야지 그걸 못하니까 고통스러운 거다!! 외모 너무 보지 마라!! 그거 일년도 못간다!! 하는 짓이 꼴보기 싫으면 아무리 이뻐봤자 못 산다!! 돈!! 돈은 중요하다!!!

어조가 거칠어서 그렇지 대체로 동의했다. 적어보니 그냥 상식적인 소리들

하나 좀 의문스러웠던 건 어릴 때부터 눈 나빴던 인간 믿지마라 꼬인데 있다 였는데 이건 빅데이터가 아니고 아무래도 사적 경험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닌가..

아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거
기사님 스피드 레이서였는데 안전벨트 뒤로 돌려서 꼽아둠 다메다메요 목숨은 하나 뿐이잖아요 


아무튼 그렇게 동국사 도착. 지도보던 지훈님이 좀 돌아왔다고 말하자 네비 따라오니 그렇게 되었다며 2천원 깎아주심 
 
동국사로 향하는 길 윤하님이 군산 관광포인트의 역사에 대해 말해주었다
일제시대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철도가 건설되고 적산가옥들이 생기고 동국사 건축도 일본식이고

오 굴욕의 관광코스네요 하니 그렇죠 라고. 아무튼 굴욕은 굴욕이고 적산가옥을 구경하고 싶었다.
요즘 가자지구 뉴스를 보며 하는 생각인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좀 잊어야 진보가 이루어지는 거 같아
물론 과오를 잘 기억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뜻이겠지마는 이걸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버리면 끝이 안 난다
 
 
 

사지가 길어 무섭던 곰
가서 앉으면 어깨동무 할 거 같다, 스님 들어가 있는거 아니냐 농담을 하며 대웅전 입갤

삼배하는 법을 배워왔다며 윤하님이 삼배를 올렸고 옆에서 지훈님이 그걸 따라했다. 나는 절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나오는 길에 똘똘이 안경 쓴 비구니 스님이 어디선가 등장해 입구의 과자를 집어가라시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마이쮸를 하나 먹었다. 아니 근데 동국사도 구경하느라 사진을 못찍었네 

나오니 비가 좀 오길래 박물관같은 데나 갈까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 여행 유튜브에 올리면 제목 P들끼리 여행하면?! 임
 
 

 
 
 

걷다가 들어간 이름 까먹은 작은 박물관 
일제시태 고문 형틀들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는데 저 1인 감옥 들어가 보고 방목란 사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적산 가옥 거리 등장
근데 가옥들 상태가 너무 좋길래 의아했음 거듭된 보수 끝에 테세우스의 배같은 상태가 된 듯
 
 

여긴 여미랑이라는 게스트 하우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고 이런 게하들이 여럿 있었음

3인실 5-10만원 정도로 저렴했고 평가를 보니 깔끔한 모양. 봄 가을엔 정원이 더 멋질 것이다
 
 
 

걷다가 지훈님이 소금빵 사고 싶다고 해서 들어간 DBS 카페

이층 양옥을 개조한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소금빵 사서 나오려고 했는데 지훈님이 2층 가더니 긴 테이블에 앉아있고 싶다고 하고 잠봉뵈르도 팔길래 그냥 여기서 저녁 해결하기로. 원래 무우국 먹으러 가기로 했지만 P여행이니까

베이글 잠봉뵈르 하프 4500원 자몽에이드 4000원 
 
 

 
 
 
 

저 긴 테이블에 앉아있고 싶어했음

먹느라 사진은 또 못찍었다. 잠봉뵈르는 다진 피클과 함께 제공되었고 소금빵과 베이글이 쫄깃쫄깃
근데 설탕 들어간 건 다 좀 달다. 소스도 달고 당도가 75%정도였다면 갓벽했을듯
아무튼 친절하고 분위기 좋고 재방문 의사 있음. 군산을 또 가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야기 한참 하고 나왔더니 길이 상당히 젖어있었다. 비가 좀 왔나본데 잘 들어가 있었네..
 
 
 

 
 
 
 

마지막으로 항구에 들러 지훈님 발리 여행 이야기를 좀 듣고 차표 예매해 둔 군산역으로 

저 앞에 보이는 동백교 미디어 파사드는 특색없고 구렸다. 차라리 광기라도 느껴졌다면
이런 거 볼 때마다 지방 관광지 조성할 때 Mz미술인들 감수역으로 앉혀놓고 철권통치권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거 40억 들였다는데
 
 

 
 
 
 
 

 
 
 
 

인생의 베일 / 바로 이번 생에
가지고 온 책 제목들이 묵직하다 

수다떨고 귤까먹고 집에가면 기절할 거 같길래 저녁명상도 기차에서 해버렸다. 사람도 없고 해서..
그리고 다음날 몸살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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