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요/도서

복종 - 미셸 우엘벡

유 진 정 2015. 11. 14. 14:44

아침에 치과 갔다가 파리 테러 뉴스 봄

의사선생님은 자기랑 생각이 다르다고 사람 죽이는 깡패새끼들의 근원을 뿌리채 뽑아버려야 한다는 치과의사다운 발언을 하심

몇 주간 붙들고 있던 복종을 어제서야 다 읽었는데 바로 다음 날 이런 뉴스를 접하니 얼떨떨하다


복종은 올해 초 발간된 우엘벡의 신작이다

전작들은 그래도 읽다보면 박장대소를 하게되는 대목들이 몇개 있었는데 복종은 뭔가 작가 스스로도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고통스럽게 그려낸 느낌이라 술술 읽히지가 않음. 줄거리는 대략 


경제난과 이민자문제 테러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프랑스에서 극우파가 득세 ->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좌파가 중도표방 이슬람 정당의 손을 들어줌 ->  무슬림 대통령이 선출됨 -> 중동의 부호들이 명문대학을 차근차근 사들이고 교수들은 연봉인상과 일부다처제라는 떡밥에 개종을 결심 (개종을 거부할 시에는 잘림) -> 종내에는 프랑스가 이슬람 국가화 되고 여성들은 짧은 바지를 입지 않게 된다

는 개우울한 내용이다.



게다가 기가 막히게도 복종의 출간일에 샤를리 엡도 사태가 터졌다고 한다. 테러의 희생자 중엔 우엘벡의 친구가 있었고 우엘벡은 일체의 홍보활동을 접은 뒤 아일랜드로 도피하였다고..


우엘벡은 복종의 도입부에 카산드라 이야기를 등장시킨다. 카산드라는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얻었으나 동시에 누구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도 믿지도 않게되는 저주도 함께 받아 스스로의 죽음을 예언한 후 살해 당하고 마는 그리스 신화속 인물이다.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희망에서 몇차례 개인교습을 해본 이후로 나는 지식의 전수란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지능의 개인차는 실로 극단적이였고 이 근원적인 불평등은 어떤 수단으로도 지우거나 경감할수있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더욱 심각한 요인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젊은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 처지가 그들과 같다고 간주될 수 있는 시절에조차 그들을 좋아해본적이 없었다. 

내게 젊음은 교체를 요구받은 세대에 대한 어렴풋한 우월감이 수반된, 삶에대한 열정, 혹은 반항을 내포하는 것으로 보였고, 나는 그와 비슷한 감정을 단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었다.

p18





파시즘은 제겐 늘 죽은 국가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으스스하고 소름끼치는 그릇된 시도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기독교 없는 유럽의 국가들은 영혼 없는 육체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좀비죠. 그래서 말인데, 기독교는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저는 예전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몇 년 동안은 커져가는 의심 속에서도 그렇게 믿었지요.

그러다 점점 토인비의 사상에, 문명은 살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하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 동화되었고 어느날 단 하루만에 와르르 무너져버렸죠.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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