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서 나가기로 했다.
행선지를 궁리하다 답이 안나오길래 만만한 국현으로
만만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 일대가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기 때문
예술인 패스로 공짜인 것도 뭔가 심리적 안정감을 줌
그런데 이날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페터 바이벨이라는 작가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참여형식이라 관객들 줄 서있는 광경이 롯데월드를 방불케 했다.
셀피 찍는 관객들의 무관심 속 바위 세덩이가 바닥에 놓여 있었는데 다가가니 헉헉하고 신음을 한 것은 정말 웃겼다.
작품 제목부터 신음하는 돌이다. 아무튼 이 전시는 평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진이 쭉 빠지길래 GG치고 나가다 오기 전에 보내둔 톡방 확인했더니 답이 와 있음
홍기하 작가는 요즘 권진규 아뜰리에 입주 중이다.
안그래도 국현에서 전시정보 보려고 키오스크 막 누르다 권진규 자소상이 떴었는데 오늘은 여기군
30분 거리로 가깝기까지! 너에게로 달려가~
응 못 달려가~~ 언덕이야~
이리오너라~~
표정 봐ㅋㅋ
아 위에 고안철이 분신사바 하라고 한 이유는 권진규가 여기서 작업하다 자살을 해서..
위대한 조각가가 자살한 아틀리에에 브레이킹 베드 치킨집 티셔츠 입은 홍기하라는 존재가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매우 볼만했다.
권진규 사진 보니까 나랑 잘 엮이는 음기 강한 남자상이시던데 분신사바해서 만났으면 우리의 양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을까,,
더 글로리 보며 폭풍드로잉하셨다는 손들. 이런 식으로 점점 추상화 하는 거라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기하씨가 특유의 느린 몸짓으로 어렵게 구했다는 권진규 책을 들고 나왔다.
첫페이지 보고 감동하여 카메라를 들이대니 긴 손으로 먼지를 샤샤샥 털었다.
권진규 비너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광기를, 기하씨는 위트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 사람 인물상은 다 귀기가 느껴져서 무섭다.
동물 조각은 좀 건강한 느낌. 감정보다 감각을 사용해서? 아님 사람보다는 동물을 사랑하기가 더 쉬운 거 같은 걸까?
말 엄청 만들었고 조각가들 동물에 진짜 환장해.. 라는 기하씨 혼잣말을 듣고있으니 오아마루 소떼들이 생각났다.
동물의 형태에는 매료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개 주둥이도 옆에서 보고있으면 너무 놀랍다
빈소 어떡해 너무 무서워
당시 조각가들의 몇 안되는 수입원은 종교상이었다고 하는데 예수상을 저렇게 만들어 줬다고 한다.
당연히 빠꾸를 먹었고 기하씨는 저렇게 지맘대로 해놓고 빠꾸 먹었다고 슬퍼하는 건 좀 어이없는 거 아닌가..
라고 하셨는데 권진규가 느꼈을 충격이 너무 이해돼서 순간적으로 자신이 싫어짐
그런 맥락에서 기하씨도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작가 이건 귀하네요
아니 걍 인간으로써도 귀함
책 또 갖고 왔어
헤밍웨이신줄
옛날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영어강사 알바를 했었는데 버스타고 출근하면서 방석집 간판들을 봤다.
그 중 한 군데 상호명이 로뎅이였고 간판에 생각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로뎅이 오늘날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기하씨의 설명을 듣다보니 기억이 떠오름
으으 이거 새벽 세시쯤 클럽 화장실에서 거울보면 느끼는 거자너 거울 속의 존재가 내가 아닌 뭔가고 그게 나를 들여다 보고 있는 느낌 정신 출타하는 그 기분
아니 근데 그 젊은 작가들 레지던시로 공간을 쓰면서 이런 글을 붙여두는건 좀..
여긴 담대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거 같다.
화장실 다녀왔더니 뭐를 저렇게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음
보고있던 거
이제 롯데리아 갑시다 난 요새 새우버거에 꽂혔다고요
새우버거 먹고 인류의 나아갈 길과 정신병 사랑 정직 명상 등에 대해 수다떨고 나옴
기하씨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가 사랑하는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대상이 인간이 아닌 것 뿐
그리고 우리 좀 서로 보완이 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음 왜 그렇게 느꼈냐면 키오스크 주문을 두 명이 노력해서 성공했고 아아..
그리고 기하씨가 나오면서 담배를 놓고온 거 같다길래 다시 들어갔는데 없었고
나라면 거기서 포기하고 작업실에 있겄지 하고 갔을텐데 아니라고. 여기일 거 같다며 다시 또 혼자 들어감
아무래도 찾기 전엔 떠날 생각이 없어보이길래 따라 들어가서 저 소파 뒤에 낑겨져 있는 담배를 찾았는데 (사진)
의지와 발상의 콜라보 아님?
이 지점에서 성격이 다르면 보완이 좀 되는 거 같다고 느낌
기하씨가 개싫어하는 MBTI에서도 entp과 intj는 최고의 궁합으로 나오는데 intj 남자 만나고 싶다 왜 나는 애인이 없나???
사실 오늘 나오면서 꽤 처절하게 데이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소화시킬 겸 성북천에 꽃구경 가자고 했더니 기하씨가 왜 이 날씨에 나는 남자가 없는가! 다들 어디서 그렇게 잘도 만나는 거지??? 라고 한탄해서 빵터짐
한녀포즈 하라고 시켜서 뭐 어떻게요? 하니까 입을 손으로 일단 가리라고
헉 음주체험.. 존나 좋아,,
라고 중얼거리면서 다가가는 중. 중독관련 쥐 실험 보는 거 같음
얘기하다 걷다보니 동묘까지 와버림
사실 기하씨는 곧 뉴요커가 되실 예정인데 그래서 가기 전까지 많이 봐두고 얘기도 해놔야 됨
집에 가다가 밤 벚꽃 더보고 싶길래 우이천에 내려 걷다 들어갔다.
근데 벚꽃 명소랍시고 막 현수막에 조명에 지랄을 해놔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벚꽃은 명소와 군중 속이 아닌 평범한 곳에서 고요히 바라볼 때 존재가 더 온전하게 다가온다.
동네 카센터 앞 벚나무와 그 앞의 에쿠스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음
무심함이란.
(어때 브런치 작가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