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에 담겨 전철타고 집에 오던 날부터 가로쥐와 세로쥐는 성격이 달랐다.
가로는 곧 박스바닥에 털퍽 주저앉아 사료를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고
세로는 집에 도착하여 장안에 집어넣어지기 전까지 납작 엎드린채 사료를 꽉 쥐고(대체 왜?)
부들부들떨며 부동자세를 유지했음
지금도 둘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데, 쥐장 문을 열면 가로는 헐레벌떡 뛰어나와 손을 핥으며 반기고
세로는 쓰다듬을라 치면 고개를 팩 돌리거나 두 손으로 내 손가락을 쳐냄.
어떨땐 그자리에서 제자리 점프를 하여 180도로 몸을 돌리고 온몸으로 외면
세로쥐는 보면 기괴한 짓도 많이함.
일단 대부분의 사고는 이새끼가 다 쳤고 (e.g.냉장고 선 뜯어서 합선내기. 세탁기 호스 망가뜨리기 등)
쥐장 치울때 휴지넣어서 바닥 닦으면 손을 쫓아다니며 공격하며,
이갉이용 장난감 넣어 주던 날은 급기야 엄지손가락을 있는 힘껏 깨무는 바람에 피를 봄.
그 날은 정말 섭섭해서 앞에 세워놓고 오분동안 얘기함. 대체 왜그러는거냐고. (물론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뉘앙스가 전달되길 바라며)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세로쥐는 가로쥐에 비해 나랑 덜 친함
나는 유년기의 가로와 세로에게 공평한 간식과 애정을 지급했음으로
둘의 성격차는 전적으로 유전자에서 온 것이라고 믿고 있었음.
그런데 어젯밤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된 계기가 생김.
가로쥐는 언제나 그루밍에 진심임. 나한테도 너무 열심히 해주는 바람에 손발톱을 몇번 작살냄
그리고 어젯밤 둘이 나와서 놀다가 가로가 세로 그루밍 해주는걸 봤는데 그 모습이 영.. 폭력적이었음.
싫다는 세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오더니 이빨로 털을 빡빡 골라줌. 그것도 얼굴부위만 집중적으로
세로는 아픈지 한두번 찍찍거리다가 포기하고 좀 뜯겨도 안아픈 부위를 대주고 있었음.
그래서 어쩌면 세로의 저 기괴하고 예민한 성격의 일부는 가로쥐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예민한 유전적 성향 - > 입 짧음 -> 가로보다 덩치 작아짐 -> 몸싸움에서 짐 -> 강제 그루밍 당하며 고통받음 -> 더 예민해짐 의 악순환
암튼 그거 보니까 기를 살려놔야 되겠다 싶어서 일단은 칭찬을 하고있음
원래 가로만 안고 걸어다니면서 최고의 쥐라고 불렀는데 (세로는 안 안기니까)
어제는 세로 들고다니면서 똑같이 해봤음. 과연 효과가 있을지? 그리고 이런 기사도 찾음
www.genomenewsnetwork.org/articles/12_03/novelty.shtml
하지만 세로쥐의 예민함에도 장점은 있음
내가 집에 데려와야지 하고 젤 처음 마음을 먹은게 세로쥐인데,
간식을 들고 쥐 우리로 향하면 열 네마리의 쥐 중 제일 먼저 알아채고 튀어나오는것이 세로쥐였기 때문에..
세로와 가로의 형제들은 그 후 모두 죽음을 맞았음으로 세로쥐의 민감함은 스스로를 구원한 강점이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