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110

코리아 코리안

전다화: 저 요즘 영어회화 공부 중인데 진짜 한국어 영어 너무 호환 안 되는 언어임 유진정: 그래서 진짜 사고체계 자체가 넘 다르게 발달한 거 같음 한국어 존나 무논리 무지성 대신 개처럼 싸울땐 진짜 좋은 언어 전다화: 선생님이 한국어를 번역하려고 하지 말고 어린이처럼 걍 쓸 수 있는 말만 하라는데 일단 주어가 무조건 있어야 하는 게 젤 적응 안되고 한국어는 한문장에 동사가 개 마니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유진정: 예시 들어주세요 전다화: 어제 마트에 라면 사러갔다가 그냥 짜파게티를 사려고 마음을 바꿨는데 또 막상 라면을 보니까 라면이 먹고 싶어져서 두봉지 샀어 이런 식이랄까. 일부러 지금 만든 문장이라 어색하지만 글고 영어가 훨씬 두괄식이고 내가 누구에게 어디서 무엇을 했다 이런게 꼭 들어가야하고. 친구..

나다 2023.08.14

신부님 윤석열 넝마주이

성공회 사제에 대해 검색을 하다 모 성공회 신부가 라는 글을 SNS에 적었다가 파문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평생 약자를 위해 몸바쳐 살아오신 분에게 파문이라는 조치는 가혹하다, 라는 주변인의 호소와 전광훈 같은 어용목사조차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고사 당하기를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끔찍하다, 라는 비판 글도 읽어보았다. 구체적인 증언으로 판단하건데 정말 빈자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 분으로 보이는데 가슴아픈 광경을 반복해서 목격하다 보니 약자에 대한 동정과 기득권에 대한 증오가 동시에 커지신 모양이다. 일전에 길을 걷다 모친이 어떤 목사님 유튜브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목사님이 넝마주이들과 함께 생활할 때 있었던 일인데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한 넝마주이가 "돈돈돈,약약약..." 이..

나다 2023.07.18

질문 주세여

저 블로글 책 만들고 있거든여 https://digthehole.com/4807 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만지난 카카오 대란때 블로그 접속이 안되니 순간적으로 공포감이 들더군요 11년 동안 기록해온 1600여개의 공개글과 4070여개의 비공개글이 한큐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운 마음digthehole.com 귀차니즘의 압뷁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자기 출국 전까지 출판 안 하면 사형시키겠다는 금쪽.. 아니 홍기하 작가의 채찍질에 디데이를 정했습니다. 대충 300페이지 전후가 될 것 같고 82피플 정신으로 선입금 예약 한달 받고 30권 이상 주문들어오면 찍으려고 생각 중인데 부록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싣으려고 합니다. 질문은 그 어떤 미친 질문이라도 다 받겠습니다만 꿀잼 질문 위주로 싣도록 하겠..

나다 2023.06.15

미니어처 매너티

난 당신이 좋았어 동네 하천을 산책하던 날 흔들리는 수초들을 보면서 당신은 여기에 미니어처 매너티가 떠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 헤어지고 한참 뒤 뜬금없이 그날이 떠올랐어 왜 하필 미니어처였을까가 궁금해졌는데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하천의 깊이와 넒이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물론 내가 당신의 무의식까지 어떻게 알겠냐만은 나는 독선적인 편이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당신과 같이 먹고 자고 하는 날들도 좋았어 아무리 무의미하게 하루를 죽여도 신이나서 직장에서 돌아오는 당신을 보면 그 하루는 사실 죽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지 뻥쳐서 미안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애초부터 없었어. 경제적 상황 나이 그거 다 핑계야. 사실대로 말하면 차일까봐 생기면 낳겠지라는 둥 매정하지 않은 여자인 척 ..

나다 2023.03.28

캘리포니아 연구회

캘리포니아 연구회는 한국적 정신병을 지양하고 에피쿠로스적 건전함을 지향한다. - 모든 인사는 포옹으로 대체된다. - 그 어떤 제안에도 자유가 있다. - 그 어떤 제안의 거부에도 자유가 있다. - LGBT문화를 적극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 정치적 지향성을 이유로 인간을 평가하지 않는다 - 연령의 고하를 이유로 관계의 우열을 설정하지 않는다 - 폭음, 폭연, 지나친 디지털 기기 사용 등을 멀리하며 절제의 쾌락을 추구한다. - 노을을 본다 - 햇빛에 피부를 노출한다 -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 - 예술과 자연을 사랑한다

나다 2023.03.27

지나의 추억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호주의 모 지역에서 브로콜리 농사를 짓던 때 있었던 일이다. 아시안이라고는 나 하나뿐인 깡촌이었는데, 어느날 일하던 농장에 지나가 등장했다. 아몬드 같은 땅딸한 체형에 양갈래 머리를 한 삼십대 초반의 한국여자였다. 나는 당시 워홀 막바지 귀국을 준비하던 중이었고, 그동안 국적과 언어를 공유한다고 해서 친밀감을 느끼게 되진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한 상태라 딱히 반가운 만남은 아니었다. (그리고 호주에서 만난 양갈래 머리를 한 삼십대 여자는 모두 사이코였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나는 지나가 불편해졌다. 말이 너무 많았고 말의 대부분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지루한 장광설로 점철되어 있었다. 지나는 한국이 정말 싫고, 호주에서 살 작정으로 떠나온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밤에 소변을..

나다 2022.11.28

책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만

지난 카카오 대란때 블로그 접속이 안되니 순간적으로 공포감이 들더군요 11년 동안 기록해온 1600여개의 글(비공글까지 합하면 4700개) 한큐에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쥐디와 부처님 말씀을 떠올리며 패닉에선 벗어났습니다만 아무튼 맘에드는 글들을 모아 불로 태우기 전까진 사라지지 않는, 물성을 가진 책으로 만들어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은 연말 또는 내년 초로 생각하고 있고 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 펀딩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일단 공지를 해놔야 움직일 것 같음으로 기록해둡니다. 표지, 사은품(?), 이것만은 제발 해라 or 관둬라 등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려주시지 않으셔도 감사합..

나다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