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세계에요

아무의 친구

유 진 정 2024. 1. 24. 16:24

지난 토요일 집에 돌아와 축구를 볼까 했는데 씻고 뭐 좀 하다 보니 이미 끝나있었다. 

비겼다는 소식에 아오 븅 ㅋㅋ 하며 쿠플 하일라이트 돌려봤는데
요르단 골이 들어가는 순단 요르단 선수들이 너무 환하게 웃길래 나도 모르게 입을 쫙 벌리고 따라 웃었다.
피파랭킹 87위 요르단이 한국전에서 골을 넣었으니 기분이 얼마나 좋겠는가

한국의 동점골이 들어갈 때도 선수와 관객석이 너무 행복해하길래 따라 웃었는데 
순간 이거 완전 편리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을 들지 않는 상태에선 남의 기쁨에 더 쉽게 동조할 수 있는 것이다. 

뒤이어 모두의 친구는 아무의 친구도 아니다 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아무의 친구가 아닐 때 모두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 격언은 줏대없이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 진 것이겠지만 내 말은
한 쪽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만큼 빡칠 일은 줄어들고 기쁜 일은 늘어나니 개이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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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물건 등에 애정을 가지고 강하게 집착하는 것을 애착이라고 한다

인간은 애착하는 물건이나 사람이 생기면 그것을 소유하려 들며
소유한 뒤엔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잃게 되었을 때 큰 상실감을 얻는다.

애착이 강할수록 고통은 커진다.
고통은 다시 우울로, 분노로, 복수심으로 치환되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곤 한다. 

붓다는 애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해탈의 길이라 설법했다. 
애착으로부터 자유라는 말이 모든 것을 냉담하게 여기고 무신경해지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일전에 샘 해리스의 팟캐스트에서 ' 제가 명상수행을 함으로써 자식을 사랑하지 않게 되면 어쩌죠? '
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 샘이 적절한 답을 주었다.

' 수행이 자녀에 대한 애정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부유한 선진국 부모가 자녀에게 과잉 투자하는 금액의 일부를 개발도상국 빈곤층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에 기부하게 되는 상황은 생길 수는 있는데, 그 정도면 좋은 일이죠 '
라는 대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물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주변인에게 희생을 강제하는 것은 착취적 행위이고 
선행을 명목삼은 결핍의 해소나 자아도취적 기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붓다는 재가자들에게 나와 가족을 우선 잘 돌보고 남는 힘으로 타인을 돌보라는 말도 하신 적이 있다. )

 
심리학에서는 정신건강을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애착을 꼽는다.
하지만 그 이론이 애착으로부터의 자유를 설법한 붓다의 가르침과 상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불안정 애착의 한 종류인 회피형 애착은 애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큰 나머지 상대로부터 먼저 달아나 버리는, 집착적 심리에 가깝다고 한다.  

경계를 침범하지 않을 때, 경계의 침범으로부터 스스로를 잘 지킬 때,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을 때에서야 인간은 타인, 나아가 사회와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 내 집단, 내 국가 라는 사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을 때 개인의 시야는 넓어지고
창의적 발상이 가능해져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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